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서대문구 이화여자대학교의 2023학년도 정시모집 합격자 등록 과정에서 학교측의 안내 실수로 등록금을 내지 못해 불합격 처리됐다는 사례가 알려져 논란이 되고 있다.
16일 세계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올해 이대 정시모집에 응시한 A양은 지난 9일 저녁 1차 추가합격자 명단에서 자신의 이름을 확인했다. 다음 날 오후 2시반쯤 이화여대 입학처로부터 “왜 등록금을 납부하지 않느냐. 오늘 오후 4시까지 내야 한다”는 전화를 받은 A양은 이 내용을 아버지 B씨에게 전달했다.
B씨는 정확한 내용을 확인하기 위해 오후 2시 51분 이화여대 회계팀에 “오늘 오후 4시까지 납부해야 하는게 맞냐”고 문의했다. B씨에 따르면 회계팀 직원의 답은 “다음 주 수요일까지 납부하시면 된다”는 것이었고, 재차 확인하는 질문에도 해당 직원은 “추가 납부다 보니까 이게 하루씩 돼서 그런 것”이라며 “수요일까지는 열릴 예정”이라고 답했다.
B씨는 해당 통화 내용을 녹음했다고 밝혔다.
해당 직원의 말만 믿고 차주에 등록금을 납부하려 한 B씨는 다음 날 청천벽력 같은 소식을 들었다. 11일 오후 1시반쯤 A양의 선생님으로부터 “등록금 미납으로 합격이 취소됐다”는 연락을 받은 것이다. 당황한 B씨가 입학처에 문의하자 학교 측은 “입학처 홈페이지에 추가합격자는 다음 날까지 등록금을 납부해야 한다고 정확히 안내가 돼 있다”는 답변으로 일관했다.
회계팀 직원의 답변에 대해서는 “등록금 안내 문의는 별도로 녹취하지 않고 있어 정확히 어떤 대화가 오갔는지 확인할 수 없기 때문에 다음 조치를 취하기도 힘든 상황”이라는 게 학교의 입장이다. 이화여대 관계자는 “해당 직원이 왜 다음 주 수요일까지 내면 된다고 했는지에 대한 단서도 전혀 없어 답답하다”고 전했다. 대화 내용만으로 상담했던 직원을 찾아내기에는 하루에 들어오는 문의가 너무 많다는 설명이다.
A양은 “합격했다고 여기저기 이야기하고 다녔는데, 갑자기 뒤바뀐 결과에 그동안 고생한 것이 송두리째 날아가는 기분”이라며 “너무나 황당하고 비통한 심정”이라고 말했다.
B씨는 “교직원의 잘못된 안내로 빚어진 사건에 대해 학교가 어떠한 책임도 지지 않고, 모든 것을 수험생에게 떠넘기며 시간만 끄는 무책임한 태도만 보이고 있다”며 “모든 대입 수험생과 학부모가 그렇듯 각고의 노력을 기울여 당당히 대학에 합격했음에도 어이 없이 피눈물을 흘리게 된 것”이라고 호소했다.
그는 자신의 실수로 딸의 성취를 망가뜨렸다는 생각에 자책하며 부녀간 대화도 제대로 못 하고 있다고 털어놨다. 이어 “교직원 한 사람의 실수로 한 학생의 인생이 이렇게 날아가도 되는 것이냐”며 “재학 중인 고등학교를 통한 교육부 신고, 국민 청원은 물론 소송까지 불사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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