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TS ‘버터’ 촬영 맹방해변·영화 ’헤어질 결심’ 라스트신 등장 부남해변/‘미스터 션샤인’ 애신아씨 거닐던 논산선샤인랜드/‘킹덤’ ‘슈룹’ 사극 드라마 산실 문경새재오픈세트장
“날 사랑한다고 말하는 순간 당신의 사랑은 끝났고, 당신의 사랑이 끝나는 순간 내 사랑이 시작됐죠.” 서래(탕웨이 분)는 해준(박해일 분)에게 전화로 알 듯 모를 듯, 마지막 말을 남긴다. 그리고 성난 파도가 몰아치는 바다에서 해준의 ‘미결 사건’으로 남기 위해 삶을 포기하는 서래. 그런 서래를 찾아 바다를 헤매는 해준의 라스트신이 먹먹한 잔향을 남기는 영화는 180만 관객을 돌파한 박찬욱 감독의 ‘헤어질 결심’. 영화가 큰 인기를 끌면서 마지막 장면에 등장하는 처연한 바다가 요즘 여행자들로 북적인다. 한국관광공사가 추천하는 2월에 가볼 만한 여행지, ‘K콘텐츠 성지’를 따라 강원 삼척으로 달린다.
◆삼척 맹방해변과 부남해변
강원 삼척시는 최근 2년 동안 한류팬들의 성지로 떴다. 바로 방탄소년단(BTS)의 ‘버터’ 앨범 재킷 촬영지인 근덕면 맹방해변과 영화 ‘헤어질 결심’에 등장하는 부남해변 덕분이다. 맹방해변은 동해의 손꼽히는 여행지. 곱고 부드러운 모래가 끝없이 펼쳐져 ‘명사십리’로 불리는데 BTS가 다녀간 뒤로 팬들의 성지로 인기가 하늘을 찌른다. 2021년 3월 맹방해변에서 앨범 재킷을 촬영한 ‘버터’는 발매와 동시에 빌보드 핫100 차트 1위에 올랐고 10주 동안 정상을 지키는 기록을 세웠다. 노란색 바탕에 ‘BTS 방탄소년단 앨범재킷 촬영지’라 적힌 화살표 표지판을 따라가면 짙푸른 바다와 하얀 포말로 부서지는 파도가 밀려왔다 사라지는 시원한 모래사장이 펼쳐진다. 앨범에 등장하는 콘셉트를 재현하고 소품까지 그대로 마련해 놓았다. 바다 빛과 강렬한 대비를 이루는 주황색, 초록색이 섞인 파라솔, 파란색과 노란색 줄무늬 선 베드, 서핑 보드, 비치발리볼 네트까지 완벽하다. 하얀색 대형 알파벳으로 만든 ‘BTS’ 조형물은 가장 인기 있는 포토존.
맹방해변에서 차를 타고 남쪽으로 15분을 달리면 ‘마침내’ 부남해변에 도착한다. “산에 가서 안 오면 걱정했어요, 마침내 죽을까 봐.” 서래가 남편 사망 사건을 조사하는 해준을 처음 만난 장면에서 내뱉은 이 의미심장한 한 단어는 영화가 뜨면서 요즘 여기저기서 시도 때도 없이 쓰이는 말이 됐다.
맹방해변은 밝고 활기찬 BTS 노래 덕분에 버터처럼 달콤하지만 부남해변은 영화 ‘헤어질 결심’의 잔상이 깊게 남은 탓인지 아리고 쓸쓸하다. 바닷가로 내려가는 돌계단부터 대나무숲으로 둘러싸여 영화적인 풍경을 물씬 풍기고 사람 없는 해변의 망루는 겨울바다라 더 서정적으로 다가온다.
“여자에게 미쳐서 수사를 망쳤죠. 완전히 붕괴됐어요. 저 폰은 바다에 버려요. 깊은 데 빠뜨려서 아무도 못 찾게 해요.” 서래의 휴대전화에 남은 유일한 해준의 음성 녹음 목록 ‘무너지고 깨어짐.’ 바닷가에서 서래를 찾던 해준은 녹음 속 자신의 목소리가 사랑 고백으로 서래에게 받아들여졌음을 깨닫지만 이미 늦었다. 서래는 “난 해준씨의 미결 사건이 되고 싶어서… 벽에 내 사진 붙여놓고 잠도 못 자고 오로지 내 생각만 해요”라며 파도 속으로 사라졌기에. 성난 파도와 기암괴석 갯바위, 바위산이 모두 그대로라 영화의 마지막 장면만 마구 겹치면서 겨울바다의 쓸쓸함을 더한다.
