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금리가 연일 하락하면서 연 5%를 상회하던 은행권 정기예금 금리가 3%대로 내려앉은 가운데,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최고 연 8%를 넘는 '기현상'이 발생하고 있다. 더구나 부동산 시장 침체 장기화로 가계 대출 수요가 꾸준히 줄어들고 있어, 은행권이 대출 금리를 올릴 유인이 크지 않다는 게 금융권 안팎의 분석이다.
이에 대해 은행들은 리스크 관리 비용을 대출 금리에 반영했다고 설명했다. 조달한 자금의 만기와 내어준 대출의 만기가 서로 다른 데 따른 리스크를 해소하기 위한 비용을 대출 금리에 적용했다는 것이다. 지난 연말 수신금리 하락분이 이달 발표될 변동형 주택담보대출 준거금리인 '코픽스'에 반영될 예정인 만큼, 은행권은 점차 대출금리가 하락할 것으로 보고 있다.
11일 뉴스1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 9일 기준 4대 시중은행의 주요 정기예금 상품의 1년 만기 최고금리는 연 3.93~4.30%로 집계됐다. 지난해 11월만 해도 연 5%를 넘는 정기예금 상품이 등장했으나, 2개월 만에 금리 하단이 3%대로 주저앉았다.
예금금리가 하락한 데엔 시장금리 영향이 크다. 주요 시중은행의 정기예금 상품은 시장금리와의 연동성이 높은 '시장연동형' 상품으로 주로 은행채 금리와 같은 방향으로 움직인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은행채 1년물은 지난해 11월 10일 연 5.117%로 고점을 기록한 후 줄곧 하락하더니 지난 10일엔 4.037%까지 떨어졌다.
반면 대출금리는 급격히 오르는 모습이다. 이날 4대 은행의 변동형(신규코픽스 6개월물 기준) 주택담보대출 최고 금리는 연 8.11%로 지난해 11월 25일 대비 상단 금리가 0.31%p 상승했다. 일부 시중은행이 새해 들어 가산금리를 인상하면서 상단 금리가 급격히 올랐다.
은행의 대출 금리는 시장금리인 준거금리와 업무 원가 등을 반영한 가산금리를 더한 값에서 우대금리를 차감하는 식으로 정해진다. 시중은행의 신규코픽스 6개월물 기준 변동형 대출 주담대 상품 금리가 8%를 넘어선 것은 2021년부터 시작된 금리인상기 이후 처음이다.
뉴스1에 따르면 금융권 안팎에선 현 시점에서 은행이 대출금리를 인상한 건 이례적이라는 반응이 나온다. 부동산 시장 침체 장기화로 은행의 가계대출 잔액 감소세가 이어지고 있는 만큼, 마케팅 차원에서 금리를 낮추는 게 합리적이라는 것이다.
이에 대해 은행들은 가산금리 구성 요소 중 '유동성 프리미엄' 비용을 반영했다고 설명했다. '조달한 자금의 만기'와 '내어준 대출의 만기'의 간극을 메우는 과정에서 비용이 크게 발생했다는 것이다.
일각에선 은행들이 '마진'인 목표이익률을 상향했을 가능성을 제기한다. 은행은 1년에 한 번 목표이익률을 가산금리에 반영하는데, 새해 경영 계획을 수립하면서 전년 대비 목표를 상향했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은행권은 대출금리 상승세가 이달 들어 꺾일 수 있다고 전망했다. 오는 16일 은행연합회는 변동형 주택담보대출 준거금리인 '12월 신규코픽스'를 발표한다. 지난해 12월 들어 은행권 수신금리가 하락하기 시작한 만큼, 전월 대비 하락했을 가능성이 높다.
신규코픽스는 은행권의 자금조달비용을 가중평균한 수치로, 지난해 하반기 은행권이 경쟁적으로 수신금리를 인상하면서 빠르게 올랐다.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10월 신규 코픽스는 3.98%, 11월은 4.34%로 집계됐다.
은행연합회는 이날 보도참고자료를 통해 "코픽스는 지난달 중 취급된 예금금리 등을 집계해 그 다음달 발표하는 만큼, 예금금리 하락이 은행 대출 기준금리에 반영되는 데엔 시차가 발생한다"며 "12월초 시장금리 하락에 따른 예금금리 하락분은 1월 중순 발표 예정인 코픽스부터 반영돼, 주택담보대출 금리 변화에도 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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