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명절 밥상머리의 화두가 된 '난방비 폭등'의 영향으로 윤석열 대통령의 지지율이 하락했다. 대통령실과 여당은 난방비 폭등의 원인을 전임 정부의 탓으로 돌리고 있으나 성난 민심을 달래진 못한 것으로 보인다.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가 지난 25일부터 27일까지 전국 18세 이상 유권자 1504명에 '윤 대통령의 국정수행에 대해 어떻게 평가하십니까'를 물은 결과 국정운영 긍정 평가는 전주 대비 1.7%포인트(p) 하락한 37.0%로 나타났다. 30일 리얼미터 집계에 따르면 윤 대통령의 지지율은 1월 첫째 주 40.9%를 기록한 뒤 3주 연속 하락 중이다.
'국정수행을 잘못하고 있다'는 부정 평가는 59.8%로 1.0%p 상승했다. 긍정 평가와 부정 평가 간 차이는 22.8%p로 오차범위 밖이다.
윤 대통령의 일간 지지율은 설 연휴가 끝난 26일 1.1%p, 27일 1.4%p 떨어지며 꾸준한 내림세를 보였다.
윤 대통령의 국정 수행을 잘한다는 의견이 잘못한다는 의견보다 많은 지역은 강원(잘함 54.6%, 잘못함 44%)과 부산·울산·경남(잘함 49.7%, 잘못함 46.8%) 단 두곳으로 나타났다.
비교적 지지율이 높은 대구·경북(잘함 41.7%, 잘못함 54.3%), 대전·세종·충청(잘함 40.7%, 잘못함 54.5%)에서도 부정 평가가 더 높았다.
60대(잘함 45.7%, 잘못함 52.1%)와 70대 이상(잘함 57.6%, 잘못함 39.1%)을 제외한 모든 연령에서 윤 대통령에 대한 부정 평가 응답이 긍정 평가 응답보다 많았다.
이념별로 분류했을 때 중도층은 3.5%p 하락한 33.6%, 진보층은 2.5%p 떨어진 13.6%, 보수층은 1.9%p 내린 62.4%로 나타났다.
배철호 리얼미터 수석 전문위원은 "이념과 진영을 구분하지 않고 부정적 평가를 보인 것도 큰 특징"이라고 이날 결과를 설명했다.
직업별 지지율은 난방비 영향에 민감한 농·임·어업이 한주 만에 16.5%p, 가정주부는 2.5%p 각각 하락했다.
배 위원은 "자영업자들의 지지율은 2.8%p 올랐는데 이는 설 연휴 특수로 긍정 평가가 상승했기 때문"이라며 "한파가 길어지면 부정평가로 돌아설 개연성이 높다"고 밝혔다.
배 위원은 "'난방비 폭탄'은 안보 이슈(북한 무인기 대응)나 내부 갈등(나경원 전 의원 사퇴)보다 오히려 국민 여론에 큰 영향을 미쳤다"며 "버스, 지하철 등 대중교통 요금도 인상이 예고된 상황에서 국민 체감 물가 관리가 대통령의 평가에 직·간접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전망된다"고 했다.
정당 지지도는 더불어민주당은 2.1%포인트가 오른 45.4%, 국민의힘은 1.6%포인트 내린 38.6%로 나타났다. 양당 간 격차는 지난주 3.1%포인트에서 6.8%포인트로 벌어졌다.
정의당은 0.1%포인트 낮아진 3.9%를 기록했다. 무당층은 0.2%포인트 감소한 10.7%로 조사됐다.
배 위원은 "난방비 급등과 함께 '나경원 불출마' 문제가 당 지지율에 영향을 끼친 주요 원인으로 분석된다"며 "'김기현 대 안철수'로 구도가 좁혀지며 전당대회의 관심은 올라갈 것으로 보인다. 지지율도 같이 올라갈지 지켜봐야 한다"고 했다.
또 민주당의 지지율에 대해서는 "에너지 고물가 지원 제안 등 난방비 관련 국민 여론에 적극적으로 올라타며 지지율이 상승했다"고 설명했다. 실제 민주당의 지지율은 농/림/어업층에서 16.5%포인트, 사무/관리/전문직에서 6.7%포인트, 가정주부들 사이에서 4.7%포인트가 올랐다.
다만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검찰 출석에 대한 평가가 이번 주 초반 지지율의 방향을 결정할 전망이다"고 말했다.
이번 조사는 무선(97%)·유선(3%) 자동응답 방식으로 실시했다. 표본오차는 95% 신뢰 수준에서 ±2.5%포인트다. 자세한 조사개요와 결과는 리얼미터 홈페이지 또는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 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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