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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누누티비’ 매일 차단… ‘도둑시청’에 뒤늦게 칼 뺀 정부

입력 : 2023-03-22 17:50:36 수정 : 2023-03-23 16:45: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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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접 대응 나선 과기부

콘텐츠 조회수 18억1200만회
피해액만 4조9000억원 넘을 듯

방심위, 업계 신고로 차단 의결
2번만 막은 후 11개월간 손 놔
해외 서버 두고 주소 계속 바꿔

업계, 피해 커지자 장관에 ‘SOS’
과기부, 조만간 수시 차단 나설 듯

경기 고양에 사는 양진영씨는 전날 회식으로 인해 KBS2 드라마 ‘오아시스’ 6화를 볼 수 없었다. 이에 다음날인 22일 ‘누누티비’라는 사이트를 포털에서 검색, 접속했다. 그러곤 사이트에 올라온 6화를 무사히 볼 수 있었다. 영상 등록 시간을 보니 방송됐던 21일 밤 11시20분쯤. 이는 드라마가 방송을 마친 뒤 20여분 만이다. 세간에 화제가 됐던 넷플릭스 드라마 ‘더 글로리’도 가입자가 아니었지만 누누티비로 불편 없이 즐겼다.

 

2021년 도미니카공화국에 서버를 두고 설립된 불법 온라인 동영상 스트리밍 사이트 누누티비에는 유료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는 물론이고 방송사, 영화사의 신작이 공개와 거의 동시에 올라온다. 불법 콘텐츠 소관 부처인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2021년 10월부터 KT, SKT, LGU+ 등 인터넷서비스제공사업자(ISP)와 함께 누누티비의 인터넷주소(URL) 차단을 진행했다. 하지만 누누티비는 이들을 비웃기라도 하듯 도메인에 34, 35, 36과 같은 숫자를 붙여 바꾸는 등 차단을 피해 계속 운영해왔다.

방심위가 1년여 전부터 대응해왔다고 하지만 누누티비로 인한 동영상 콘텐츠 제작 및 유통 업계 피해는 우후죽순 늘어났다. 방송사, OTT 플랫폼 등 동영상 콘텐츠 업체들이 모인 영상저작권보호협의체가 지난달까지 추산한 누누티비 내 콘텐츠 조회수는 18억1200만회 이상으로, 주문형비디오(VOD) 대여료인 2750원으로 단순 계산해도 피해액만 4조9000억원이 넘는다. 부가 판권 수익 및 수출에서 손해를 고려한다면 피해는 더욱 커진다. 이렇게 피해가 늘어나고 있는 이유가 당국이 사태 심각성을 제대로 파악하지 않고 안일하게 대응했기 때문이란 사실이 22일 확인됐다. 방심위의 대응이 부실해 답답했던 업계 관계자들이 직접 나서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도움을 요청하는 등 늦게나마 고삐를 죄는 모양새다.

 

불법 유해 정보를 유통하는 해외 불법 사이트에 대한 접속 차단 여부를 심의·의결하는 기구인 방심위는 업계의 신고가 접수된 2021년 10월 누누티비의 URL 접속 차단 조치를 의결했다.

하지만 방심위 조치로 누누티비 URL이 막힌 것은 2021년 10월과 12월 각 1회뿐이었다. 방심위는 누누티비와 같은 불법 사이트의 URL 차단을 ISP에 요청해 처리하고 있다. ISP는 자체 기술로 URL을 차단하고 있는데, 누누티비는 해당 기술의 틈새를 파고들어 이를 피해갔다. 그러다 보니 초기에만 누누티비 URL 접속이 막혔고 이후에는 URL 차단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실제 2022년 1월부터 11월까지 단 한 번도 막히지 않았다.

 

결국 급했던 동영상 콘텐츠 업계가 직접 나서 방심위가 아닌 과기정통부에 도움의 손길을 요청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지난해 말 과기정통부 장차관을 찾아가 적극적인 조치를 부탁했다”며 “이후 과기정통부가 직접 누누티비 URL을 관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렇게 방심위 심의·의결 이후 1년2개월여가 지난 뒤 과기정통부가 ISP와 직접 소통하면서 누누티비 URL 접속 차단 횟수는 지난해 12월 4회, 지난 1월 4회, 지난달 4회, 이달 22일까지 6회로 급증했다. 과기정통부는 지난해 12월부터 주 1회 URL 차단을 진행해오다가 지난달 말부터는 주 2회 차단으로 늘렸다. 이어 최근에는 업계 요청에 따라 매일 차단에 나서기로 내부 결정했다. 과기정통부 관계자는 “업무를 협조하고 있는 한국전파진흥협회(RAPA)에도 조만간 관련 내용을 공유할 것”이라고 말했다.

 

해당 조치는 이르면 이번주부터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이 관계자는 “지난해 12월부터 누누티비 URL 차단을 진행해왔기 때문에, 매일 URL 차단으로 횟수를 늘리는 조치 시행에는 오랜 시간이 필요하지 않다”고 설명했다. 정부로서는 사태 심각성을 뒤늦게 깨닫고 최근에서야 적극적으로 나선 셈이지만 방심위 차원에서 ‘늑장 대응’을 했다는 지적은 피할 수 없어 보인다.

 

그럼에도 업계에서는 과기정통부의 적극적 대응을 환영하는 분위기다. 업계 한 관계자는 “어려운 업계 환경에서 매일 URL 차단은 ‘가뭄에 단비’와 같이 힘이 되는 소식”이라며 “URL 접속 차단뿐만 아니라 포털사이트에서 검색어 및 연관검색어 차단, 대체·유사 사이트 심의 없이 즉각 차단 등의 추가 조치도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복진 기자 bo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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