◆애신아씨 만나러 논산 갑니다
충남 논산은 2018년 방영된 뒤 새로운 한류 드라마의 아이콘이 된 ‘미스터 션샤인’ 덕분에 꾸준히 여행자들의 발길이 이어진다. 한성에 가로등 수백 개가 처음 불을 밝힌 날, 조선 노비 출신 미 해병대 장교 유진 초이(이병헌 분)와 명문가 규수 고애신(김태리 분)이 만나는 장면 등 드라마 대부분이 촬영된 곳이 연무읍 봉황로 논산선샤인랜드다. 논산시와 드라마 제작사가 조성한 선샤인랜드는 총면적이 2만㎡에 달할 정도로 규모가 상당하다. 국내 유일한 개화기 촬영 세트장인 선샤인스튜디오가 마련됐고 한국전쟁 직후의 풍경을 재현한 1950스튜디오, 실내에서 사격과 가상현실(VR) 체험을 즐기는 밀리터리체험관 등으로 꾸며져 볼거리와 즐길 거리가 풍성하다.
특히 ‘미스터 션샤인’의 배경이 된 1900년대 초반 한성을 그대로 재현했다. 건물 중앙의 화강암 시계탑이 인상적인 한성전기 사옥 등 근대 서양식 건물 5동, 기와집 19동, 초가집 4동, 일본식 가옥 9동이 설치됐고 1899년 운행을 시작한 전차까지 어우러져 타임머신을 타고 120여년 전으로 시간여행을 떠나게 만든다. 선샤인스튜디오 매표소를 지나면 등장하는 글로리호텔이 인기. 대한제국 시기 한성 최초의 서양식 숙박 시설이던 손탁호텔을 모델로 꾸몄으며 드라마에선 유진 초이, 유학생 김희성(변요한 분), 일본 낭인 구동매(유연석 분)가 자주 드나들며 ‘가배’를 마시던 곳으로 등장한다. 드라마처럼 2층에 고풍스런 카페 ‘선샤인가배정’이 운영 중이다. 주인공들이 처음 만나는 아치형 홍예교, 마차·전찻길·일본식 상가 건물이 어우러진 개화기 거리, 애신 아씨의 마당집과 일본식 목조 가옥 동매집, 양과자를 팔던 불란셔제빵소, 흥신소로 등장하는 ‘해드리오’ 등 드라마 속 장소를 곳곳에서 만난다.
◆한류 사극 드라마의 산실 문경
경북 문경시 문경읍 문경새재오픈세트장과 문경새재도립공원은 한류 사극 열풍을 일으키는 데 큰 역할을 한 곳이다. ‘킹덤’ ‘연모’ ‘옷소매 붉은 끝동’ ‘슈룹’ 등 수많은 사극 드라마가 이곳에서 촬영됐다. 한양과 영남을 잇는 관문인 문경새재는 태종 때 개통됐고 숙종 때 주흘관, 조곡관, 조령관이 지어졌을 정도로 역사가 깊다. 2000년 한국방송공사가 고려 시대를 배경으로 드라마를 제작하기 위해 문경새재오픈세트장을 건립했고 2008년 조선시대를 배경으로 한 오픈세트장을 새로 지으면서 우리나라 사극 드라마의 메카로 자리 잡았다.
최근에는 인기 판타지 드라마 ‘환혼’ 제작진이 마성면 하내리에 대규모의 오픈세트장을 지으면서 문경은 사극 드라마 촬영지로 최고의 인기를 누리는 중이다. 전 세계에서 인기를 끌면서 한국형 좀비 드라마의 새 역사를 쓴 ‘킹덤’에서 좀비들이 건너던 다리 등이 그대로 남아 있다. 또 ‘옷소매 붉은 끝동’에 등장하는 백제궁과 백제교, ‘슈룹’에서 중전(김혜수 분)과 계성대군(유선호 분)이 지우산을 쓰고 지나는 아름다운 장면을 촬영해 인기를 끈 광화문도 만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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