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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초대행·천하장사 식사데이트 등 ‘고향사랑기부제’ 답례품 경쟁 [뉴스+]

, 이슈팀

입력 : 2023-01-30 21:00:00 수정 : 2023-01-30 17:58: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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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인·연예인·운동선수 등 기부 동참 행렬에 제도 홍보효과
기부자 마음 잡기 나선 지자체들 답례품 차별화·다양화 노력
유람선 승선권·경복궁쌀에서 벌초대행·천하장사와 식사권까지
기재부 ‘황당실수’ 세액지원 미뤄져… 국회서 법 다시 고쳐야

올해 1월 도입된 ‘고향사랑기부제’가 시행 한 달을 맞은 가운데 각계 각층에서 기부 동참행렬을 이어가며 흥행조짐을 보이고 있다. 고향사랑기부제는 본인 주소지 외 지자체에 연간 500만원 한도 내에서 기부할 수 있는 제도다. 기부금은 문화예술사업, 보건 증진, 사회 취약계층 지원 등 주민 복리증진을 위한 사업에 사용된다. 열악한 지방재정 확충 및 지역경제 활성화에 도움이 될 수 있어 각 지자체에서는 기부자에게 주는 답례품을 차별화하는 경쟁에 나서는 모습이다.

 

◆文 전 대통령·손흥민 등 동참

 

30일 각 지자체에 따르면 정치인, 연예인, 유명 스포츠 선수 등이 고향사랑기부제에 동참해 홍보효과가 커졌다.

김홍규 강릉시장(왼쪽)과 김종욱 부시장은 지난 27일 강릉농협을 방문해 6개 국내 자매도시 간 우호 증진 및 고향사랑기부제 홍보를 위해 기부금을 기탁한 뒤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강릉시 제공

윤석열 대통령은 국가 균형발전에 대한 의지를 담아 서울시를 제외한 16개 시·도에 각 30만원씩, 총 480만원을 기부했다. 문재인 전 대통령도 최근 자신의 고향인 경남 거제에 고향사랑기부금 500만원을 기부했다고 밝혔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아버지 고향인 이천시에 고향사랑 기부금 200만원을 기부했다고 27일 밝혔다. 오 시장은 설 명절을 앞둔 지난 18일에는 어머니의 고향인 경북 상주시에 같은 금액의 고향 사랑 기부금을 냈다. 김진태 강원도지사와 오영훈 제주특별자치도지사는 고향사랑기부금을 상호 기부했다. 

 

잉글랜드 프로축구 프리미어리그(EPL) 토트넘에서 뛰는 손흥민 선수는 고향인 강원 춘천에 연간 기부 최고 한도액인 500만원을 기부했다. 대구에서는 양준혁야구재단 양준혁 이사장이 기부에 동참했다.

 

방송가 인사들도 고향사랑기부제 정착에 힘을 보태고 있다. 영화배우 이문식은 “힘들 때 고향을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위로가 된다”며 고향인 전북 순창군에 500만원을 기탁했다. 가수 남진은 전남 목포시에 500만원을 전달했다. 가수 진성(전북 부안)과 개그우먼 조혜련(경기 안양) 등도 기부 행렬에 동참했다. 인기 방송 프로그램 ‘삼시세끼’, ‘신서유기’ 등으로 유명한 충북 청주 출신 나영석 PD와 배우 유해진도 각각 충북도에 500만원을 쾌척했다.

 

◆답례품 다양화·차별화 경쟁

 

지자체들은 고향사랑기부제가 초기 흥행을 넘어 장기적으로 정착할 수 있도록 답례품을 다양화·차별화하는 데 힘을 쏟고 있다. 지자체는 기부자에게 기부액의 30%까지 답례품을 제공할 수 있다. 지자체가 선정한 답례품은 12월말까지 2000여개였으나 최근 5000여개로 늘었다.

