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중·고등 10만∼20만원 지급
서울시교육청 우수선례 꼽혀와
4920명 내달부터 지원 못 받아
“어른 정쟁에 아이들 희생” 비판
가정 문제에 몸도 좋지 않아 고등학교 2학년 때 학교를 나온 A(18)양은 몇 개의 아르바이트 급여와 지원금을 합쳐 월 200만원을 손에 쥔다. 생활비와 학원비, 어머니 빚 갚는 데만 매달 170만원 정도가 나간다. 빠듯한 시간을 쪼개 학업과 일을 병행하던 A양에게 최근 곤혹스러운 소식이 들렸다. A양의 한 달 식비였던 20만원의 ‘교육참여수당’이 올해부터 없어진다는 것. A양은 “갑자기 생활비의 10% 넘는 돈이 사라지게 됐다”며 “제게는 정말 큰돈이고 학원·교재비에서 지출을 줄일 수밖에 없다”고 하소연했다.
5일 세계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서울시의회가 지난해 말 서울시교육청의 올해 예산 중 ‘학교 밖 청소년’의 생활비·학습비로 쓰인 교육참여수당 예산 8억5000만원을 전액 삭감하면서 당장 다음 달부터 5000명에 가까운 학교 밖 청소년이 이 수당을 못 받게 됐다. 시의회 예산안 심의 과정에서 주요 이슈에 밀려 해당 예산 검증도 제대로 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어른’들 정쟁에 지원이 절실한 ‘아이’들이 희생된 것이다.
교육참여수당은 9∼18세 초(10만원)·중(15만원)·고교(20만원) 단계의 학교 밖 청소년에게 교통비·교육비·식비 등을 지원해주는 제도다. 학교 밖 청소년 도움센터 ‘친구랑’ 프로그램에 주 2회, 60% 이상 출석해야 하고, 초·중등은 교통카드(캐시비), 고등은 사용처가 제한된 체크카드로 수당이 입금된다. 수당 지급 전 사용계획서, 수당 지급 뒤에는 사용 보고서를 작성해야 한다.
서울시교육청은 2019년 사업을 시작하고 그해 866명, 2020년 2863명, 2021년 4097명, 2022년 4405명에게 교육참여수당을 지급했다. 간접 지원이 대부분인 학교 밖 청소년 지원을 강화했다는 점에서 서울시교육청의 정책은 우수 선례로 꼽혔다. 올해는 4920명에게 지급될 예정이었는데 예산이 모두 없어지면서 정책 사업이 좌초될 위기다.
서울의 한 꿈드림센터(학교 밖 청소년 지원센터) 관계자는 “교육참여수당은 아이들이 센터 프로그램 이외에 진로에 맞는 수업을 듣는 데 도움이 된다”며 “수당이 없어지면 아이들의 학습 선택권이 줄어들 것”이라고 우려했다. 특히 해당 수당이 센터 프로그램 참여 등 이동이 많은 학교 밖 청소년들의 교통비로 자주 쓰였다는 점에서 이들이 느끼는 실질적 부담은 더 클 것으로 보인다. 최모(16)양은 “정해진 용돈에서 교통비가 추가로 든다면 먹는 걸 줄여야 할 것 같다”고 했다.
누군가에겐 절실한 지원이지만, 그 지원이 없어지는 과정은 너무나 부실했다. 시의회 교육위원회 위원장인 더불어민주당 이승미 서울시의원은 통화에서 “상대 의원들이 현금성 지급으로 인한 실효성을 지적했는데, 그럼 실효성이 없다는 충분한 근거가 있어야 한다”며 “근거 검증이나 수혜자 의견 수렴 과정 없이 삭감됐다”고 주장했다. 교육위 영상회의록을 살펴본 결과, 관련 사안에 대해 2019년 이후 성과분석이 없었다는 점이 한 차례 문제로 제기된 게 전부다.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는 “3년마다 정책 성과분석을 진행하는데 지난해 해당 사업이 성과분석 우선순위에서 밀려 시행되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교육위 한 여당 의원은 “회의 전에 위원들이 관련 사업을 들여다본다”며 “현금 지급에 대해 동의하지 않는 부분도 있었다”고 했다.
2019년 ‘서울시교육청 학교 밖 청소년 지원 정책 성과분석’을 보면, 연구진은 오히려 “(교육참여)수당에 대한 우려 중 하나가 오남용인데 우려와 달리 수당 활용이 매우 건전하고 적절했다”면서 “(한편으론) 식비와 교통비로 50% 정도를 사용한다는 건 학교 밖 청소년의 경우 기본적인 생활비 마련의 절실함을 방증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연구진은 “앞으로도 수당 지급 방식의 지원 정책이 지속돼야 한다”며 적극적인 대상 발굴도 주문했다. 교육위 다른 여당 의원은 “올해 의회에서 검토해보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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