檢, 李 진술 확보에 화력 집중나서
공여자 조사 후 수수자 특정 방침
돈 봉투 압색영장 李 23차례 언급
정철승 “李, 타깃 아니라 교두보”
2022년 SNS 경고글 뒤늦게 재조명
검찰의 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 ‘돈 봉투’ 의혹 수사가 급물살을 타면서 민주당에 ‘이정근발 피바람’이 불 것이라는 예고가 현실화되고 있다. 이정근 전 민주당 사무부총장의 휴대전화 하나로 결국 수십명에 달하는 현직 의원과 당 관계자들이 한꺼번에 수사선상에 오르며 당이 뒤흔들리고 있다.
18일 법조계에 따르면 이 전 부총장의 변호인 정철승 변호사가 지난해 페이스북에 올린 글이 최근 뒤늦게 주목받고 있다. 정 변호사는 이 전 부총장에 대한 영장실질심사가 이뤄진 지난해 9월30일 올린 글에서 “만약 이정근 위원장이 구속된다면 민주당에는 피바람이 불 것이라는 사실만은 미리 알려준다”고 적었다. 그러면서 “이 검찰 수사에서 이정근 위원장은 타깃이 아니라 발판이나 교두보일 뿐이다. 민주당은 이 심각한 상황을 전혀 모르는 모양이다. 무능한 자들”이라고 덧붙였다. 이 전 부총장은 이날 구속됐다. 검찰은 이어 같은 해 10월19일 공공기관 인사 등 각종 청탁의 대가로 사업가로부터 10억원의 금품을 수수한 혐의로 이 전 부총장을 재판에 넘겼다. 1심 재판부는 지난 12일 이 전 부총장의 알선수재·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를 모두 유죄로 인정하며 징역 4년6개월을 선고하고 9억8000만원 추징을 명령했다.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2부(부장검사 김영철)는 이날 구속 상태인 이 전 부총장을 불러 조사를 벌였다. 검찰은 송 전 대표가 금품 전달에 대해 알고 있었는지, 언제부터 어디까지 알고 있었는 등을 집중 추궁한 것으로 전해졌다. 정치권 안팎에선 기댈 곳이 없어진 이 전 부총장이 검찰에 협조적으로 돌아선 것 아니냐는 말도 나오고 있다.
이 전 부총장은 검찰의 이번 돈 봉투 의혹 관련 압수수색 영장에서 가장 많이 언급된다. 영장의 범죄사실 부분에서 이 전 부총장은 22차례, 자금 조성 및 전달 역할을 한 강래구 한국감사협회장은 20차례, 윤관석 의원 8차례, 송 전 대표의 보좌관이었던 박모씨는 6차례 언급됐다.
이 전 부총장의 휴대전화에서 발견된 3만여개에 달하는 통화 녹음 파일은 이미 민주당 돈 봉투 의혹 수사의 ‘스모킹 건’으로 작용했다. 돈 봉투 의혹 이외에 노웅래 의원의 6000만원 뇌물 수수 의혹과 노영민 전 대통령 비서실장의 취업 청탁 의혹 수사도 이 전 부총장의 녹음 파일에서 비롯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이날 “검찰은 앞서 노웅래 의원과 이 전 부총장 수사 중 발견된 증거를 단서로 ‘민주당 전당대회 금품 수수’ 사건에 대한 수사에 착수하게 됐다”며 “이 사건 수사에 일말의 정치적 고려도 있을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어 “앞으로 신속하고 공정하게 수사를 진행할 것이며, 사안의 실체를 규명하기 위해 민주당에서도 수사에 적극 협조해주실 것을 요청한다”고 덧붙였다. 민주당이 전날 “수사기관에 정치적 고려가 배제된 신속하고 공정한 수사를 요청한다”는 취지의 입장을 낸 데 대한 반박이다.
검찰은 ‘공여자’들을 먼저 수사한 뒤 돈을 받은 사람까지 수사 범위를 넓힌다는 방침이다. 윤관석 의원 등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에 따르면 국회의원 최소 10명 이상, 지역본부장 10명 이상, 지역상황실장 20명 이상이 돈 봉투를 받은 것으로 의심되고 있다.
검찰은 돈 봉투 공여에 관계한 것으로 알려진 민주당 지역위원장 출신 강모씨도 이날 소환조사했다. 강씨는 지역본부장 7명에게 지급하기 위한 자금 500만원을 마련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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