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시에서 갭 투자(전세를 끼고 주택을 매입)가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집값이 급락해 일부 단지에서 매매가격과 전셋값 차이가 좁아지자 발 빠르게 갭투자에 나선 이들이 늘어난 것으로 파악된다.
14일 뉴스1과 부동산 빅데이터 업체 아실에 따르면 최근 3개월간 세종시에서 이뤄진 갭투자 사례는 총 59건으로, 시·도별 기준 전국에서 두번째로 많았다. 전국 1위인 경기 화성시(67건)와는 10건도 차이 나지 않았다.
지난 1년간 갭 투자 상위 지역은 ▲경기 평택시(675건) ▲경남 김해시(464건) ▲경북 구미시(406건) ▲충남 아산시(400건) ▲화성시(393건) 등이 차지했다. 세종은 당시 14위(296건)이었지만, 지난 반년 기준 전국 3위로 훌쩍 오르며 갭 투자 증가세가 가팔라졌다.
세종시 한솔동 ‘첫마을 6단지’ 전용면적 84㎡(16층)는 지난 1월31일 3억원에 팔린 뒤 1억8000만원에 전세 계약을 맺었다. 이 단지는 2020년 10월 7억4800만원에 신고가를 기록한 바 있다. 같은 시기 체결된 전세 계약의 보증금은 2억9000만원으로 갭이 4억5800만원에 달했다.
하지만 집값이 급락하면서 갭도 좁아졌다. 지난 1월 3억원에 팔린 주택은 1억2000만원으로 매수한 셈이 됐다. 올해 초부터 같은 면적 매물 매매는 주로 4억원대, 전세는 2억원 안팎에 거래가 이뤄지고 있다. 2020년 말엔 갭 투자로 집을 사려고 해도 4억원이 필요했지만, 이젠 부담이 절반 수준이 된 것이다.
전문가들은 전셋값보다 집값이 더욱 가파르게 내려가면서 갭 부담이 줄었고, 이에 따라 투자자 유입이 늘었다고 설명했다. 여기에 최근 세종 아파트값 낙폭이 축소되고 ‘연착륙’ 기대감이 커지자 '먼저 하락한 만큼 반등도 빠를 것'이라는 기대한 이들도 투자에 나섰다는 해석도 나온다.
윤지해 부동산R114 수석연구원은 "전세는 기본 계약기간 2년이 있고, 매매는 계절성 없이 빠지기 때문에 집값이 내려가는 속도 대비 전셋값이 안 빠진 단지들이 있다"며 "특히 매매 가격이 급락하며 집값이 조정된 지역들에서 그런 현상이 뚜렷하다"고 말했다.
세종 아파트값은 2020년 한해 동안만 42.37% 오르며 전국 1위 상승률을 기록한 바 있다. 하지만 2021년 세종 아파트 매매가격은 -0.68%로 전국 시도 중 유일하게 하락 전환했고, 지난해 16.74% 떨어지며 전국에서 가장 낙폭이 컸다.
올해 누적 변동률은 3월 첫째주(6일) 기준 -8.93%다. 여전히 급락세가 이어지고 있지만, 최근 매주 하락폭을 좁혀가고 있다. 주간 기준으로는 0.35% 떨어져 ▲울산(-0.67%) ▲경기(-0.60%) ▲서울(-0.58%) ▲인천(-0.52%) ▲대전(-0.49%) 등보다 낮았다.
다만 전셋값이 하락세인 만큼 여윳돈 없이 투자에 나설 경우 역전세난 타격을 입을 수 있단 경고도 나온다.
한 업계 관계자는 "시장이 연착륙한다는 관점을 가졌다면 갭 투자에 나서는 것이 맞겠지만, 전셋값이 빠져 역전세난이 나면 이 자금을 끌어올 수 있는 능력이 있는지 고려해서 투자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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