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국 정상회담 이후 협의체 가동
외교·국방 정책, 동북아 안보 논의
군사 문제 신뢰 회복 공감대 형성
외교 차관급 전략대화도 추진 전망
지난달 한·일 정상회담 후속 조치로 한·일 양국 외교·국방 당국의 국장급이 참여하는 ‘2+2’ 형태의 한·일 안보정책 협의회가 17일 서울에서 약 5년 만에 재개됐다. 양국 관계 악화로 다소 뜸했던 두 나라 간 안보 협력이 지난달 한·일 정상회담 이후 본격적으로 재개되는 신호탄으로 볼 수 있다.
◆한·일 안보 협력 신호탄
이날 열린 한·일 안보정책 협의회는 윤석열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총리가 정상회담에서 양국 간 다양한 협의체를 조속히 복원하자고 합의하면서 양국이 재개한 사실상의 첫 협의체다. 한국에서 서민정 외교부 아시아태평양국장과 우경석 국방부 국제정책차장, 일본에서 후나코시 다케히로(船越健裕) 외무성 아시아대양주국장과 안도 아쓰시(安藤敦史) 방위성 방위정책차장이 참석해 2시간30분가량 진행됐다. 외교 당국 간에는 그간 강제동원 협의 등을 통해 꾸준히 협의가 이어져왔지만, 국방 당국 간 만남의 기회는 적었던 만큼 군사 문제에서 신뢰 회복을 모색하자는 공감대가 형성된 것으로 전해졌다.
주로 안보 문제를 협의하는 2+2 협의회는 1998년 첫 회의가 열린 뒤 한·일 관계가 출렁일 때마다 중단과 재개를 반복했는데, 2018년 11월 도쿄에서 열린 제11차 회의 후 강제동원 대법원 판결과 일본의 수출 규제 조치 등으로 양국 관계가 악화하며 줄곧 열리지 못했다. 외교·국방 당국이 함께하는 2+2 형태의 협의체는 긴밀하게 안보 전략을 공유하는 나라 사이에 운영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한국 정부는 그간 ‘보통국가화’를 추진하는 일본과의 군사 협력에서 조심스러운 태도를 보였다. 그러나 윤석열정부는 미·중 전략 경쟁 강화와 북핵 위협 고조 등 현 국제정세 속에서 일본과 군사 문제에서도 전략적 협력을 강화해야 할 때라는 인식을 견지해왔다. 한·일 양국은 2014년 이후 중단된 외교차관급 전략 대화 재개도 조만간 추진할 것으로 알려졌으며, 2+2 회의도 꾸준히 이어가야 한다는 의지를 갖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일 정보 공유도 기지개
외교부는 회담 뒤 보도자료를 통해 “(양국이) 북핵 문제를 포함한 동북아 안보 환경, 양국 외교·국방 정책 협력 현황 및 한·일, 한·미·일 협력 현황 등에 대해 폭넓고 심도 있는 의견을 교환했다”고 설명했다. 또 양국 간 동북아 안보 환경에 대한 인식을 공유하고, 서로의 국방·안보 정책에 대해 상호 이해를 높여 한·일 안보 협력을 미래 지향적으로 발전시켜 나가기로 했다고 밝혔다.
구체적 의제가 공개되지는 않았지만, 일본과의 군사 협력이 미국을 중간에 넣은 한·미·일 차원을 넘어 한·일 간에도 긴밀하게 진행돼야 한다는 의지로 읽힌다. 지난 14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에서 열린 한·미·일 안보회의(DTT)의 연장선상에서도 논의가 진행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3국 ‘안보 협력’ 대신 ‘군사 협력’이란 용어가 사용돼 3국 간 긴밀해진 군사 협력 기조를 반영한 바 있다.
특히 회의에선 최근 양국이 정상화를 발표한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에 대한 평가를 비롯해 기초 단계에서의 양국 군사 정보 공유 문제도 논의된 것으로 전해졌다. 정보 공유는 가장 신뢰하는 국가 간에 이뤄질 수 있는 일이다. 미국이 한·미·일 정보 공유 협력체를 추진하는 만큼 이 문제도 앞으로 다뤄질 수 있다. 진창수 세종연구소 일본연구센터장은 이날 통화에서 “(미국을 거치지 않은) 한·일 양자 간에도 정보 공유를 통해 얻을 수 있는 이익이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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