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연합(EU)이 이스라엘에서 외교 행사를 열려다 극우 성향 장관이 참석 의사를 밝히자 전격 취소했다.
8일(현지시간) 영국 BBC방송에 따르면 EU는 9일 이스라엘에서 개최하려던 ‘유럽의 날’ 기념행사에 이타마르 벤그비르 이스라엘 국가안보장관이 참석해 연설한다는 통보를 받고 행사를 취소했다.
EU 측은 극우 성향이 아닌 다른 장관을 보내달라고 요청했으나 벤그비르 장관은 자신이 참석할 것을 고집했다고 한다. 이에 EU 회원국 대표들은 긴급 회의를 갖고 “우리의 가치와 모순되는 견해를 가진 사람에게 무대를 제공하고 싶지 않다”고 뜻을 모았다. 헝가리와 폴란드 등 친이스라엘 국가 두 곳만 행사 취소에 반대했다고 BBC와 이스라엘 현지 언론들은 전했다.
벤그비르 장관은 EU의 결정에 “민주주의와 다문화주의를 대표한다고 주장하는 국제기구가 비외교적 재갈 물리기를 하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라고 반발했다.
벤그비르 장관은 극단적인 사상·활동과 그에 따른 전과 때문에 군입대를 못 했을 정도로 ‘문제적 인물’로 꼽힌다.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팔레스타인인 29명을 살해한 바루흐 골드스타인의 초상화를 최근까지 집에 걸어두기도 했다. 극우 정당 ‘유대인의 힘’을 이끄는 그는 지난해 총선에서 아랍계 시민 추방, 서안지구의 팔레스타인 자치권 박탈, 이·팔 유혈 충돌과 관련된 군인 기소 면제 등의 공약을 내세워 돌풍을 일으켰고,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의 리쿠드당과 연립정부를 구성해 이스라엘 경찰 조직과 국경 경찰을 관장하는 국가안보장관 자리에까지 올랐다.
그는 지난 1월에도 이슬람교 3대 성지인 알아크사 사원이 있는 동예루살렘을 기습 방문해 팔레스타인과 주변 아랍국을 자극한 적이 있다. 이후 네타냐후 총리의 아랍에미리트(UAE) 방문 일정이 취소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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