가수 김연자가 30일 배우 김수미, 김황식 전 국무총리에 이어 3번째 전남 고향사랑기부제 응원에 참여하고 있다. 전남도 제공

답례품 가운데는 농산물과 수산물, 축산물, 가공식품 등 먹거리가 가장 많다. 한우(350개), 쌀(255개), 사과(155개), 꿀(83개) 등이 인기다. 제주 감귤·돼지고기·갈치, 부산 돼지국밥, 울산시 울주군의 언양식 석쇠불고기, 경북 포항 과메기, 경북 안동 간고등어, 전남 영광 굴비, 부산 기장군 기장미역, 충남 천안 호두과자 등 지역 특산품들도 망라돼 있다. 대전은 ‘빵지순례 성지’가 된 성심당 전병, 파운드케이크, 구움과자 등을 내걸었고, ‘포도의 고장’ 충북 영동군은 30종 가까운 와인을 제공해 눈길을 끌었다.

 

먹거리 외에 요트 탑승권(강원 속초), 캠핑장 이용권(전북 김제), 한옥마을 숙박권(전북 전주), 템플스테이(충북 보은), 자동차극장 관람권(전남 함평), 해상펜션(경남 사천), 어촌체험 민박(울산 동구), 반딧불이 신비탐사(전북 무주), 청풍호반 케이블카(충북 제천) 등 체험형 상품도 눈길을 끈다.

 

공연장 좌석에 기부자 이름을 새겨주는 ‘네이밍 도네이션’(광주) 등 이색 상품도 등장했으며, ‘천하장사와 함께하는 식사데이트권’(전남 영암군) 등의 상품은 출시하자마자 품절됐다.

 

이런 바람에 서울시는 최근 고향사랑기부자에게 제공할 답례품 7개로 서울사랑상품권을 포함해 입장권 2종·서울 상징 공예품 3종·농산물 2종 총 7개를 추가로 선정했다. 입장권 품목은 시티투어버스 탑승권(공급업체 노랑풍선·서울시티투어버스), N서울타워 전망대 입장권(CJ푸드빌), 한강 유람선 승선권(이크루즈) 등 3개다. 서울 상징 공예품으로는 경복궁 자경전 꽃담 스카프(묘재), 창덕궁 전통 물감 채색 키트(에이피씨웍스)가 꼽혔다. 농산물 품목에서는 경복궁쌀(강서농협)과 황실배(동서울농협)가 각각 선정됐다.

 

벌초대행 서비스 등을 차별화된 답례품으로 내놓은 곳도 있다. 경남 의령군은 추석 전 벌초 수요를 고려해 7월 무렵부터 추석 전까지 답례품으로 벌초대행 서비스를 한시적으로 제공할 예정이다. 충북 괴산군 역시 최근 벌초대행 서비스 이용권을 답례품에 추가했다.

장동현 충북 진천군의회의장이 지난 25일 고향사랑기부제 홍보 챌린지 릴레이에 참여하고 있다. 진천군의회 제공

◆기재부 황당 실수…기부 행렬에 찬물 끼얹어

 

한편 기획재정부의 황당한 실수 탓에 당초 올해로 예정됐던 고향사랑기부제에 대한 세제 지원이 2년 미뤄져 흥행가도를 달리는 기부행렬에 찬물을 끼얹었다.

 

정부는 지난해 고향사랑기부에 대한 세액공제 시행 시기를 2023년에서 2025년으로 2년 유예하는 내용의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정부 관계자는 “당초 올해 시행 예정이었던 금융투자소득세 시행을 2년 유예하는 과정에서 법 시행 시기를 규정한 부칙이 일부 맞물리면서 세법상 고향사랑기부제시행도 2년 밀리는 실수가 발생했다”고 설명했다.

 

개정안은 이후 정부 원안대로 국회를 통과했고, 고향사랑기부제 세액공제는 현행법상 올해 시행이 불가능하게 됐다. 이 과정에서 기재부는 물론, 법안 심사를 담당하는 법제처와 최종 법률 개정 권한을 가진 국회까지 어디서도 오류를 잡아내지 못했다.

 

당초 예정대로 세액공제를 올해부터 시행하기 위해서는 국회에서 다시 법을 바꿔야 한다. 기재부는 이날 세액공제 시행 시기를 2025년에서 2023년으로 환원하는 내용의 조특법 정부안을 국회에 제출했다고 밝혔다. 정부 관계자는 “법 정비를 마치면 올해 제도 시행에는 문제가 없으며, 내년 연말정산에 고향사랑기부 세액공제를 반영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조성민 기자 josungmi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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