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정규직 등 ‘노동 약자’ 더 심각
지난해 합계출산율이 0.78명으로 역대 최저를 기록한 가운데, 직장인 절반가량은 여전히 육아휴직 등을 자유롭게 쓰지 못하고 있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시민단체 직장갑질119와 사무금융우분투재단은 여론조사 전문기관 엠브레인 퍼블릭에 의뢰해 남녀 직장인 1000명을 대상으로 설문한 결과를 26일 공개했다. 이에 따르면 응답자 45.2%가 ‘출산·육아·돌봄 휴가를 자유롭게 쓰지 못한다’고 답했다. 성별로는 남성(41.6%)보다 여성(49.9%)이 육아휴직에 더 제약을 받는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비정규직(58.5%), 5인 미만 사업장 노동자(67.1%), 월급 150만원 미만 노동자(57.8%) 등 ‘노동 약자’가 평균보다 높았다.
출산휴가를 마음대로 쓰지 못한다고 답한 직장인은 39.6%였다. 여성의 경우 45.3%가 그렇다고 답했다. 세대별로는 20대(45.5%)와 40대(40.3%) 모두 10명 중 4명 이상이 사용하기 어렵다고 답해, 아이를 많이 낳고자 해도 마음 놓고 쉬기 힘든 현실을 반영했다. 40대는 노산으로 분류돼 휴가가 절실하지만 휴가원을 내기 쉽지 않았다. 육아휴직의 경우 자유롭게 쓰지 못한다는 응답이 45.2%로 집계됐다. 가족돌봄휴가 역시 과반인 53%가 자유롭게 쓰지 못한다고 답했다.
노동조합에 가입하지 못한 비조합원의 경우 출산휴가, 육아휴직, 가족돌봄휴가를 자유롭게 쓰지 못한다는 답변이 각각 43.3%, 49.5%, 57.7%에 달해 조합원의 14.2%, 15.7%, 20.5%와 큰 격차를 보였다. 노조에 가입하지 않으면 이들 제도를 활용하기 힘든 상황을 시사한다.
직장갑질119는 주 69시간제 등 정부가 추진 중인 근로시간제 개편이 현 상황을 더욱 악화시킬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근로시간을 주 40시간으로 정상화하고, 출산·육아·돌봄 휴가를 확대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장종수 노무사는 “고용 형태를 불문하고 출산휴가, 육아휴직 등 일과 생활 간 균형의 기본이 되는 법상 제도 사용마저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과연 노동자가 근로시간을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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