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年 발생일수 30년새 66일 ↑… 기후변화가 빚은 ‘산불 재앙’ [뉴스 인사이드-‘연중·대형화’하는 산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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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3-03-05 08:00:00 수정 : 2023-03-06 20:4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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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 건조한 겨울·봄 집중 패턴 바뀌어
순천 월등면 대형 산불 임야 등 피해
초여름까지 산불서 안심할 수 없게 돼

가뭄·강풍·폭우·폭염 이상고온 현상
산불 규모 키우는 최적의 환경 조성
대형 산불은 대량 탄소배출 악순환도

상시적인 위험 노출… 예측도 어려워
내화수림대 조성 등 산림관리 나서야
70대 수준인 ‘임차 헬기’ 확충도 시급

3일 오후 2시15분쯤 전남 순천시 월등면의 한 야산에서 불길이 치솟았다. 이 불은 초속 10m의 강풍을 타고 빠르게 번졌고, 산림 당국은 2시간여 후인 오후 4시30분쯤 산불 2단계를 발령했다. 산불 2단계는 예상 피해 면적이 30∼100㏊일 때 발령된다. 다행히 인명 피해는 발생하지 않았지만 임야 수십㏊가 불에 탔고, 인근 비닐하우스 등이 전소됐다. 이번 산불은 주변 과수원에서 부산물을 소각하다 불이 번져 발생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달 28일엔 경북 예천군 와룡산에서 불이 났다. 18시간의 밤샘 사투 끝에 불은 잡았지만 축구장 52개 크기, 산림 37㏊가 잿더미로 변했다. 겨울인 올해 1∼2월에만 146건의 크고 작은 산불이 발생했다. 피해면적만 79㏊(약 24만평)이다.

 

과거 3∼4월에 집중됐던 대형산불은 최근 겨울에서 초여름까지 세력을 넓히고 있다. 전통적인 ‘산불 시즌’은 사라졌다. 온난화 등 기후변화 때문이다. 일 년 내내 산불에서 안전하지 못하다. 화마의 위력은 날로 거세진다. 기후위기 시대, 산불은 전쟁보다 위협적이다.

◆기후변화, 산불 패턴을 바꿔놓다

 

최근 들어 지금까지 경험하지 못한 산불의 특이 패턴이 포착되고 있다. 도심형 산불이 발생하고 확산하면서 막대한 피해를 야기하고, 연중 산불 발생 일수도 증가했다. 1990년 산불이 한 건이라도 발생한 날은 365일 중 104일이었지만 최근 3년 사이 170일로 66일 많아졌다.

 

50년 만의 최악의 겨울 가뭄이 있었던 지난해 발생한 산불은 740건이다. 이는 이전 10년 평균인 481건보다 1.5배 이상 증가한 수치다. 산불 피해면적은 10년 평균 대비 약 7배 증가했다.

 

산불은 덥고 건조한 날씨, 강한 바람이 원인이지만 근본적인 원인은 기후변화에 있다. 겨울 고온, 가뭄 일상화, 이른 시기 강풍. 온도가 높아지고 습도는 줄어들고, 바람 세기는 증가하면서 산불을 확대시키는 최적의 환경을 만들어내고 있는 것이다.

국립산림과학원이 지난해 내놓은 지난 60년간(1960∼2020년) 우리나라 기상관측 자료를 보면, 2000년 이후 1월과 6월 산불 발생 위험성이 약 30∼50%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대형산불에 안전한 달이 없어지고 있다는 얘기다.

 

미래 전망은 더 암울하다. 유엔환경계획(UNEP)이 지난해 2월 내놓은 글로벌산불보고서를 보면, 기후변화와 토지사용 변화로 대형산불은 2030년 14%, 2050년 30%, 2100년 50%로 가파르게 증가한다.

 

연평균 강수량 증가는 산불을 키우는 역설적 요소이다. 집중호우로 연속적으로 비가 오지 않는 날의 길이가 평균적으로 길어져 대지 건조성을 높이기 때문이다. 산 중턱이나 산 밑에 대규모 아파트 단지가 들어서는 도시확장, 산 아래 전원주택을 짓는 귀농·귀촌 현상도 산불 대응력을 약화시킨다.

