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세안 ‘중심성’ 선포 승부수
韓, 중립적 협력의 공간 활용
삼자협력 중개자役 모색해야
알리바바가 “열려라 참깨!”를 외친 것처럼 아세안의 핵심 파트너가 되려면 이 주문이 필요하다. 바로 “아세안 중심성(ASEAN Centrality)”이다. 아세안 중심성은 아세안과의 관계 발전을 희망하는 대화상대국과의 회의나 자료에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표현이다. 친강 중국 외교부장이 지난 22일 아시아 첫 방문지로 인도네시아를 방문했을 때도 예외가 아니었다. 인도네시아 레트노 마르수디 외교장관과 까으 끔 후은 아세안 사무총장을 만난 친 부장은 중국이 아세안의 전략적 독립과 아세안 중심성을 지지한다고 강조하였다.
아세안 중심성은 무슨 의미일까. 아세안이 공식적으로 중심성에 대하여 정의를 내리지는 않았다. 하지만 아세안의 공식 문서나 외교 전략 연구를 통해 공통적으로 발견되는 의미를 종합해보자면, 아세안 중심성은 아세안이 추구하는 지역 및 국제협력에서의 적극적이고 중심적인 역할을 강조하는 목표이다. 이는 아세안이 역내외 주요 강대국을 모두 포함하고 있는 11개 대화상대국 체제를 구축하고 이들과 개별적인 아세안+1 회의체를 운영하는 한편, 아세안+3(APT), 동아시아 정상회의(EAS), 아세안 지역안보포럼(ARF) 등 아세안이 주도하는 지역협력 메커니즘을 운영하는 외교현상으로 나타난다. 즉 아세안이 지역 국가들을 한자리에 모으는 힘에 기반을 둔 아세안의 방식을 가능하게 한 것이 아세안의 중심성이라고 할 수 있다.
진영 경쟁이 심화되는 상황에서 아세안 중심성은 어느 한편에 분명하게 줄을 서기보다는 양쪽 모두를 품고, 오히려 충돌의 힘을 이용하여 비상하려는 아세안의 핵심 전략으로 발전하는 양상을 보인다. 따라서 양 진영의 요구가 거세질수록 아세안은 더욱 강력하게 아세안 중심성을 선포하는 것이다. 이는 아세안 중심성이 아세안으로서는 현재의 딜레마적인 상황을 돌파할 가장 효과적인 승부수이기 때문이다.
아세안 중심성에 호소하는 대표적인 파트너가 중국이다. 중국은 2003년 10월에 아세안의 전략적 동반자 지위를 부여받은 첫 번째 국가일 뿐 아니라 2021년 10월 대화상대국 중 처음으로 이를 포괄적 전략 동반자 관계로 발전시키는 데에도 성공하였다. 중국은 아세안과 정상 및 장관급 회의를 포함하여 약 40개의 협력 메커니즘을 보유하고 있다. 중국은 그 누구도 아세안의 선택과 결정에 개입해서는 안 된다며, 아세안 중심성의 최대 지지자를 자처하고 있다.
그렇다면 우리가 아세안 중심성을 지켜서 얻는 이득은 무엇일까? 아세안이 어느 한편을 들지 않고 중립적인 협력의 공간이 되고자 할 때 아세안 중심성은 같은 딜레마를 지닌 국가들에도 효과적인 협력의 장이 될 수 있다. 또한 다른 파트너 국가들과의 협력으로 확대할 여지가 크다는 점에서도 각별한 중요성을 지닌다. 아세안은 한국뿐 아니라 미국, 일본, 호주, 인도 및 EU와 유럽 각국이 발표한 인태전략에서 핵심적인 파트너로 지목되었으며, 아세안 중심성은 지역협력의 원칙으로 거론된다. 한국의 인도태평양 지역 협력이 아세안에 피봇(pivot)을 두었을 때 여타 파트너와의 협력도 용이해질 수 있다는 의미이다.
아세안이 중심성을 발휘할 수 있도록 아세안의 메커니즘을 적극 활용하고 발전시키면 아세안의 마음을 얻을 뿐 아니라 우리에게도 도움이 된다. 인도태평양 지역에 등장하는 다양한 협력 구도 속에서 아세안 중심성을 지키면서도 ‘아세안+한국+1’의 삼자협력을 추진하는 중개자, 촉진자로서 가치를 높일 방법을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아세안이 인정하는 소지역 협의체이자 한국이 파트너로 참여하고 있는 GMS(메콩강 경제권), BIMP-EAGA(브루나이·인도네시아·말레이시아·필리핀-동아세안 성장지대)나 다양한 주제별 협의체 중에서 한국의 기여 방안을 찾는 것은 현실적인 출발점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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