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시선] 외롭지 않은 세상 만들기

고독사, 중장년·청년 문제로 확장
이웃에 대한 관심, 예방 첫걸음

한참 성공적 노후를 이야기하던 2000년대 초반 유독 한국 사회에 강조된 성공적 노후의 조건은 복된 죽음이었다. 그만큼 어떤 죽음을 맞이하느냐는 중요한 관심사였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2010년 이후 혼자 맞이하게 되는 외로운 죽음, 고독사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그간 무연고 사망 통계를 통해 대략 파악됐던 고독사 실태가 지난해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연구결과 밝혀졌다. 전체 사망자 중 고독사는 1.1%였는데, 이는 사망자 100명 중 1명 이상이 혼자서 쓸쓸한 죽음을 맞이했음을 의미하는 것이다.

고독사에 관심을 갖기 시작한 초기 고독사의 원인은 고령화 사회로 인해 독거노인이 증가하면서 나타나는 외로운 노인의 죽음으로 이해되었었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면서 혼자 맞이하는 쓸쓸한 죽음은 노인만이 아닌 중장년, 청년의 문제로 확장됐다. 보건사회연구원의 통계는 50·60대 중장년층이 전체 고독사의 50~60%를 차지하지만 20·30대의 비중도 6.3~8.4%나 차지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한편, 외로움과 가구 취약성은 고독사를 예측하는 중요한 요인이 되는데 이를 고려해 이화여대 연령통합고령사회연구소가 추정한 결과 전체 국민의 최소 6.1%, 최대 11.3%가 고독사 고위험군으로 분류되었다. 10명 중 1명이 고독사 위험에 노출되고 있음을 의미한다.

정순둘 이화여대 교수·사회복지학

그렇다면 고독사를 막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할 것인가? 우선 외로움의 문제를 가지고 사회적으로 고립된 사람이 없도록 선제 대응을 하는 것이 필요하다. 우리는 지금 초연결 사회에 살고 있다. 직접적인 연결이 없다면 온라인을 통해 간접적으로도 연결된 세상에 살고 있다. 그러나, 연결의 고리가 작거나 약한 사람들은 고립될 수밖에 없다. 혹자는 이러한 고위험군을 끝까지 찾아 나서야 한다고 말한다. 일리가 있는 말이나 현장 인력부족을 생각한다면 현실적인 대안은 될 수 없다. 부족한 인력을 사회복지 명예공무원이나 이웃, 집주인 등의 자발적 참여를 통해 해결한다거나 인공지능(AI)이나 사물인터넷(IoT) 같은 기술을 활용해 사람이 일일이 찾아 나서지 못해도 위험을 감지하여 불행한 사태를 예방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다음으로 해야 할 일은 고립된 사람들을 찾아낸 후 적절한 서비스와 연결해주는 노력이다. 서비스 중 가장 중요한 것은 지역사회 내 사회적 관계망 지원을 충실히 하는 것이다. 사람과 사람이 연결되어 있을 때 안전망 안에 있다는 확신을 얻을 수 있을 것이며, 연결 사회로 회복도 가능해질 것이다. 이웃, 지역사회에 있는 은둔형 고립자와 같은 자기방임자의 사회적 관계망 형성 지원도 필요하다. 일본에서도 ‘히키코모리(은둔형 외톨이)’로 불리는 청년들을 지원하는 센터를 설립해 자기방임에 대한 지원을 한다.

서비스 제공과 관련하여 중요한 또 한 가지 요소는 생애주기를 고려해 연령별 고위험군에 대한 서비스 연계가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이다. 대체로 청년은 일자리·경제 등에서는 상대적 박탈감을 느낄 정도로 민감한 문제이므로 이를 타깃으로 하도록 하며, 중년층의 경우에서는 직업전환과 관련하여 벌어지는 일과 가족관계가 중요하며, 노년층의 경우 신체 건강 및 돌봄과 안전 등이 중요한 이슈가 되므로 이러한 점들을 고려한 지원이 되어야 한다. 즉, 현재 지역사회에서 제공되고 있는 다양한 서비스들을 찾아 연계하는 것이 곧 고독사를 예방하는 것이다.

고위험군의 발견과 함께 서비스 연결이 원활하게 이루어지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를 위해 주민센터와 지역사회자원 활용이 함께 이루어질 수 있도록 전달체계를 효과적으로 구성할 필요가 있다. 즉 사회적 고립 예방 서비스 전달체계 구축을 위해, 초기 발견-서비스 지원-예방 및 서비스-사후 서비스가 효과적으로 전달될 수 있도록 구성하여야 한다.

끝으로 고려해야 할 것은 아무리 법체계가 잘 되어 있고, 서비스 체계가 잘 되어 있다고 해도 고독사를 완전히 막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여기서 고려해야 할 중요한 것은 이웃에 대한 관심이다. 정을 기반으로 하던 우리 지역사회에서는 외로움과 고립의 문제가 심각하지 않았지만, 1인 중심의 마이크로 가구가 대세인 현재는 외로움으로 인한 정신적 충격뿐 아니라 이것이 고독사로도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관심이 필요하다. 사회적 연대의식을 가지고, 함께 사는 사회를 만들어갈 때 진정한 예방이 가능해질 것이다.

정순둘 이화여대 교수·사회복지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