◆산불은 기후변화 가속화 ‘악순환의 고리’

 

이상기후를 동반하는 기후변화는 초대형 산불을 일으키고, 초대형 산불은 엄청난 양의 온실가스를 배출한다. 기후변화에 따른 대형산불 증가는 기후변화를 가속화한다. 악순환이다.

 

산림과학원이 산불 피해지와 미피해지를 조사한 결과, 소나무 숲 100㎡가 산불로 탔을 때 이산화탄소(CO₂) 약 54t이 배출됐다. 이는 자동차 7대가 1년간 배출하는 양과 같다. 지난해 경북 울진·강원 삼척을 강타한 산불은 약 131만t의 온실가스를 발생시킨 것으로 추정된다. 중형차 약 2200만대가 서울에서 부산(400㎞)으로 이동할 때 내뿜는 이산화탄소 양에 버금가는 수준이다.

 

대형산불은 화마가 훑고 간 곳뿐 아니라 수백㎞ 떨어진 지역까지 영향을 끼친다.

 

신라대학교 전병일 교수 연구팀에 따르면 지난해 5월 밀양산불에서 발생했던 대기오염물질은 50㎞ 떨어진 부산까지 도달했다. 연구팀이 당시 산불 지점으로부터 남동쪽 35㎞ 지점인 김해 동상동의 미세먼지 농도를 분석해보니 산불에서 배출된 대기오염물질로 초미세먼지 농도는 14배, 미세먼지 농도는 4배 이상 높아졌다. 연구팀은 “어떤 지역에서든지 산불이 발생하면 50∼100㎞ 떨어진 도시의 대기가 오염될 수 있다는 점이 증명된 것”이라고 했다.

 

산불 발생은 대부분 시민 부주의에서 기인한다. 처벌은 쉽지 않다. 실화자를 특정하더라도 혐의를 증명하기가 쉽지 않아서다. 1986년 이후 역대 최장기간 산불로 기록된 울진·삼척 산불은 발생 1년이 된 현재까지 원인 미상이다. 산불은 한 번 나면 인명·재산 피해도 크지만 산림 훼손으로 복구가 어렵다는 점에서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는 여론이 높다. 지난해 발생한 산불 피해금액은 1조3452억원으로 추산된다.

◆예방이 최선의 대책… ‘숲 가꾸기’로 강한 산림 조성해야

 

전문가들은 기후변화로 산불 패턴이 달라지고 예측 가능성이 낮아진 만큼 사전 관리체계 구축이 중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권춘근 산림과학원 연구사는 “산불 예방·대응보다 우선시해야 하는 것은 숲 가꾸기를 통한 산림관리”라고 강조했다. 권 연구사는 “나무와 나무 사이의 간격을 넓혀주고, 불의 사다리 역할을 하는 죽은 나뭇가지를 잘라주고, 관목류를 정리하면 불이 바닥에서 나무 위로 옮겨붙는 것을 저지할 수 있다”며 “가지치기와 솎아베기를 비롯, 지속적인 숲 가꾸기로 산불에 강한 산림을 만들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소나무림이 많은 우리나라 특성상 산불에 강한 내화수림대 조성, 임도 확대도 예방책이다.

 

지방자치단체 임차헬기 관리 개선도 급선무로 지목된다. 산불 진화의 골든타임은 신고부터 물 투하까지 ‘30∼50분’이다. 산불 현장에 가장 빨리 투입될 수 있는 임차헬기의 초기 진화 여부에 따라 산불 양상이 달라질 수 있는 만큼 임차헬기를 충분히 확보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현재 전국 지자체에서 연평균 70대가 운영되고 있다. 배택훈 전 한서대 교수는 “예산을 대폭 확대해 지자체마다 기후와 지형에 맞는 임차헬기를 충분히 확보, 산불 초기 진화 주력 헬기로 육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산림청은 올해 대형산불 예방대책으로 24시간 산불을 감시하는 인공지능(AI) 기반의 지능형 폐쇄회로(CC)TV를 강원과 경북 동해안 지역에 확대 설치한다. 원전과 문화재 등 국가 중요시설물 위치를 관리하고 중요시설물 인근에서 산불이 났을 때 지연제(리타던트)를 투입한다. 드론산불진화대를 투입해 야간산불을 대비한다. 남성현 산림청장은 “산림청을 중심으로 지자체와 행정안전부 등 관계기관과 협력체계를 구축해 산불재난에 적극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대전=강은선 기자 groov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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