사람 많은 쇼핑가·주거건물 집중 공격
젤렌스키 “위협·쾌락 위한 살인” 러 비난
성당에 ‘무적의 트리’ 세우고 항전 의지
푸틴 “전쟁 관련 협상 러가 거부한것 아냐
美 패트리엇 미사일 100% 파괴할 것”
우크라이나에 크리스마스 휴전의 기적은 찾아오지 않았다. 크리스마스이브인 24일(현지시간) 아침 러시아가 최근에 우크라이나에 탈환당한 헤르손 민간인 거주 지역에 대한 무차별 미사일 보복을 감행해 최소 10명이 사망하고 55명이 다쳤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전쟁 종식을 위한 평화협상론을 제기했으나 협상 책임을 우크라이나로 떠넘겼다.
푸틴 대통령은 25일 국영TV 로시야1 인터뷰에서 “우크라이나 전쟁과 관련한 모든 사람과 협상할 준비가 돼 있다”며 “협상을 거부하는 것은 우리가 아니다”라고 했다. 지난 21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미국을 방문한 뒤 푸틴이 협상을 거론한 것은 22일에 이어 이번이 두 번째다. 푸틴은 미국이 우크라이나에 지원을 약속한 패트리엇 방공 미사일도 다시금 언급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그것(패트리엇 방공 미사일)을 100% 파괴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날 우크라이나 헤르손의 군정 책임자인 야로슬라우 야누셰비치는 성명에서 쇼핑가와 사람이 많은 주거용 건물이 공격받았다고 전했다. 이번 공격은 젤렌스키 대통령이 러시아 공습은 성탄 연휴를 망칠 수 있다고 경고한 지 몇 시간 만에 감행된 것이다.
공격 뒤 젤렌스키 대통령은 자신의 텔레그램 계정에 피를 흘리는 주민과 불타는 자동차 등의 사진을 올리고 “이곳은 군사 시설이 아니다. 이것은 전쟁 규칙을 따른 것이 아니다. 위협과 쾌락을 위한 살인이다”라고 러시아를 비난했다.
브리짓 브링크 우크라이나 주재 미국 대사는 민간인에 대한 잔인한 공격을 비난하며 “크리스마스이브에 정말 끔찍했다”고 트윗했다.
수도 키이우 등 다른 지역도 러시아의 미사일 공격에 고통받고 있다. 우크라이나 국영 전력회사는 키이우에 심각한 전력 부족이 지속하고 있다고 밝혔다.
NYT는 “추운 날씨가 시작되면서 정전과 고통 때문에 우크라이나인들이 점점 더 좌절감을 느끼고 있다”고 강조했다.
우크라이나 정부는 키이우 성 소피아 성당 앞에 국기 색깔인 노랑과 파랑으로 꾸며 세운 1.2m짜리 다소 초라한 크리스마스트리에 ‘무적의 트리’라는 이름을 붙이고 항전 의지를 높였다. 트리 주변은 우크라이나를 지원 중인 나라 국기로 치장됐다.
외신은 전쟁의 포화가 아직 그치지 않은 상태에서 올해도 크리스마스트리를 세워야만 하느냐를 두고 우크라이나 내부에서 찬반 논쟁이 일었다고 소개했다. 키이우 주민은 미국 공영 라디오 NPR와의 통화에서 “트리는 우리가 얼마나 회복력이 있는지와 저항 정신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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