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법무장관은 형법상 강간죄의 구성 요건을 ‘폭행·협박’에서 ‘동의 여부’로 개정하는 이른바 ‘비동의 간음죄’ 도입과 관련해 “억울한 사람이 죄 없이 처벌받게 될 우려가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2일 조선일보에 따르면 한 장관의 이 발언은 단순 기자 질문에 대한 답변이었지만, 법무부는 해당 발언이 담긴 쇼츠(짧은 동영상) 콘텐츠로 제작해 공식 유튜브에 게재했다.
앞서 여성가족부는 ‘제3차 양성평등정책 기본계획’에서 ‘비동의 간음죄’ 신설을 검토한다는 내용을 담았다 철회했다.
여가부는 철회한 이유에 대해 사전에 법무부로부터 ‘종합적 검토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논의나 검토조차 없이 진행돼 합의한 관계였음에도 이후 동의가 없었다고 상대방을 고소하는 등 법이 악용될 소지가 크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는 한편 법무부도 반대 입장을 드러냈다.
법무부는 비동의 간음죄 신설과 관련해 구체적으로 학계 등 전문가 의견을 수렴하고 해외 입법례에 대한 심층적 연구를 포함해 성폭력범죄처벌법 체계 전체에 대한 사회 각층의 충분한 논의를 거치는 등의 종합적 검토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한 장관도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한 장관은 지난달 31일 오후 경기 과천 법무부 청사에서 기자들과 만나 관련 질문을 받고 “굉장히 논쟁적인 영역”이라면서 우려를 표했다.
한 장관은 “성범죄에 대해선 엄격하게 처벌해야 된다는 입장에 서 있다. 국가는 그래야 한다”면서도 “다만 그렇게 입법할 경우, 수사와 재판 현장에서 동의 여부에 대한 입증 책임이 검사가 아니라 사실상 피고인에게 전환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조문 구조상 동의가 있었다는 것을 피고인이 입증해야하는 상황이 된다. 그 경우 억울한 사람이 죄 없이 처벌받게 될 우려가 있다”며 “그렇기 때문에 신중한 검토를 해야 한다는 게 법무부 입장이다. 법원에서도 그런 이유로 신중 검토 입장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비동의 간음죄를 도입한 외국과 우리나라는 경우가 다르다고 설명했다. 그는 “스웨덴, 독일 등에서 (비동의 간음죄를) 도입했는데, 법문화와 법 시스템의 차이를 고려해야 한다”며 “그 나라들은 성범죄에서 유죄 판결을 받는 확률이 굉장히 낮다. 그걸 보완하기 위해서 그런 개념을 도입한 면이 있다. 그 나라의 실정에서 왜 이걸 도입할 수밖에 없었느냐는 부분까지도 깊이 검토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한편 조민경 여성가족부 대변인은 ‘비동의 간음죄’ 도입이 긍정하는 쪽으로 검토가 된 것이 아니냐는 질문에 “‘검토’ 그 자체로 이해해 주시면 좋겠다”며 “관계부처의 협의 과정을 거쳤고 상세한 추진계획은 시행계획에 포함될 예정이라고 했는데, 기본적인 과제들의 일반적인 추진 절차에 대해 설명을 했던 것”이라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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