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속 빠른 메이저 투수 대처 위해
방망이 높이 드는 기존 스탠스서
더욱 간결하고 스피드 있게 수정
타고난 천재라도 나태하면서 노력하지 않으면 도태될 수 있는 것이 냉혹한 프로의 세계다. 이미 KBO리그 최고 타자로 자리 잡은 이정후(25·키움)에게 ‘게으른 천재’라는 수식어가 붙을 일은 없어 보인다. 더 큰 꿈을 위해 타격폼까지 수정하려 나서고 있기 때문이다.

이정후가 2023년 키움의 우승과 자신의 미국 메이저리그(MLB) 도전을 위해 더 간결한 타격폼을 만들겠다는 각오다. 이를 위해 그는 벌써 준비에 들어갔다. 히어로즈 선배인 김하성(28·샌디에이고 파드리스)과 함께 오전에는 웨이트 트레이닝, 오후에는 배팅 연습을 소화한다. 다음 주에는 미국 로스앤젤레스로 건너가 개인 훈련을 하고, 2월 팀 애리조나 스프링캠프에 합류할 예정이다.
이렇게 일찍 훈련에 나서며 그가 변화를 주려는 타격 자세는 지금보다 좀 더 간결한 스윙이 나올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핵심이다. 이정후는 타석에서 보폭을 크게 벌리고 방망이를 높이 든 채 공을 기다린다. 이런 준비 자세에서 변화하는 공을 따라가는 능력, 타격 순간 힘을 싣는 기술까지 삼박자가 더해져 KBO리그 통산 타율 1위(0.342)와 2022시즌 타격 5관왕이라는 성과를 이뤘다.
그런데도 이정후가 프로입단 후 처음으로 타격폼에 손을 대는 이유는 빠른 공과 투수들과 타이밍 싸움에 대처하기 위해 준비 자세를 더욱 간결하게 만들어야 한다는 필요성을 느꼈기 때문이다. 이정후는 “미국 선수들은 준비 자세에서 팔 위치가 거의 어깨까지 내려오는데, 나는 귀까지 올라가 있더라”면서 팔 위치를 살짝 바꿔서 스윙을 준비하는 자세인 테이크 백이 더욱 간결하고 스피드 있게 나오도록 만들겠다는 것이다.
2022시즌 MLB 패스트볼 평균 구속은 시속 93.9마일(151.1㎞)이나 될 만큼 한국보다 훨씬 빠르고 공의 움직임이 많다. 이런 공을 상대하기 위해서는 간결하고 빠른 스윙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크다. 또한 투수들의 퀵 모션이나 긴 인터벌 등으로 타이밍을 뺏으려 할 때도 이에 대처할 수 있다.
다만 타격폼 수정의 완성에는 변수가 있다. 바로 올해 3월 열리는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이다. 대회 출전으로 인해 한 달은 일찍 시즌을 시작하는 셈이라 새로운 타격 자세가 자리 잡기까지 준비할 시간이 짧다. 그래도 이정후는 “WBC가 있어서 걱정”이라면서도 “반대로 수정한 폼으로 국제무대에서 좋은 성적을 내면 또 다른 기회가 될 것”이라고 긍정적인 면도 바라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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