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자격자가 의료기관을 운영하는 행위는 업무방해죄의 보호 대상인 업무가 아니지만, 고용된 의료인의 진료 업무는 업무방해죄의 보호 대상인 업무에 해당할 수 있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습니다.
형법상 업무방해죄의 보호 대상이 되는 ‘업무’라고 함은 직업 또는 계속적으로 종사하는 사무나 사업으로서 타인의 위법한 침해로부터 형법상 보호할 가치가 있는 것이어야 합니다. 어떤 사무나 활동 자체가 위법의 정도가 중하여 사회생활상 도저히 용인될 수 없는 정도로 반사회성을 띤다면 업무방해죄의 보호 대상이 되는 업무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습니다. 의료인이나 의료법인이 아닌 자가 의료기관을 개설해 운영하는 행위는 그 위법의 정도가 중하여 사회생활상 도저히 용인될 수 없는 정도로 반사회성을 띠고 있으므로, 업무방해죄의 보호 대상이 되는 업무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것이 대법원 판례의 태도입니다.(2001. 11. 30. 선고 2001도2015 판결).
그리고 의료인이 의료인이나 의료법인 아닌 자의 의료기관 개설행위에 공모해 가공하면 의료법 위반죄의 공동정범에 해당합니다(대법원 1986. 2. 11. 선고 85도448 판결 참조).
따라서 무자격자가 개설한 의료기관이라면 그 업무를 방해해도 언제나 업무방해죄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여기기 쉽습니다.
그런데 최근 대법원은 “무자격자가 개설한 의료기관에 고용된 의료인이 환자를 진료하는 업무가 업무방해죄의 보호 대상이 되는 업무가 될 수 있다”고 판단하였습니다(2023. 3. 16. 선고 2021도16482 판결).
이 사건의 원심판결은 무자격자에 의해 개설된 의료기관의 운영에 관한 업무는 업무방해죄의 보호 대상이 되는 업무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전제한 다음 고용된 의료인의 진료 업무도 위 의료기관의 운영에 관한 업무에 포함되고 별개의 보호가치가 있는 업무로 볼 수 없다고 보아 업무방해 공소사실을 무죄로 판단하였습니다(서울서부지방법원 2021. 11. 18. 선고 2020노1436 판결).
그러나 대법원은 “형법상 업무방해죄의 보호 대상이 되는 업무라 함은 직업 또는 계속적으로 종사하는 사무나 사업을 말하는 것으로서 타인의 위법한 행위에 의한 침해로부터 보호할 가치가 있는 것이면 되고, 그 업무의 기초가 된 계약 또는 행정행위 등이 반드시 적법하여야 하는 것은 아니므로, 법률상 보호할 가치가 있는 업무인지 여부는 그 사무가 사실상 평온하게 이루어져 사회적 활동의 기반이 되고 있느냐에 따라 결정되는 것이고, 그 업무의 개시나 수행 과정에 실체상 또는 절차상의 하자가 있다고 하더라도 그 정도가 반사회성을 띠는 데까지 이르지 아니한 이상 업무방해죄의 보호 대상이 된다”고 하였습니다(2010. 5. 27. 선고 2008도2344 판결 등 참조).
대법원은 이와 같은 법리에 따라 무자격자가 의료기관을 개설하여 운영하는 행위는 업무방해죄의 보호 대상이 되는 업무에 해당하지 않더라도 고용된 의료인이 환자를 진료하는 행위는 업무방해죄의 보호 대상이 될 수 있으므로, 의료기관의 개설·운영 형태, 해당 의료기관에서 이루어지는 진료의 내용과 방식, 피고인의 행위로 인하여 방해되는 업무의 내용 등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해야 한다며, 원심을 파기·환송하였습니다.
김추 법무법인 바른 변호사 chu.kim@barunlaw.com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