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의 행렬을 멈춰야 합니다.”
유승민 전 의원은 10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이재명 경기지사 시절 비서실장이 숨진 채 발견됐다고 한다. 벌써 몇 명째인가. 다섯 명째 소중한 생명이 죽었다”며 “이 죽음의 행렬을 당장 멈춰야 한다. 사람 목숨보다 더 중한 건 없다”고 말했다.
그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향해 “정치고 뭐고 다 떠나서 인간으로서 더 이상의 희생은 막아야 할 책임이 이재명 대표 당신에게 있다”고 일갈했다. 이어 “불체포특권 뒤에 비겁하게 숨지 말고 이 나라의 사법절차에 순순히 따르시라”며 “내가 다 책임지겠다고 나서서 같이 일하던 사람들의 죽음을 막으시라”고 촉구했다.
이 대표의 최측근으로 이 대표의 경기도지사 시절 초대 비서실장을 지낸 전모씨가 전날 오후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이 대표가 경기도를 방문하기 하루 전 벌어진 일이다.
사망한 전씨는 이헌욱 전 GH 사장의 사퇴로 사장 직무대행을 맡다가 지난해 12월 말 퇴직한 것으로 알려졌는데, 당시 성남FC 불법 후원금 의혹 사건과 관련해 검찰에서 조사받았다고 한다. 전씨의 유족은 (전씨가) 성남FC 의혹 사건으로 퇴직 전 한 차례 검찰 조사를 받았으며, 앞두고 있던 조사는 없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씨는 최근 이 대표 사건과 관련해 매스컴에 자신의 이름이 오르자 스트레스를 호소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 전씨는 지난 1월31일 수원지법에서 열린 이화영 전 경기도 부지사의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 및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 사건 공판에서 이름이 거론된 바 있다. 당시 증인으로 출석한 쌍방울 전 비서실장은 2019년 5월 경기도지사 비서실장이 김성태 회장 모친상에 조문을 왔다고 증언했다. 이후 조문 당사자로 지목된 전씨가 상당한 스트레스를 받았다는 것이다.
현장에서는 전씨가 쓴 노트 6쪽 분량의 유서가 발견됐다. 유서에서 전씨는 이 대표 이름을 언급하며 “모든 것을 내려놓으시라”, “더는 희생은 없어야 한다”, “열심히 일했을 뿐인데 검찰 수사 대상이 돼 억울하다”는 취지의 글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으며 이에 더해 남겨진 가족에 대한 걱정과 미안함도 포함됐다고 한다.
이 대표 주변 인물이 사망한 사례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10일 정치권에 따르면 2021년 12월에는 대장동 개발사업 특혜 의혹과 관련해 뒷돈을 챙긴 혐의로 구속영장이 청구됐던 유한기 전 성남 도시개발공사(성남도개공) 개발사업본부장이 고양시 자택 인근에서 극단적 선택을 해 숨졌다. 대장동 개발의 실무 책임을 맡았던 김문기 전 성남도개공 개발1처장 역시 같은 달 21일 오후 성남시 사무실에서 극단 선택을 한 채 발견됐다. 지난해 1월에는 변호사비 대납 의혹 사건의 제보자인 이모 씨가 숨진 채 발견됐고, 같은 해 7월에는 이 대표의 부인 김혜경 씨의 법인카드 사적 유용 의혹과 관련해 경찰의 참고인 조사를 받던 40대 남성이 극단적 선택을 했다.
특히 고인이 된 이들은 모두 대장동 개발사업 특혜 의혹 등 이 대표가 받는 각종 의혹에 모두 관여하고 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이번 전씨의 죽음을 두고 책임공방에 벌어졌다. 이 대표가 주변 관계자들 뒤에 숨어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는 입장과 검찰의 지나친 압박 수사가 원인이라는 입장이다.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은 전씨의 사망에 대해 “본인(이 대표)이 책임져야 하는데 항상 뒤로 물러나 있다”며 이 대표를 비판했다. 유 전 본부장은 이날 대장동 개발사업 로비·특혜 의혹 관련 1심 속행 공판에 출석을 위해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법으로 들어가면서 “고인의 명복을 빈다. 위법적인 행정 요구가 이런 사건들을 만들어 내는 게 아닌가 싶다”며 이렇게 주장했다.
이어 “도시공사(성남도시개발공사)의 경우 저만 기소돼 있지 않은가”라고 반문하면서 그분(이 대표)도 책임질 것이 있으면 책임을 져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유 전 본부장은 숨진 전씨의 역할에 대해 ”이 대표의 여러 사소한 부분도 많이 챙겼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당사자인 이 대표는 “자랑스러운 공직생활 성과들이 검찰 조작 앞에 부정당하고 지속 압박수사로 얼마나 힘들었겠나”라며 검찰을 겨냥했다. 이 대표는 이날 경기 수원시 경기도의회에서 열린 경기 현장 민주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어제 믿을 수 없는 부고를 접했다. 제가 만난 공직자 중에 가장 청렴하고 성실하고 헌신적이고 유능했던 한 공직자가 스스로 생을 마감했다”며 “검찰이 이 분을 수사한 일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는데 이 분은 반복적으로 검찰에 수사를 받았다. 그리고 검찰의 압박수사에 매우 힘들어했다”고 말했다.
그는 “검찰 특수부 수사대상이 된 사람들이 왜 자꾸 극단적인 선택을 하겠냐”며 “없는 사실을 조작해 자꾸 증거를 만들어 들이대니 빠져나갈 길이 없고, 억울하니 극단적 선택을 하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이 대표는 검찰이 전씨를 수사한 과정에 대해 “모 회사 직원이 이분(전씨)에게 ‘언제 어디서 만나서 들었다’고 해서 검찰이 이분을 불러다가 ‘만난 일 있냐, 아느냐’ 이렇게만 묻고 더 이상 묻지 않았다고 한다”며 “구속영장 청구 단계에서 ‘그런 말 한 적 없다’고 하면 증거가 안되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검찰의) 과도한 압박수사 때문에 생긴 일이지 이재명 때문입니까”라며 “수사 당하는 게 제 잘못이냐. 주변에 주변을 털어대니 주변 사람이 어떻게 견뎌내냐. 그야말로 광기”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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