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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출이자 내느니 월세 산다”… 서울 ‘100만원 이상 월세’ 역대 최다

입력 : 2023-02-16 06:00:00 수정 : 2023-02-16 07:55: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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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자금 빌리면 이자만 월 200만원”
신혼부부·청년층 등 월세 빌라로 몰려
2022년 100만원 넘는 월세 빌라 3018건
2020년 1027건 비해 3배 가까이 급증

‘빌라왕’ 사건으로 전세 기피 두드러져
소형빌라 전세 거래는 전년比 7.2% ↓
사기 피해자 30대 52%·20대 20% 차지

서울 광진구에 사는 A씨는 지난달 보증금 3000만원에 월세 150만원으로 구의역 인근 신축 빌라에 신혼집을 마련했다. 당초 결혼자금을 절약하고, 2억원가량 추가로 대출을 받아 경기 용인시의 아파트에 전세를 얻을 계획이었지만 포기했다. 시중의 전세자금대출 금리가 6%대로 오르면서 이자로만 매달 200만원가량을 지출해야 해서다. A씨는 “비싸게 은행 이자를 내느니, 월세를 사는 게 훨씬 낫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빌라를 알아보게 됐다”며 “에어컨 같은 편의시설도 잘 갖춰져 있고, 출퇴근 시간도 훨씬 절약하게 돼서 만족하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 송파구 다세대·연립(빌라) 일대. 연합뉴스

고금리의 영향으로 전세자금대출 이자 부담이 커지면서 월세 100만원이 넘는 서울 소형 빌라가 급증하고 있다. 과거에는 청년이나 신혼부부 등 젊은 층은 전셋집을 구해야 주거비 부담을 아낄 수 있다는 인식이 강했지만, 최근에는 고금리 영향으로 상황이 달라졌기 때문이다.

15일 부동산 정보업체 경제만랩에 따르면, 지난해 서울의 전용면적 60㎡ 이하 소형 빌라의 월세 거래 4만3917건 중 월세 100만원이 넘는 거래는 3018건(6.9%)으로 집계됐다. 2011년 관련 통계 작성 이후 가장 많은 거래량이다. 반면 지난해 서울 소형 빌라 전세 거래는 6만7541건으로 전년(7만2747건) 대비 7.2% 감소했다.

서울 소형 빌라의 월세 100만원 이상 계약 건수는 2019년까지 매년 1000건을 밑돌다가 2020년 1027건, 2021년 1693건으로 늘어났다.

자치구별로는 강남구가 791건으로 가장 많았고, 송파구(458건), 서초구(390건), 마포구(166건), 광진구(156건), 중랑구(135건), 강동구(97건), 용산구(92건) 등이 뒤를 이었다.

지난해 소형 빌라 중 가장 월세가 비싼 곳은 강남구 역삼동의 ‘우리엘’(27.95㎡)이었다. 지난해 4월 보증금 800만원, 월세 450만원에 임대차 계약이 체결됐다. 2위는 강남구 청담동에 위치한 ‘청담범신칼릭스빌 3차’(45.31㎡)로 보증금 390만원에 월세 390만원이었다. 서초구 ‘서초동 아크리움 2차’(52.74㎡)가 보증금 4000만원, 월세 350만원으로 3위에 올랐다.

고액 월세 계약이 늘어난 것은 최근 ‘빌라왕’ 사건을 비롯한 전세 사기가 급증한 상황도 영향을 미쳤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김병욱 의원이 주택도시보증공사(HUG)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9월 전세피해지원센터 개소 이후 지난 1일까지 접수받은 피해 상담 사례 중 30대 접수자가 52%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 20대 이하가 20%로 뒤를 이었고 40대(6%), 50대(4%), 70대 이상(1%)의 순이었다. 부동산 계약 경험이 적은 청년과 신혼부부가 전세사기범의 주요 타깃이 되고 있는 것이다. 피해 유형별로는 보증금 미반환이 65%로 가장 많았고, 경매 진행(8%), 비정상 계약(8%) 등이 뒤를 이었다.

황한솔 경제만랩 리서치연구원은 “전세자금대출 이자가 높아진 데다 최근 전세사기가 사회 문제가 되면서 목돈이 있어도 월세에 사는 것이 안전하다는 인식이 생겨 고액 월세 소형 빌라가 늘어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전세사기에 대한 경각심이 높아지면서 전세보증금 반환보증보험 가입자 규모도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HUG에 따르면, 지난달 반환보증을 발급받은 세대수는 모두 2만3241세대로, 월별 기준 제도 도입 이후 가장 많았다. 보증 발급금액도 5조6084억원으로 최대치였다. 지난달 보증사고도 968건, 금액은 2232억원으로 각각 월별 기준 사상 최다, 최대 기록을 경신했다.


박세준 기자 3ju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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