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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성 고객 외면한 마일리지 ‘뭇매’… “쓰고 싶을 때 쓰게 해줘야” [뉴스 인사이드-대한항공 ‘개편안’ 재검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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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3-02-26 11:00:00 수정 : 2023-02-26 09: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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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항거리 따라 공제구간 4→10개 늘려
장거리 공제율 상향… 중단거리는 하향
대한항공 “중단거리 마일리지 사용 많아
기존 혜택 장거리 집중… 대다수 효용↑”

소비자 “중단거리, LCC 이용하면 저렴
마일리지 사용, 장거리에 더 쓸모 있어”
비즈니스·일등석 공제율 기존 대비 인상
구매 가능한 ‘보너스 좌석’ 공급도 부족

A씨는 10년 가까이 해외여행을 갈 때마다 대한항공 여객기를 이용해왔다. 일부러 가격 할인 혜택 대신 마일리지 적립을 더 많이 해주는 항공권을 구입하는 등 마일리지 적립에 신경을 쓰다 보니 어느덧 7만 마일리지 넘게 쌓을 수 있었다. 보너스 항공권을 이용해 미뤘던 유럽 여행을 가려던 A씨는 최근 대한항공 마일리지 개편 소식을 들었다. A씨는 “코로나19 대유행 이후 해외여행을 자유롭게 다닐 날만 기다리고 있었는데 그동안 마일리지를 모아온 것이 허탈하다”며 “마일리지가 적게 필요한 제주 등 단거리 항공권은 좌석 구하기도 힘들다”고 말했다.

대한항공이 4월부터 시행 예고했던 마일리지 제도 개편안이 여론의 역풍을 맞고 있다. 장거리 노선을 이용할 경우 마일리지가 더 많이 필요한 개편안에 소비자 불만이 쏟아지고 정부·여당까지 압박하자 대한항공은 한발 물러서며 시행을 재검토하기로 했다.

지난 23일 인천국제공항 제2여객터미널에 대한항공 비행기가 주기돼 있다. 뉴시스

◆‘장거리 노선 마일리지 더 사용’ 개편안 재검토

24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대한항공은 4월 1일부터 시행할 예정이었던 마일리지 제도 개편안의 재검토에 들어갔다.

대한항공은 마일리지 적립·공제기준을 변경하고, 신규 우수회원을 도입하는 등 마일리지 제도 전반을 면밀히 살필 예정이다. 향후 발표 시점은 상당한 시일이 소요될 전망이며, 신규 제도 시행 전까지는 현행 제도가 유지된다.

원래 시행 예정이었던 개편안은 운항 거리에 따라 마일리지 공제 구간을 국내선 1개와 국제선 10개로 늘리는 것이 핵심이다. 국내선 1개와 동북아시아, 동남아, 서남아, 미주·구주·대양주 등 국제선 4개 지역으로 나뉜 현행 구간을 더 세분화해 가격을 다르게 책정한 것이다.

이에 따르면 보너스 항공권 구입을 위해 장거리 노선은 기존보다 더 많은 마일리지를 사용해야 하고, 중단거리 노선은 더 적은 마일리지를 쓰게 된다.

예를 들어 장거리 노선인 인천~뉴욕 편도 일반석(이코노미 클래스) 항공권에 필요한 마일리지는 개편 전 3만5000마일에서 개편 후 4만5000마일로 늘어난다. 반면 단거리 노선인 인천~후쿠오카 일반석 항공권에 필요한 마일리지는 개편 전 평수기 기준 1만5000마일에서 개편 후 1만마일로 줄어든다.

대한항공에 따르면 고객들이 마일리지를 이용해 구매하는 보너스 항공권은 중단거리에 집중돼 있다. 국내선 이용 고객 비중이 50%에 가깝고 일본, 중국, 동남아까지 포함하면 76%다. 또한 멤버십 회원인 스카이패스 회원의 90%는 3만마일 이하의 마일리지를 보유하고 있다. 이에 따라 “기존 마일리지 제도는 장거리 노선에 혜택이 집중돼 있어, 개편안으로 중단거리를 이용하는 대다수 회원 혜택이 증가한다”는 것이 대한항공의 설명이다.

 

개편안에는 예약 등급에 따라 마일리지 적립률을 조정하는 방안도 포함돼 있었다. 일반석의 경우 13개 예약 등급 7개의 마일리지 적립률을 낮췄고, 일등석과 비즈니스석은 일부 상향 조정됐다.

대한항공이 애초 4월 1일부터 시행하려 했던 마일리지 제도 변경을 전면 재검토하기로 했다고 밝힌 지난 22일 인천국제공항 제2여객터미널 출국장의 대한항공 카운터에서 이용객들이 마일리지를 적립하고 있다. 연합뉴스

대한항공이 마일리지 공제율과 적립률을 개편한 것은 약 20년 만이다. 그동안 마일리지 적립 환경이 달라졌고 해외 항공사들도 여러 차례 마일리지 제도를 바꾸는 등 항공산업의 여건 변화를 반영한 것이다.

개편안은 2019년 12월 발표됐다. 당시 3개월의 사전고지와 1년의 유예기간을 거쳐 2021년 4월부터 시행 예정이었으나, 예기치 못한 코로나19 대유행 사태로 유예기간이 2년간 더 연장되며 올해 4월로 미뤄진 것이다.

◆공제율 조정과 함께 보너스 좌석 확대도 필요

대한항공의 이번 개편안이 소비자의 원성을 사는 것은 마일리지의 실효성이 크게 떨어졌기 때문이다.

