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출신 최고위원, 국힘 포용력 보여줄 수 있어
역사 전쟁 속 보수 정체성 확고하게 할 적임자
외교·대북문제 전문가로 당 지도부서 역할 하겠다
최고위원 된다면 총선 준비·합리적 공천제 만들 것
대통령 의중 받들 수 있는 사람이 차기 당대표 돼야”
“태영호가 이번에 당 지도부에 들어간다면 ‘국민의힘에는 기득권을 깨려는 움직임이 있다’는 걸 국민들에게 보여주는 거다. 기득권이 딱 쥐고 있는 더불어민주당에선 할 수 없다. 우리 당원들이 그만큼 대단히 포용적이고 글로벌하다는 것이다.”
3·8 국민의힘 전당대회에 최고위원 후보로 출마한 태영호 의원은 지난달 24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진행한 세계일보와 인터뷰에서 북한 출신이자 외교 전문가인 자신이 여당 최고위원이 된다면 당의 다양성과 전문성을 높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대한민국 정치판은 나처럼 아무런 연고도 없는 사람이 들어와서 큰 정치인이 되기 힘든 구조”라면서 “이번 전당대회를 계기로 우리 당이 그 어떤 사람도 녹여낼 수 있는 ‘멜팅 폿’(Melting pot·용광로) 같은 정당의 이미지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다음은 태 후보와의 일문일답.
―합동연설회를 다니며 지역 현장에서 느끼는 분위기는 어떤가.
“연설할 때 첫 번째 원칙이 원고 없이 당원들과 진짜 대화하는 것처럼 하자는 것이다. 두 번째는 화두를 뭐로 꺼낼지 고민을 많이 한다. 모든 후보가 다 그 지역과 연고를 얘기하지만 나는 아무리 찾아도 연고가 없기 때문에 지역민들이 알만한 역사적 사실을 얘기하니 집중을 해주시는 것 같더라. 당원들을 많이 만나고 스킨십을 하면 할수록 지지율이 올라가는 걸 느낀다.”
―왜 태영호가 최고위원이 돼야 하나.
“진보 좌파와 역사 전쟁 속에서 보수의 정체성과 역사 이념을 확고하게 해놓을 수 있는 사람이다. 특히 역사 전쟁이 현실 정치에 자꾸 반영되는 게 문제다. 문재인 전 대통령이 6·25 전쟁을 일으킨 원흉 중 하나인 김원봉에게 국군의 뿌리가 있다는 발언을 하고, 주적을 삭제하는 식으로 정책에 반영된 게 대표적이다.
또 국정원 대공수사권 폐지 문제 등 한국의 정치 현실이 대북정책과 매우 많이 엮이고 있고, 정부의 국정운영에서 외교의 중요성도 대단히 커지고 있다. 이런 상황 속 당 지도부에 나 같은 대북문제·외교 전문가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현재 최고위원 선거 판세는 어떻게 보고 있나.
“초반 여론조사에서 항상 8등이었지만 최근 4위권(당선권)에 진입했다. 처음에 3.1%로 시작해 9.2%까지 올랐다. 이번 선거에서 한 번도 지지율이 내려가 본 적이 없다. 태영호가 최고위원 후보로 나왔다는 걸 10명 중 8명이 몰랐다가 알게 되면서 오르고 있다고 생각한다. 이 상승세를 계속 유지하는 게 아주 중요하다고 본다.”

―최고위원이 된다면 추진하고 싶은 일은.
“제일 먼저 총선 준비를 해야 한다. 역사 전쟁이나 국정원 대공 수사권 폐지 같은 안보 위기 상황의 심각성을 국민들에게 알리는 것이 아주 중요한 문제다. 국민들이 국민의힘을 지지해주시고, 우리가 다수당이 돼야 이런 문제를 바로잡을 수 있다.
합리적인 공천 제도에 대한 치열한 논쟁도 필요하다. KPI(key performance indicator) 시스템 등을 활용한 데이터 정당을 만들어야 한다. 핵심 활동 지표를 통해 우리 당이 일하는 정당, 민생을 해결하는 정당의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유튜브 등 SNS(사회관계망서비스)로 국민들과 소통하는 것도 중요하다. 공천할 때 ‘왜 이 사람이어야 하는지’를 데이터를 통해 볼 수 있어야 한다.”
―‘제주 4·3 사건이 북한 김일성의 지시로 촉발됐다’는 발언으로 논란이 됐는데.
“제주에서 사죄한 것은 나도 한때 공산 정권에 몸담고 있었기 때문이다. 공산주의자들에 의해 사건이 촉발됐지만, 그 이후 훨씬 더 많은 사람들이 국가 권력에 의해 희생됐다. 그걸 죄송하다고 사죄하고 위로하는 과정에서 일어난 일이다. 내가 4·3 사건 희생자들을 폄훼·비방·조롱했다거나 국가 권력의 과잉 진압과 폭력을 합법화했다는 것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
다만 당에서 선거 기간에 이런 언행을 하지 말라, 자중하라는 주의 조치가 나왔기 때문에 이 문제에 관해 이야기를 하지 않고 있다. 내가 최고위원이 되기 위해 이 문제를 정략적으로 활용하려는 것처럼 보이면 역사적 진실이 호도된다. 국회의원은 봉사직이기 때문에 그 어떤 경우에도 국민의 마음을 아프게 하면 안 된다. 전당대회가 끝나면 유족분들을 다 만나서 진심을 전할 것이다.”

―차기 당대표는 어떤 자질을 갖춘 사람이 돼야 하나.
“대통령의 의중을 받들 수 있는 당대표가 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여당으로서 흔들리지 말아야 할 근본 원칙은 대통령 보좌다. 윤석열정부를 성공한 정부로 만들어야 한다. 그런데 이준석 전 대표처럼 대통령과 척을 지거나, 당의 주장을 내세워 뜨려 한다거나 하는 사람은 안 된다고 생각한다.
두 번째는 대권의 꿈이 있는 사람이 당대표가 돼선 안 된다. 우리 당은 과거 박근혜 전 대통령과 당시 당 지도부였던 김무성 전 대표 사이의 갈등 이후 총선도 지고 박 전 대통령 탄핵이란 아픔도 겪었다. 일각에서는 당이 대통령과 다른 결의 목소리를 내야 정당이라는 말을 하기도 하는데, 지금은 그럴 때가 아니다. 대통령과 똘똘 뭉쳐 하나의 정치 결사체를 만들 수 있는 분이 당대표가 되는 게 맞다.”
―막판 득표 전략이 있다면.
“저는 특정 후보를 향한 네거티브는 절대 쓰지 않을 것이다. 여론조사의 연령별 지지도를 보니 20대 쪽에서 상당한 지지가 나왔다. 뉴진스의 ‘하입보이’(Hype boy) 춤을 추거나 랩을 하는 모습에서 20대와 공통분모를 찾으려 노력하는 후보라는 생각을 해주신 것이 아닐까 싶다. 젊은층의 표심과 함께 1인 2표제라는 점을 노려 마지막 한 표를 태영호에게 주십사 어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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