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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0억 지원금, 뭉쳐야 딴다”… 지방대 ‘환골탈태’ 몸부림 [심층기획-저출산·고령화 위기의 지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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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3-05-23 06:00:00 수정 : 2023-05-23 05:25: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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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컬 대학 30’ 유치 사활

31일 신청 마감 앞두고 눈치전쟁
부산대·교대 ‘물꼬’… 10곳 통폐합 추진
지자체와 협력 ‘혁신모델 창출’ 모색도

졸속 통합 우려… 대학가 갈등 격화
부산교대, 투표 보이콧에 휴업 결의
충남대·한밭대, 교수회까지 반대성명

지자체 역할·지원이 중대 변수
지방대 ‘인구 유출 막는 댐’ 역할 중요
대학 지원 조직 확대… 협력 강화 나서

‘벚꽃 피는 순서대로 망한다’라는 말이 지역 대학가엔 이미 익숙한 말이다. 지방대학들의 생존 위협은 현실이 됐다. 지방대학의 위기는 대학 자체만의 위기가 아니라 지방 소멸 위기를 가속하는 것이기도 하다. 지역 인구 유출을 막는 ‘댐’ 역할로 경쟁력을 갖춘 지방대학 육성론이 제기되는 배경이다.

‘글로컬 대학30’ 선정을 앞두고 지방대학들이 유치전에 사활을 걸고 있다. 교육부는 오는 31일까지 글로컬 대학 예비 지정 신청서를 받는다. 각 대학은 최대 5쪽 분량의 혁신기획서를 제출해야 한다. 교육부는 6월 중 10개 내외 대학을 글로컬 대학으로 지정한다. 내년 10개, 2025년과 2026년에 각각 5개씩 모두 30개의 글로컬 대학을 확정하기로 했다. 한 사립대 총장은 “오랜 기간 재정난을 겪은 사립대로서는 글로컬 대학30에 선정만 된다면 어떤 제안이라도 받아들일 상황에 몰려 있다”고 했다.

 

◆통합·혁신 내건 ‘1000억 눈치싸움’

지방대학들이 구상 중인 혁신방안으로 ‘대학 간 통합’이 대표적이다. 2~3개 대학이 한 대학으로 통합하면 1개교로 분류해 선정될 수 있다. 대학 경쟁력 확보 차원에서 통합이 성사되면 확실한 차별성을 보일 수 있어서다. 22일 현재까지 통합을 추진하는 지방 대학은 10곳이 넘는다.

대구·경북권에서는 대구대·대구가톨릭대·경일대가 글로컬 대학 지정을 위해 통합에 준하는 연합협의체 ‘경북 글로컬 대학교’(가칭) 구성에 합의하고 공동으로 학위 과정을 운영하기로 했다. 영남대와 영남이공대, 계명대와 계명문화대는 이사회 등을 통해 통합을 위한 공감대를 형성 중이다. 안동대와 경북도립대는 통합 국립대를 설립하는 데 교감이 이뤄졌다. 애초 이들과 함께 통합 대상으로 거론된 금오공대는 견해차를 좁히지 못해 빠졌다.

 

충청권에서는 충남대·한밭대에 이어 배재대·목원대가 지역 사립대 최초로 연합대학 체제를 운영한다. 강원권에서는 강원대·강릉원주대, 부산권에는 부산대·부산교대가 통합을 합의한 데 이어 동서대·경남정보대·부산디지털대가 통합을 추진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4년제 대학, 전문대학, 사이버대학의 통합모델은 전국 첫 시도다.

일부 대학은 각 지방자치단체와 함께 산학 협력과 대학 구조 개혁 등 혁신 비전을 내세우고 있다. 포스텍은 포항시와 함께 단독으로 글로컬 대학 지정 신청을 위해 내부 의견을 모으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동국대 WISE캠퍼스도 글로컬 대학 사업을 확보하기 위해 경주시와 협력하기로 했다. 대학 관계자는 “지자체·산업계·연구기관·주민 등 지역사회와의 파트너십을 기반으로 혁신모델을 창출하겠다”고 말했다.

