故 노무현 전 대통령 수사 책임자였던 이인규 전 대검찰청 중앙수사부장이 노 전 대통령이 서거한 것 관련 문재인 전 대통령에게 책임을 상당 부분 돌리는 내용이 담긴 회고록을 펴내면서 파장이 예상된다.
16일 출판계에 따르면 이 전 부장은 ‘나는 대한민국 검사였다-누가 노무현을 죽였나’는 제목의 회고록을 오는 20일 발매할 예정이다.
이 전 부장은 노 전 대통령 수사의 시발점이 된 이른바 ‘박연차 게이트’ 수사를 이끌었는데 지난 2009년 4월 30일 노 전 대통령이 소환 조사를 받고 서거하자 사표를 내고 검찰을 떠났다.
책에서 이 전 부장은 노 전 대통령과 가족의 수뢰혐의를 세세하게 적시하며 다툼없는 사실로 규정했다.
그는 권양숙 여사가 고(故)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으로부터 받는 시가 2억 550만원 피아제 남녀 시계 세트 2개를 받은 사실은 다툼이 없고 2006년 9월 노 전 대통령에게 뇌물로 전달됐음이 상당하다고 주장했다.
또한 박 회장의 진술 등을 종합하면 노 전 대통령이 아들 건호씨의 미국 주택 구입 자금 명목으로 140만달러(한화 약 18억원)을 수수했다고 보는 것이 상당하다고도 했다.
본인을 검사장으로 승진시킨 노 전 대통령이 박연차 게이트에 연루된 사실을 뒤늦게 알고는 “호랑이 등에 올라탄 심정”이라고 했지만, 이를 알고도 수사하지 않는다면 검사로서 직무유기라고 판단해 수사를 계속했다고 이 전 부장은 회고했다.
노 전 대통령이 중수부에 출석한 2009년 4월30일 조사실에서 오고 간 대화도 책에 상세히 적었다. 당시 우병우 대검 중수1과장이 노 전 대통령과 박 회장의 대질조사를 요구했으나 노 전 대통령 측이 거부하자 두 사람을 대면만 하도록 했다.
조사실에서 박 회장이 “대통령님, 우짤라고 이러십니까!”라고 하자 노 전 대통령은 “박 회장, 고생이 많습니다.저도 감옥 가게 생겼어요. 감옥 가면 통방합시다”라고 했다는 것이 이 전 부장의 기억이다.
또 노 전 대통령이 “이 부장, 시계는 뺍시다.쪽팔리잖아”라고도 말했다고 주장했다.
100만달러 수수에 대해선 “저나 저의 가족이 미국에 집을 사면 조·중·동이 가만히 있겠습니까? 말도 되지 않는 소리”라고 부인했다고 한다.
또한 그는 당시 이명박 정부 청와대에서 구체적인 수사 개입을 시도했다고 주장했다.
당시 정동기 청와대 민정수석은 4월10일쯤 “노 전 대통령을 불구속하되 피아제 명품 시계 수수 사실을 언론에 흘려 도덕적 타격을 가하는 것이 어떠냐”라고 자신에게 말했다고 주장했다.
이로부터 나흘 뒤인 4월14일에는 국가정보원에서도 찾아와 비슷한 요구를 했다고 한다.
이에 이 전 부장은 “수사에 간섭하지 말라”고 거부했다고 회고했다.
이를 토대로 이 전 부장은 이른바 ‘논두렁 시계’ 의혹을 언론에 흘린 것은 국정원과 당시 청와대일 가능성이 크다고 봤다.
이 전 부장은 문재인 전 대통령의 무능과 무책임이 노 전 대통령 서거의 상당한 원인 부분을 차지한다고 봤다.
문 전 대통령 저서 ‘운명’에서 “검찰이 박 회장의 진술 말고는 아무 증거가 없다는 것을 거듭 확인할 수 있었다”라고 썼던 점을 이 전 부장은 지적했다.
이 전 부장은 “검찰 수사 기록을 보지도 못했고, 검찰을 접촉해 수사 내용을 파악하려는 시도조차 하지 않았으며 의견서 한 장 낸 적이 없는데 무슨 근거로 그런 주장을 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또 “변호인으로서 문 전 대통령이 검찰을 찾아와 솔직한 검찰의 입장을 묻고 증거관계에 대한 대화를 통해 사실을 정리해 나갔더라면 노 전 대통령이 죽음으로 내몰리지는 않았을 것”이라며 “그는 변호를 맡지 말았어야 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이 전 부장은 문 전 대통령이 “노무현의 주검 위에 거짓의 제단을 만들어 대통령이 됐다”고 판단했다.
그는 “슬픔과 원망과 죄책감을 부추기는 의식을 통해 검찰을 악마화하고 지지자들을 선동했다”며 “자신의 정치적 목적을 위해 동지요 친구인 노무현의 안타까운 죽음을 이용한 것”이라고 기술했다.
당시 진보 성향의 언론과 민주당 정치인을 향해선 “노 전 대통령이 생을 마감하자 돌변했다”며 “검찰에 모든 비난의 화살을 돌렸고, ‘노무현 정신’을 입에 올리며 앞다투어 상주 코스프레 대열에 합류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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