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년대 폐·복간 등 격동기 딛고
문학·시사 등 지식사회 산실역
“이상주의 떠나 현실적 이행 추구
소수자 등 다양한 담론 구체화”
“법고창신(法古創新)이라는 표어가 저희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담고 있습니다. 옛것을 본받아 새로운 것을 창조하는 거죠.”
계간지 ‘창작과비평’의 이남주 편집주간은 24일 국내 대표적인 계간지로 성장한 잡지의 200호 발간을 맞아 이같이 말한 뒤 “지향하는 방향은 계속 견지하되, 시대가 요구하는 과제의 변화나 사람들의 감수성 변화 등에 맞춰 이상적인 것과 현실을 결합해 구현할 길을 찾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1966년 창간된 창작과비평은 1980년 잡지 폐간과 1985년 출판사 등록 취소 및 1988년 복간 등의 여러 어려움을 딛고 57년이 지난 올 여름호에 200호를 발행했다. 단순히 문학예술뿐만 아니라 시사 및 기획담론을 담은 정론을 함께 포괄하는 독특한 잡지 구성을 통해서 민족문학론과 분단체제론, 이중과제론, 87년체제론 등 한국 지식사회의 의제 제시 역할을 수행해 왔다는 평가다.
이 주간은 이날 서울 마포구 창비서교빌딩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2016년 창간 50주년 기념호를 내면서부터 창비는 ‘대전환’과 ‘이행’을 가장 중요한 키워드로 삼고 잡지를 작업해 왔다”며 “대전환이라는 화두를 가지고 한국사회의 무엇을 어떻게 변화시킬 것인가를 계속해 잡지에 반영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상주의적인 방향 제시에 그치지 않고, 대전환을 위한 이행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담론을 구축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황정아 편집부주간은 문학이 갖는 역량과 변화 가능성에 주목해 창작과비평의 역할을 강조했다. 그는 “문학은 공동체 구성원에게 목소리를 부여하고, 무엇이 가치 있는 삶인지 질문을 던지고 답을 하는 과정을 통해서 공동체 문명의 토대를 구축하는 데 기여해 왔다”며 “생태 위기, 자본주의 위기 등 현실적 문제의식에 공감하면서도 다음을 생각하는 이행의 문학을 지향할 것”이라고 말했다. 계간지로서 정보가 넘쳐나는 시대, ‘패스트(fast) 매체’가 채우지 못하는 부분까지도 “찬찬히 들여다보게” 하는 ‘슬로(slow) 매체’로서의 역할에도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백지연 편집부주간은 2010년대 주요한 화두로 부상한 페미니즘, 소수자 이슈 등을 거론하면서 “한국 사회의 중요한 흐름이나 담론을 생동감 있게 충분히 다 담아내지 못했을 수 있지만, 다각도로 시간을 들여 숙고하며 들어보려 했다”며 “앞으로 이런 부분을 구체화하는 게 숙제”라고 과제와 다짐을 밝히기도 했다.
도서출판 창비에 따르면, 창작과비평은 최근 20년간 약 1만부 안팎의 발행 부수를 유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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