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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행 이체 수수료 이제 무료”… 은행권 경쟁의 서막, 통신업계와 ‘닮은 꼴’ [뉴스+]

, 이슈팀

입력 : 2023-01-02 06:00:00 수정 : 2023-01-02 08:4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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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한은행 시중은행 첫 모바일 이체 수수료 영구 무료화
인터넷은행 이미 무료… 시장 선점·경쟁력 강화 노림수
과거 카톡에 밀려 문자 무료화된 것처럼 시장변화 영향
점포 줄고 모바일 경쟁은 치열… 불가피한 선택일 수도
‘디지털 퍼스트’ 외치는 타 은행 비슷한 정책 내놓을 듯

신한은행이 신년 벽두, 시중은행 최초로 모바일 및 인터넷뱅킹 이체 수수료를 영구 면제하기로 하면서 은행권 수수료 경쟁이 불가피해 보인다. 이체 수수료 무료화는 카카오뱅크를 필두로 한 인터넷은행이 먼저 시작했으나, 그간 시중은행은 비용 증가 등을 이유로 난색을 표해왔다. 하지만 결국 대세가 된 모바일 금융 시장에서 주도권을 잡기 위해 신한은행이 결단을 내린 것으로 풀이된다. 과거 통신업계가 카카오톡 메신저 프로그램에 밀려 문자메시지 서비스를 사실상 무료화했던 상황을 연상케 한다. 향후 시중은행 간의 경쟁은 물론 시중은행과 인터넷은행 간의 치열한 서비스 경쟁을 예고하는 신호탄이 올랐다.

사진=연합뉴스

◆고객중심 강조한 신행은행… 속내는 모바일 뱅킹 주도권?

 

신한은행은 지난달 30일 취임한 한용구 은행장의 ‘고객중심’ 철학에 따라, 모바일 앱인 ‘뉴 쏠’과 인터냇 뱅킹에서 타행 이체 수수료, 타행 자동 이체수수료를 받지 않기로 했다고 1일 밝혔다.

 

기존에 신한은행은 고객이 모바일이나 인터넷 뱅킹으로 타행 이체를 할 경우 건당 500원, 자동 이체할 경우 건당 300원을 받았고, 거래 기준을 충족한 고객에 한해 이를 면제해 줬다.

 

신한은행은 이번 수수료 면제가 전임 은행장인 진옥동 신한금융그룹 회장 내정자의 고객중심 경영철학을 계승 발전하는 첫 사업이며, 한 은행장의 결단과 함께 신속하게 추진됐다고 부연했다.

 

진 회장 내정자는 은행장 시절, 금융의 정보기술(IT) 화를 위한 테스트센터를 구축하고, 인공지능(AI) 챗봇 도입 및 무인 센터 개설, 임기 후반 배달 대행 서비스 ‘땡겨요’ 도입 등 모바일 혁신에 공을 들였다. 진 회장 내정자는 물론 한 은행장도 결국 은행의 미래는 모바일 등 IT 뱅킹에 달려있고, 이곳에서 어떻게 고객을 붙잡을 것인가를 고민했을 것으로 보인다. 이번에 내놓은 정책은 그 고민의 결과물 중 하나로 볼 수 있다.

한용구 신한은행장. 신한금융 제공

불과 1년 전만 하더라도 모바일 뱅킹 수수료를 무료화할 의향이 있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신한은행 관계자는 “수수료 수입이 얼마되지는 않지만, 이체 발생 은행간 요금 정산이 필요하기 때문에, 우리가 나서서 먼저 포기하지는 않을 것 같다”고 말했지만 그간 상황이 달라진 것으로 볼 수 있다.

 

다만 인터넷뱅킹 수수료의 경우 중소 시중은행이 먼저 시작할 것이라는 업계의 예측과 달리, 업계 2위인 신한은행이 먼저 이 같은 서비스를 도입한 것은 다소 의외라는 반응도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신한은행의 모바일 뱅킹 타행 이체 무료화에 대해 “다른 은행이 한다고 우리가 꼭 따라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면서도 “아무래도 비대면이 중요해지고 있는 만큼 의식을 안 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시기를 못박을 수는 없지만, 다른 은행들도 경쟁에서 뒤쳐지지 않기 위해 타행 이체 수수료를 무료화하거나 이에 상응하는 서비스를 내놓을 가능성이 크다.

사진=연합뉴스

◆금융 이체 수수료, 카톡 밀려 무료화된 문자 메시지 연상 

 

금융권의 이 같은 행보는 통신업계와 비슷한 점이 많다. 과거 2011년 4월을 돌이켜보면, 방송통신위원회가 통신요금 인하 방안의 하나로 문자 메시지를 무료화하는 방안을 들고 나왔고, 통신업계는 문자를 무료화하면 연간 1조5000억원 상당의 매출이 감소한다며 펄쩍 뛰었다. 당시는 통신업계가 카카오톡을 서비스하던 카카오와 망 사용료 문제를 놓고도 다투던 때다.

