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새해 첫 절기인 입춘이 지났다. 유난히 쌀쌀했던 겨울도 어느덧 지나가고 봄의 따뜻한 날과 꽃 피우는 식물들을 맞이할 생각에 매일매일 즐거워지는 나날이다.
수목이 겨우내 매서운 추위와 바람을 이겨내기 위해 겨울눈(winter bud)으로 지내다가 따뜻한 봄이 오면 두꺼운 외투를 벗고 몸집을 키우기 시작한다.
지난 주말 동네 공원을 산책하다가 유난히 큰 겨울눈을 부풀리며 봄을 기다리는 나무 한 그루를 만났는데, 바로 봄꽃으로 유명한 ‘목련’이었다.
목련은 목련과 목련속의 낙엽교목으로 제주도 한라산의 중산간이나 곶자왈에 자생하는 우리 식물이다. 꽃이 활짝 핀 목련은 그 모습이 워낙 인상적이어서 조경수로 심어 가꾼다. 덕분에 식물에 관심이 없던 사람들도 꽃이 피는 시기에는 큰 관심을 보이는데 재밌게도 꽃의 화려함 속에는 숨겨진 독특한 형태와 역사가 있다.
목련은 화석 기록을 살펴볼 때, 약 9500만년 전에 등장한 것으로 여겨지는 속씨식물(Flowering plant)이다. 이 시기의 속씨식물들은 아마도 원시적일 것이라 추정되는 형태를 갖추고 있었는데, 목련의 경우를 살펴보면 기다랗게 발달한 꽃턱에 뚜렷이 분화되지 않은 꽃조각(perianth), 수술군(androecium), 암술군(gynoecium)이 아래에서 위 방향으로 나선상 배열을 이루는 독특한 구조를 가지고 있다. 또한 이 시기는 꿀벌이 출현하지 않았던 터라 딱정벌레류가 목련의 수분 매개 곤충으로 함께 진화하였는데, 목련은 큰턱이 발달하는 딱정벌레류를 맞이하기 위해 유난히 두꺼운 질감의 꽃조각, 수술군, 암술군을 갖추게 되었다.
과거 등장부터 오늘날까지 목련은 그 모습을 온전히 유지하며 우리 곁에서 함께 살고 있다. 우리가 감히 가늠할 수 없는 시간 속에서 겪었을 환경 변화에 적응하며 지금도 그 시절의 화려한 꽃을 피우고 있는 것이다. 이처럼 변화무쌍한 지구상에서 강인한 적응력으로 그 역사를 함께한 목련이 새삼 경이롭단 생각이 드는 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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