광주에서는 전남대·조선대가 AI(인공지능)·반도체·차세대 배터리·미래차·뷰티산업 등을 특화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 조선대는 광기술공학과 특성화로 광주의 광·융합 산업에 기여할 방안을 찾고 있다.

 

◆마감 앞두고 학내 내홍 ‘산 넘어 산’

‘글로컬 대학 30’ 사업 마감이 초읽기에 들어간 가운데 통합 논의를 급박하게 진행하면서 대학가 곳곳에서 분규도 일어나고 있다. 부산교대는 부산대와 글로컬 대학에 공동 신청하기로 했지만, 학교 측의 일방적 강행에 반발하는 학생들이 휴업까지 결의하고 나서면서 극심한 진통이 뒤따를 전망이다. 앞서 부산교대는 지난달 10일 학생과 교직원, 교수 등을 대상으로 벌인 찬반 투표에서 총원 2380명 중 315명만 참여해 투표율이 13%에 그쳤다. 학생들이 투표를 보이콧한 결과다. 학생 1453명 중 98%인 1420명이 투표에 참여하지 않았다. 방인성 부산교대 비상대책위원장은 “대학 간 통합이라는 중대한 사안을 학생과 제대로 된 소통 없이 문자투표로 정하는 게 과연 맞느냐”며 “학생총회 결정대로 과별 릴레이 휴업에 돌입하겠다”고 했다.

부산교대 학생들이 기자회견을 열고 ‘글로컬 대학30’ 사업 중단을 요구하고 있다. 부산교대 총학생회 제공

충남대와 한밭대도 내홍이 가라앉지 않고 있다. 총학생회와 교수회까지 반대 목소리를 내고 있다. 두 대학 교수회는 최근 글로컬 대학 추진을 비판하는 성명을 냈다. 대학 내 의견수렴 과정을 충분히 거치지 않았다는 점과 대학 줄 세우기와 다름없는 사업 취지에 반대하는 게 핵심 내용이다. 충남대 관계자는 “학내 이견은 있을 수 있어 충분히 협의해야 한다”며 “설명회나 간담회를 열어 구성원 의견 수렴을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강원대는 지난 2월 강릉원주대와 ‘1도 1 국립대’를 재추진하는 것으로 결정했지만 총학생회와 교수회가 과거 삼척대와 통합이 성공적이지 않았다는 점을 내세우며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한 지방 국립대 총장은 “교육부가 구조개혁을 너무 강조하는 듯해 우려된다”고 했다.

 

◆자치단체 전폭 지원이 ‘관건’

지방대학 혁신방안 못지않게 해당 지방자치단체의 관심과 전폭 지원도 최대 관건으로 떠오르고 있다. 각 대학은 6월 예비지정 대학에 선정되면 지자체, 지역 산업체와 공동으로 혁신기획서에 대한 구체적인 실행계획을 세워 광역지자체를 통해 제출해야 한다. 대학이 지역과 밀착된 차별화한 혁신방안을 발굴하기 위해서는 해당 지자체와의 협력이 무엇보다 중요한 이유다. 특히 2025년부터 대학재정지원사업 예산을 지자체에 넘겨주는 이른바 ‘지역혁신중심 대학지원체계’(RISE)와도 맞물려 글로컬 대학 선정과 관련해 지자체 역할이 중대한 변수로 작용하고 있다.

광주시는 ‘지역대학 혁신자문단’을 구성해 ‘글로컬 대학30’ 선정 등 지자체와 대학 간 협력에 발벗고 나섰다. 하반기 조직개편 때 대학 지원 전담 조직도 확대한다. 전남도는 신설 예정인 대학 지원 전담 조직을 애초 1개 팀 신설에서 지자체·대학 간 협력 확대·강화를 위해 과 단위로 상향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문금주 전남도 행정부지사는 “글로컬 대학 사업으로 지자체와 대학의 협력이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하다”며 “지역과 대학이 함께 손잡고 지역사회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는 프로젝트를 기획·실행해 동반 성장하도록 협력을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대구·부산·무안=김덕용·오성택·김선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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