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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이 도맡은 취객 보호… “인계할 의료기관 늘려야” [심층기획-주취자 부실대응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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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3-03-04 21:24:57 수정 : 2023-03-06 20:44: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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잇단 방치 사망 사건에 관심 고조
전국에 주취자응급의료센터 21곳
서울엔 4곳뿐… “수용 감당 역부족”

대부분 병원들은 주취자 인계 꺼려
경찰이 감당하느라 치안 대응 차질
“병원 참여 유도 지원책 등 마련을”

“남양주나 구리에서 이송 오는 경우도 있어요. 주취자는 긴급환자도 아닐뿐더러 진료비를 수납하지 않고 가는 경우도 많아서 일반 병원 응급실에서는 잘 받아주지 않거든요.”(서울의 한 주취자응급의료센터 상주 경찰관)

최근 연이은 경찰의 ‘주취자 방치 사망사건’이 문제가 되면서 주취자응급의료센터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경찰이 주취자를 인계할 전문기관이 필요하다는 지적에서다. 경찰과 센터 관계자들은 주취자 대비 센터 숫자가 턱없이 부족한 현실 때문이라고 입을 모았다.

2022년 9월10일 제주 연동지구대 경찰관들이 순찰 중 노상에 주취자가 자고 있는 것을 발견하고 귀가 조처하고 있는 모습. 뉴시스

2일 경찰청에 따르면 현재 전국에 운영 중인 주취자응급의료센터는 총 21개다. 주취자응급의료센터라고 불리지만, 별도 시설은 없다. 지방경찰청과 양해각서(MOU)를 체결한 병원 응급실에 경찰관 2명이 상주하는 식이다. 경찰은 주취환자가 안전하게 치료를 받도록 돕고, 돌발상황 시 주취자와 의료진을 보호하는 역할을 한다.

2011년 전국 최초로 주취자응급의료센터를 설치한 서울경찰청의 경우 △국립의료원 △서울의료원 △보라매병원 △적십자병원 등 4곳에서 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2020년 초까지는 서남병원과 동부병원을 더해 총 6곳이었는데, 두 병원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전담병원으로 전환하면서 사실상 운영이 중단됐다.

세계일보 취재진이 서울경찰청과 MOU를 맺은 주취자응급의료센터 4곳을 방문해 관계자들을 만난 결과, 이들은 “현재 운영되고 있는 센터만으로는 주취자를 감당할 수가 없다”고 지적했다.

주취자응급의료센터에서 근무하는 경찰 A씨는 “일반 응급실도 얼마든지 주취자를 수용할 수 있다. 경찰이든 소방이든 병원 응급실에 먼저 연락해 주취자 수용 여부를 물어보고, 허락하면 해당 응급실로 가는 구조”라면서 “문제는 대부분의 대형 사립병원 응급실은 주취자 수용을 거절한다는 점”이라고 꼬집었다. 다른 센터에 상주하는 경찰 B씨도 “보호자에게 인계되지 않고 병원까지 실려오는 주취자는 대부분 노숙인이나 경제적 취약계층”이라며 “이들을 받아도 돈이 되지는 않고 다른 환자들의 민원만 생길 수 있으니 사립병원은 주취자를 받으려 하지 않는다”고 했다.

주취자 응급의료센터. 연합뉴스

실제로 경찰들 사이에서는 병원으로 주취자를 보내려다가 실패한 사례가 왕왕 공유된다. 서울의 한 파출소에서 근무하는 경찰 C씨는 “사리분별이 가능한 주취자는 집으로 보내지만, 아예 의식이 없는 경우에는 구급차를 불러 병원으로 보낸다”면서도 “병원에서도 주취자를 받으려 하지 않는다. 주취자가 의료진에게 욕을 하고 거칠게 행동할 수 있으니 수용하려 하지 않는 것 같다”고 말했다. ‘병원 이송’이라는 선택지를 아예 포기한 이들도 있었다. 파출소 경찰 D씨는 “구급차를 부르면 구급대원이 병원 이곳저곳에 전화하느라 고생을 하는데, 병원이 받아주지를 않는다”며 “구급차에서 링거를 놓아주는 정도로 처치한다”고 했다.

서울경찰청의 주취자응급의료센터 현황 자료를 보면 센터 이용자 수는 2017년 7335명에서 2022년 1836명까지 떨어졌다. 2020년 코로나19 확산으로 센터 수가 일시적으로 기존 6곳에서 1곳으로 줄면서 센터 이용자 수가 급감한 영향도 있다는 게 서울경찰청 설명이다.

문제는 이렇게 센터로 인계되지 않을 경우 경찰이 할 수 있는 조치가 없다는 점이다. 주취자의 안전을 위협할 뿐 아니라 경찰의 치안 대응에도 차질을 일으킬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를 낳는다. A씨는 “경증 주취자의 경우 본인이 의사 표현을 할 수 있는 수준이기 때문에 보호자 등에게 연락해 인계하면 되지만, 중증 주취자는 돌발상황이 발생할 수 있어 빠르게 의료기관으로 인계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의료기관으로 주취자를 인계하는 경우에는 경찰이 바로 다른 업무로 복귀할 수 있지만, 인계되지 않으면 계속 주취자 옆에 붙어 있어야 하니 다른 신고에 대응을 할 수가 없다”고 덧붙였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주취자응급의료센터를 확충하거나 일반 병원 응급실도 주취자를 받게 하는 유인책을 제공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 나온다. 파출소 경찰 E씨는 “주취자를 수용하는 병원에 지원금을 주는 등 병원이 주취자를 받을 이유를 정부가 만들어줘야 소방이나 경찰이 겪는 주취자 대응 문제가 해결될 것 같다”고 말했다.

전문가들도 같은 의견을 보였다. 이웅혁 건국대 경찰학과 교수는 “경찰에 보호조치 의무가 있는 건 맞지만, 주취자를 보호할 시설이 있는지가 가장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응급이나 긴급구호가 필요한 사람이 있다면 관련 기관에 연계돼야 하는데, 어디에 데려다줘야 하는지 정해지지 않았다”며 “경찰은 주취자응급의료센터로 주취자를 인계하는 초동조치만 하고 그 이후는 의료보건 공무원이 담당해야 한다”고 했다. 또 “법에 (주취자가 이송을 거부할 경우) 행정적으로 강제할 수 있는 내용도 담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병원에 주취자 인계를 강요하기보다 병원의 자발적 참여를 유도하는 방식이 돼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곽대경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주취자에 대한 경찰의 업무 부담이 상당히 높다. 그 부담을 의료기관이나 지방자치단체에서 덜어주는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면서도 “병원이 자발적으로 주취자를 받을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조희연·이의현·윤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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