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금리에 집값 하락 기대감 작용
부동산시장 부진 심화·장기화 땐
부채 상환 부담 고위험 가구 증가
비은행권 PF대출 부실화 높아져
금융시스템 불안 요인 작용 우려
2월 전세대출 신규 수요 둔화
은행권 주담대 통계 이래 첫 감소
급격히 오른 대출금리와 시장의 주택가격 하락 기대감 등으로 올해 부동산 가격이 더 내려갈 것이라는 한국은행의 전망이 나왔다. 부동산 부문의 부진이 심화·장기화할 경우 금융시스템 불안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는 만큼,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금융 구조조정 등 리스크 관리가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한은은 9일 발표한 ‘통화신용정책보고서’에서 “앞으로도 주택시장 부진은 높은 대출금리, 매매·전세가격의 연쇄 하락 등에 따라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이같이 밝혔다.
한은은 향후 통화정책 운영 방향의 주요 고려사항 중 하나로 ‘주택시장 부진에 따른 금융 안정 상황’을 꼽았다. 최근 주택시장의 부진이 가계부채 ‘디레버리징’(부채 감축)을 촉진할 수 있지만, 부동산PF 대출 등의 부실 위험성을 높이고 부채상환에 어려움을 겪는 고위험 가구를 증가시키는 등 금융불안 요인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는 것이 한은의 시각이다.
보고서는 “고위험 사업장에 대한 익스포저(위험 노출)가 높은 비은행 금융기관을 중심으로 증가한 부동산PF 대출이 부실화할 경우, 시장 전반으로 확산되기 쉽다”며 “관련 리스크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실제 금융기관 업무보고서 등에 따르면, 비은행권의 PF대출 잔액은 2020년 61조9000억원에서 2021년 74조6000억원, 지난해 85조8000억원 등으로 빠르게 늘어난 상황이다.
한은이 금융권별로 평가한 결과, 은행의 경우 부동산 금융 리스크가 제한적이지만 주택가격 하락이 지속되면 대출 연체율 상승 등으로 수익성이 악화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비은행 금융기관은 부동산 PF 관련 고위험 익스포저와 아파트 외 사업자 대출 비중이 커 향후 고위험 PF 사업장의 부실이 현실화할 경우, 신용 리스크 확산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지난해 6월 말 기준 고위험 사업장 대출 비중은 은행이 7.9%, 여신전문금융회사 11%, 보험사 17.4%, 증권사 24.2%, 저축은행 29.4% 등으로 집계됐다.
한은은 지난해 중반 이후 부동산 경기가 빠르게 위축되면서 조정 국면에 진입했지만, 여전히 소득이나 사용 가치 등과는 괴리돼 있는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높아진 금리 수준과 주택가격 하락 기대, 주택경기 순환 주기 등을 고려할 때, 올해 주택가격이 추가 하락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한은 관계자는 “부동산 관련 리스크가 현실화할 가능성이 잠재하고 있는 만큼, 주택시장 부진으로 인한 시장 불안이 여타 부문으로 확대되지 않도록 유의해야 한다”며 “누적된 금융불균형 위험을 완화해 나가는 정책적 노력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주택시장에선 최근 고금리로 전세자금 신규 수요가 줄면서 전 금융권의 주택담보대출이 2개월 연속 감소했다. 금융위원회가 이날 공개한 2월 가계대출 동향에 따르면, 은행과 제2금융권을 포함한 금융권 전체 가계대출은 지난달 5조4000억원 줄었다. 주담대(-6000억원)가 두 달 연속 감소했고, 신용대출 등 기타대출도 4조8000억원 빠졌다. 지난달 은행권 주담대는 3000억원 줄었는데, 금융위는 “은행권 주담대는 정책모기지(1조원) 및 일반개별주담대(7000억원)가 증가했으나, 전세대출(-2조5000억원) 위주로 줄어들어 2015년 통계 집계 이래 처음으로 감소했다”고 설명했다.
한은은 주택시장 부진 외에도 물가 경로상의 높은 불확실성과 지속되는 성장세 둔화, 주요국 통화정책 관련 불확실성 등을 통화정책 운영 시 주요 고려사항으로 짚었다. 한은은 “국내 경제 성장률이 낮아지겠지만, 물가가 목표 수준(2%)을 크게 상회하는 높은 오름세를 지속할 것으로 전망되고 정책 여건의 불확실성도 큰 만큼, 물가 안정에 중점을 두고 긴축기조를 상당 기간 이어가며 기준금리 추가 인상 필요성을 판단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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