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주들 “인건비·전기·가스비 다 올라. 폐업 고민까지”
서울의 유명 평양냉면 맛집으로 꼽히는 곳들을 시작으로 냉면 값이 고공행진하면서 ‘냉면 2만원 시대’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서울 지역 기준 냉면 가격이 지난 5년 간 30% 가까이 올랐는데, 주 재료인 메밀 등의 가격이 오르면서 가격 조정이 불가피해졌다는 게 업주들의 하소연이다.
지난 3일 서울 중구 충무로에 위치한 필동면옥. 평양냉면 맛집으로 유명한 이곳은 올해 초 냉면 가격을 13000원에서 14000원으로 7.7% 인상했다. 이미 지난해 상반기 12000원에서 13000원으로 8.3% 조정했지만, 지속적으로 상승 중인 먹거리 물가에 또다시 인상을 단행할 수밖에 없었다는 설명이다.
이곳에서 만난 직장인 황모씨는 “원래 점심때마다 인근 직장인들이 줄 서는 곳인데 올해 들어 조금 수그러들었다”며 “저와 동료들도 냉면을 좋아해 줄 서서라도 종종 먹었는데, 아무래도 한 끼 14000원은 부담이 많이 된다”고 말했다.
필동면옥뿐 아니라 서울 방이동에 본점을 둔 봉피양도 지난달 평양냉면과 비빔냉면 가격을 기존 15000원에서 16000원으로 6.7% 올렸다. 지난해 초 가격을 14000원에서 15000원으로 7.1% 올린 데에 이어 또 인상했다. 봉피양을 운영하는 벽제 측은 “지속되는 물가 인상으로 부득이하게 일부 메뉴 가격을 인상하게 됐다”고 밝혔다.
을밀대는 2년 만에 가격을 조정하는 대신 올해 2000원을 올렸다. 지난달 물냉면·비빔냉면 가격을 각각 2000원씩 올려 기존 1만3000원에서 1만5000원으로 15.4% 인상했다.
우래옥과 평양면옥은 가격을 유지하기로 했다. 이들의 냉면 가격은 각각 16000원과 14000원대다.
비교적 냉면 가격이 낮게 형성됐던 을지면옥(13000원)은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경기 불황과 재개발 등의 문제로 지난해 37년 만에 문을 닫았다.
직장인들 사이에서는 ‘소주 6000원 시대’에 이어 냉면 가격이 2만원대로 오르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직장인 임모씨는 “커피값까지 합치면 한 끼에 2만원을 넘기게 된다”며 “냉면은 서민음식이라는 인식이 강하지 않나. 아무리 월급 빼고 모든 물가가 다 올랐다지만 만원 넘는 돈을 턱턱 내기 망설여지는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서울 지역 냉면 가격은 지난 5년 사이 30% 가까이 올랐다.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서울지역 냉면 1인분 가격은 지난 2월 기준 평균 1만692원에 달했다. 전년 동기 9962원에 비해 7.3% 오른 액수다.
서울 내 냉면 가격은 2월 기준 ▲2014년 7773원에서 ▲2015년 8000원 ▲2016년·2017년 8154원 ▲2018년 8346원 ▲2019년 8846원 ▲2020년 9000원으로 2017년을 제외하고 꾸준히 높아졌다. 특히 지난 5년 동안 28.1% 상승했다.
최근 냉면집들의 잇따른 가격 인상은 주재료인 메밀 가격의 가파른 인상이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에 따르면 현재 우리나라의 메밀 수입 가격은 1㎏당 4600원이다. 2년 전인 2021년(4250원)에 비해 8.2% 오른 가격이다. 5년 전인 2018년(2840원)에 비하면 62.0% 오른 액수다.
업주들은 주재료인 메밀뿐 아니라 모든 원자잿값이 올라 인상이 불가피하다고 토로한다. 서울 강남구에서 평양냉면 가게를 운영 중인 점주 A씨는 “평양냉면은 육수 재료도 중요하고 메밀이 많이 들어가 영향을 크게 받을 수밖에 없다”며 “식자재 가격뿐 아니라 인건비, 전기·가스비 등 안 오른 게 없다. 가맹점 수수료까지 생각하면 폐업이 남의 얘기가 아니게 된다”고 하소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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