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잡이 안 잡고 일어서다 넘어졌는데 버스 기사에 치료비 1600만원 요구 [영상]

제보자 “승객, 양손에 짐 들고 일어서다 버스 속도 줄자 크게 넘어져”
“기사, 치료비가 너무 많아 감당 안돼…경찰 처분 받으면 일도 못 해”
한문철 변호사·누리꾼들 “버스 기사의 잘못없다”…한 목소리로 주장

한 승객이 버스가 멈추기 전에 자리에서 일어나 손잡이를 잡지 않고 서 있다 넘어졌는데, 버스기사에게 치료비 1600만원을 요구했다는 사연이 전해졌다.

버스기사는 다친 분이 안타깝지만 치료비가 너무 많이 나와 감당이 안되는 데다 경찰 처분을 받으면 일을 하기 힘든 난감한 상황이라고 도움을 호소했다.

이에 대해 교통사고 전문 한문철 변호사와 누리꾼들은 “버스기사의 잘못이 없다”라고 한 목소리로 밝혔다.

지난 9일 유튜브 채널 ‘한문철 TV’에는 ‘버스기사님이 치료비 감당도 힘들고 스티커까지 받게 되면 일을 하기 힘든 상황입니다’라는 제목의 영상이 올라왔다.

제보자 A가 공개한 영상에 따르면 이 장면은 지난해 11월 29일 오후 12시 45분쯤 대구광역시 달서구의 한 시내버스 내에서 승하차를 위해 정류소에 진입하기 위해 속도를 줄이던 도중 앉아있던 승객이 넘어지는 사고 장면을 담고 있다.

사고 전 버스는 제한속도 50㎞ 도로에서 22㎞로 주행하고 있었고, 정류소 진입 전 속도는 16㎞였다.

영상을 보면 한 승객이 양손에 짐을 든 채로 일어나는 모습이 포착됐다. 이 승객은 양손의 짐 때문인지 손잡이를 잡지 않았는데, 버스의 속도가 줄어들자 크게 넘어졌다.

승객은 사고 직후 119를 통해 병원으로 이송됐는데, 엉치뼈 부상으로 전치 16주를 진단받고 치료비가 1600만원이 나왔다. 이후 버스기사에게 치료비를 청구했다.

경찰은 버스기사에게 스티커를 발부했는데 기사는 이를 거부하고 경찰청에 이의신청했다. 이에 도로교통공단은 승객이 넘어지기 직전 속도가 16㎞였는데 6㎞로 감속된 것이 사고의 원인이라 판단했다.

A씨는 “이는 회사 동료의 사고인데, 동료 형님은 처음 겪는 큰일이고 나이도 많고 시내버스 운전을 평생 천직으로 알고 살아왔다”라며 “하지만 아직 좀 더 일을 해야 하며 퇴직하면 택시라도 해야 하는 형편인데 너무 힘들어한다”라고 토로했다.

이어 “다친 분 치료비가 너무 많이 나와 개인적으로 감당도 안 되고 경찰 처분을 받게 되면 일을 하기 힘든 상황이어서 안타까운 마음이 앞서 염치 불구하고 도움을 청한다”라며 “어떻게 대처하면 좋을지 길 좀 알려달라”라고 조언을 구했다.

영상을 본 한 변호사는 “다른 승객들은 흔들림이 없다. 미리 일어나지 말고, 일어났으면 뭘 잡아야 한다. 경찰은 블랙박스 차주에 잘못이 있다고 판단하고 범칙금을 내라고 했다”라고 설명했다. 이어진 투표에서도 버스기사에게 ‘잘못이 없다’는 의견이 100%로 나왔다.

한 변호사는 “그렇다. 잘못이 없어야 옳다”며 “다른 승객들은 전혀 동요가 없고 손잡이도 거의 흔들림이 없지 않나. 찻잔도 안 흔들릴 정도에서 혼자 넘어졌는데 뭘 잘못했나”라고 지적했다.

또한 “유튜브 보면 많이 있다. 검색하면 버스 즉결심판 찾아보면 무죄받은 경우 많다. 이런 표현을 써서 죄송하지만 옛날에는 즉결심판이 있다는 것을 몰라서 그냥 당했다”며 “즉결 가서 무죄받아라. 이번 사고도 무죄받아야 한다. 꼭 무죄받으라”라고 말했다.

A씨는 “동료 형님이 너무 고마워한다. 잘 준비해서 판사에게 차분히 말하도록 하겠다”라며 “결과는 알 수 없지만 형님은 대한민국 최고 전문가의 도움을 받는다는 자체만으로도 마음이 놓인다고 행복해한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버스기사는) 변호사님 유튜브 버스사고 영상 여러 편을 찾아놓고 머리 맞대고 공부 중이다. 즉결에서 안 되면 정식재판까지 가 볼 생각”이라며 “결과가 어떻게 나오든 이 사건 끝은 있을 테니 잘 정리해서 글 올리겠다”라고 덧붙였다.

이를 본 누리꾼들도 “버스기사 잘못이 없다”라고 한 목소리로 밝혔다. 이들은 ‘버스 속도가 빠른 것도 아니고, 본인이 손잡이를 잘 잡고 있던 것도 아니고’, ‘저걸로 치료비가 1600만원 나왔다는 게 더 놀랍다’, ‘본인이 제대로 손잡이 안 잡고 정차 전에 일어나서 넘어진 걸 무슨 경찰에 신고해’, ‘기사님 불안해하지 마시길. 잘못 없다’ 등의 반응을 보였다.

이승구 온라인 뉴스 기자 lee_owl@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