소비자들은 장거리 항공권을 구입할 때 마일리지를 활용할 수 있는 것이 마일리지 제도의 핵심 혜택이라고 강조한다. 중단거리 노선의 경우 가격이 더 저렴한 저비용항공사(LCC)를 다양하게 이용할 수 있지만, 장거리 노선은 그렇지 않아 마일리지로 구입한 항공권이 더 저렴하기 때문이다.

23일 인천국제공항 제1여객터미널 출국장에서 시민들이 수속을 밟고 있다. 뉴시스

또한 마일리지로 구입할 경우 더 저렴한 비즈니스석과 일등석의 마일리지 공제율이 훨씬 높아졌다는 점도 지적된다. 통상 비즈니스석 가격은 일반석의 3∼4배 비싸지만 마일리지로 구입할 경우 2배가 채 되지 않는다. 대한항공은 개편안에서 인천∼뉴욕 구간의 경우 일반석 공제 마일리지는 29% 늘렸지만, 비즈니스석은 44%, 일등석은 69%씩 확대했다.

반면 마일리지로 이용할 수 있는 영화관 등의 다른 사용처는 항공권을 구입하는 것에 비해 마일리지의 가치가 낮다. 남은 마일리지를 조금씩 쓸 수는 있지만 쓰기가 아까워 소비자들의 불만이 커지는 대목이다.

최철 숙명여대 소비자경제학과 교수는 “항공사 입장에서는 마일리지 제도 개편을 미룰 수 없는 상황이겠지만 그동안 다소 비싸더라도 국적기를 이용하며 마일리지를 쌓고 이용해온 충성고객들에게는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며 “소비자의 입장을 좀 더 고려해서 적절히 부수적인 서비스와 편익을 조절하는 것이 공급자로서의 책임 있는 모습일 것”이라고 밝혔다.

사진=연합뉴스

이번 개편안에 포함돼 있지는 않지만 기본적으로 마일리지를 이용해 구매할 수 있는 항공권의 수 자체가 너무 적어 예약 자체가 힘들다는 지적도 나온다. 국토교통부는 항공사들에 마일리지 좌석 비율을 편당 5% 수준으로 권고하고 있는데, 대한항공은 이를 준수하고 있다면서도 구체적인 비중을 공개하지는 않고 있다.

대한항공은 향후 마일리지 제도 개편과 함께 고객들이 보다 원활히 마일리지를 사용할 수 있도록 보너스 좌석 공급 확대, 마일리지 할인 프로모션 실시, 마일리지 사용처 확대 등을 시행한다는 계획이다.

항공업계의 한 관계자는 “내가 모은 마일리지를 얼마나 적립하고 차감하느냐도 중요하지만 내가 쓰고 싶을 때 쓸 수만 있었다면 지금만큼 논란이 되지 않았을 것”이라며 “마일리지를 제때 사용하도록 하는 방안이 마련돼야 소비자들이 납득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항공사마다 고유 제도 운영, 적립도 쉬워… 외항사 마일리지 제도는

 

전 세계 항공사는 각각 적립률과 공제율에 조금씩 차이가 있는 고유한 마일리지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마일리지를 필요한 만큼 구입하거나, 가족이 아닌 다른 사람에게 양도할 수 있는 항공사도 있다.

 

24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각 항공사에서 보너스 항공권을 발급받기 위해 노선별로 필요한 마일리지가 많게는 10만마일 이상까지 차이가 난다.

 

인천~미국 로스앤젤레스 노선을 기준으로 대한항공 일반석(이코노미 클래스) 왕복 보너스 항공권을 발급하는 데 7만마일이 필요하다. 원래 4월부터 시행 예정됐던 개편안으로는 8만마일이 소요된다.

 

거리가 비슷해 동일한 구간에 해당하는 델타항공의 인천~시애틀 노선은 13만~15만마일이 필요하다. 또한 유나이티드항공의 인천~샌프란시스코 노선은 13만7000~16만마일, 에어프랑스의 인천∼파리 노선은 14만∼30만마일이 각각 사용된다.

 

중·단거리인 인천∼싱가포르 노선의 경우 대한항공 일반석 공제 마일리지는 왕복 4만마일이다. 싱가포르항공은 같은 구간의 보너스 항공권을 발급받기 위해 5만4000∼9만마일이 필요하다.

 

보너스 항공권 발급 때 마일리지를 많이 공제하는 외항사의 경우 마일리지를 적립하기 더 쉬운 측면도 있다.

 

거리에 따라 마일리지가 적립되는 대한항공과 달리 델타항공은 회원 등급에 따라 항공권 가격 1달러당 5∼11마일이 적립된다. 에어프랑스는 회원 등급에 따라 항공권 가격 1유로당 4∼8마일을 적립해준다.

 

노선별로 비교해보면 인천∼싱가포르 노선의 경우 대한항공 일반석의 적립 마일리지는 2018∼2883마일이다. 싱가포르항공 일반석의 적립 마일리지는 2874∼5748마일이다.

 

여러 외항사는 마일리지 구매와 양도 제도도 마련하고 있다. 델타항공과 유나이티드항공은 최소 2000마일부터 마일리지를 구매할 수 있고, 가격은 두 항공사 모두 1000마일 기준 35달러다. 델타항공은 1000∼3만마일 사이로 다른 회원에게 마일리지를 양도할 수 있다. 처리 수수료 30달러와 1000마일당 요금 10달러는 공제된다.

 

한국 시장에서만 특화된 마일리지 사용처를 제시하는 곳도 있다. 핀에어는 2014년부터 마일리지를 백화점 상품권으로 바꿀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인천~헬싱키를 일반석으로 왕복했을 때 1만∼5만원까지 교환할 수 있다.


백소용 기자 swinia@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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