 

하지만 SK텔레콤과 KT, LG유플러스 등 이통 3사는 카톡을 대체할 인터넷 문자 메시지 서비스를 내놓는 등 갖은 노력이 다 실패했고, 결국 2013년 SK텔레콤이 자사간 음성과 문자를 무료화한 새 요금제를 출시하는 것을 시작으로, 데이터 중심 요금제를 내놓으며 문자 메시지는 물론 음성통화까지 ‘사실상 무료화’했다. (데이터 사용료를 받으므로 완벽한 무료라고 볼 순 없다.)

 

이통 3사의 결정을 100% 카카오톡 때문이라고는 볼 수 없다. 통신사업은 요금과 서비스 등에 정부와 정치권의 입김이 작용하는 사실상의 통제산업인데, 당시 통신비 인하에 대한 정치권의 압박이 거셌다. 어차피 수익은 쪼그라들고 문자메시지가 카카오톡으로 대체되는 상황에서 통신업계는 울며겨자먹기로 낼수 밖에 없는 패를 던진 것으로 보는게 더 타당해 보인다.

 

금융업 역시 ‘보이지 않는 손’의 통제를 받는다. 금융산업은 금융위원회나 금융감독원의 정책 결정에서 자유롭지 않고, 정치권의 눈치도 살펴야 한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이런 상황에서 금융 서비스 플랫폼 변화에 따라 은행들은 점포수를 빠르게 줄였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국내은행 점포는 △2020년 216개 △2021년 209개 △2022년(8월까지) 179개가 사라졌다. 점포 축소 속도가 너무 빠르자 금융 당국이 한 때 제동을 걸기도 했지만, 수익성을 극대화해야하는 은행의 점포 축소는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가정법이기는 하지만, 신한은행이 수수료를 무료화하지 않았다 하더라도 은행 지점이 대폭 줄어들고 있는 상황에서 정부가 먼저 수수료 무료화를 요구할 가능성도 있다. 어차피 이런 흐름이라면 신한은행처럼 시장에서 선점효과를 누리는게 나을 수 있다.

 

◆인터넷은행 서비스 확장… 시중은행 점포 줄이고 “디지털 퍼스트” 

 

수수료 뿐만 아니라 인터넷은행의 서비스의 확장 흐름도 통신 시장의 변화를 닮았다. 카카오가 카카오메신저를 기반으로 교통, 게임 등 다양한 방면으로 서비스를 확장했던 것처럼, 카카오뱅크 등 인터넷 은행 역시 저변 확장을 꾀하고 있다.

 

카카오뱅크는 중저가신용자를 위한 개인 신용 대출 상품으로 서비스를 시작했지만, 지금은 주택담보 대출 상품을 팔고, 증권 계좌 개설 서비스 등 비은행 서비스도 한다. 규제에 묶여있을 뿐이지, 인터넷 은행이 사업 영역을 확장하는 건 시간 문제라는 얘기도 나온다.

사진=연합뉴스

이런 상황에서 시중 은행들이 점잖은척만 하고 있을 수는 없다. 시중은행들 역시 승부는 모바일 뱅킹 시장에서 봐야 한다는 걸 알고 있고, 지점 무인화, 인력 감축, IT 투자 확대, 비은행 사업 영역 진출 등으로 맞불을 놓고 있다.

 

결국 미래 금융시장은 시중은행과 인터넷은행 간의 경계가 희미해지고 무한경쟁이 벌어지는 시장이 될 가능성이 크다.

 

이번 조치는 신한은행이 그 경쟁에서 다른 시중은행보다 한발 더 빨리 내딛은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진 회장 내정자가 모바일 금융 혁신에 관심이 컸던 만큼, 회장 취임 후 신한금융 계열사간 시너지를 낼 수 있는 모바일 혁신 작업은 한층 강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비단 신한은행이나 신한금융그룹뿐만이 아니다. 국내 주요 시중은행들은 물론 지방은행, 제2금융권의 최고경영자(CEO)들 역시 ‘디지털 퍼스트’를 목놓아 외치고 있다.

 

한 신한은행장은 지난해 말 취임 기자간담회에서 “고객 중심은 신한이 일류 기업으로 가는데 가장 커다란 대명제”라며 “이체 수수료 면제가 고객과 사회를 위한 하나의 메시지가 될 것이며, 모든 은행이 동참했으면 하는 바람이다”라고 강조했다. 그의 바람이든 아니든, 다른 은행이 바라든 바라지 않든 흐름을 바꾸기는 어렵다. 새해 벽두부터 금융권에 변화의 바람이 몰아치고 있다.


엄형준 기자 ting@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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