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는 가격을 매길 수 없다"
국제사회의 우크라 지원 주도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70여년 역사상 첫 여성 사무총장이 탄생할까.
14일(현지시간) 나토에 따르면 옌스 스톨텐베르그 현 사무총장이 오는 10월 물러날 예정인 가운데 외신들은 앞다퉈 차기 유력 후보자 하마평을 쏟아내고 있다. 노르웨이 총리 출신인 스톨텐베르그 총장은 2014년부터 8년 넘게 나토를 이끌어왔다. 임기 4년의 사무총장을 한 차례 연임하고 원래 지난해 10월 물러나야 했으나,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란 돌발변수가 터지며 나토 회원국들로 구성된 이사회의 의결로 임기가 오는 10월까지 1년 연장됐다.
외신에 이름이 오르내리는 차기 사무총장 후보는 페드로 산체스 스페인 총리, 마르크 뤼터 네덜란드 총리, 마리오 드라기 전 이탈리아 총리, 벤 월리스 영국 국방부 장관 등이다. 그런데 AFP 통신이 “여성 사무총장 탄생 가능성이 있다”는 전망을 내놓은 뒤 카야 칼라스 에스토니아 총리가 급부상하는 중이다. 1949년 발족한 나토가 사무총장 직위를 둔 것은 1952년부터인데, 만약 여성 사무총장이 임명한다면 70여년 역사상 최초 사례가 된다.
1977년생으로 올해 45세인 칼라스 총리는 영어를 능숙하게 구사하고 프랑스어도 할 줄 안다. 독일과 러시아 사이에 낀 에스토니아는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나치 독일과 소련(현 러시아)의 각축장으로 전락했다가 전후 전승국인 소련에 병합된 아픈 역사가 있다. 칼라스 총리가 태어나 어린 시절을 보낼 때만 해도 에스토니아는 소련 공산주의의 통제 아래 있었으며, 냉전 종식 및 소련 해체가 이뤄진 1991년에야 독립국 지위를 되찾았다.
자연히 공산주의, 그리고 러시아를 미워하는 칼라스 총리는 지난해 2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후 국제사회의 러시아 규탄 및 우크라이나 지원을 주도하고 있다. 러시아에서 막대한 양의 천연가스를 수입하던 독일이 에너지 대란을 우려해 러시아산 가스 수입 금지 등 대(對)러시아 경제제재에 미온적 태도를 보이자 칼라스 총리는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한테 “가스는 좀 비쌀 수 있지만 자유는 가격을 매길 수조차 없다”고 일갈했다. 이는 독일이 반(反)러시아 전선에 확고히 동참하는 계기가 됐다. 최근에도 독일을 강력히 설득해 자국 주력 전차(탱크) 레오파르트2를 우크라이나에 지원하도록 만들었다. 따라서 칼라스 총리가 나토 수장에 오르면 나토와 러시아의 경쟁이 더욱 격화하고, 우크라이나에 대한 나토의 군사지원도 한층 강력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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