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출 청소년에게 도움을 주겠다고 유인해 성범죄를 저지르는 가짜 ‘헬퍼’들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
여성계에 따르면 최근 온라인에서는 갈 곳이 없는 가출 청소년에게 숙박이나 식사 등을 제공하는 등 도움을 주겠다며 스스로 헬퍼를 자칭하는 이들이 적잖다.
사단법인 탁틴내일이 지난 3월30일∼4월28일 페이스북과 트위터에서 게시글을 수집해 분석한 결과 792건의 헬퍼 관련 게시물을 확인했다. 이 중 160건은 숙박 제공, 139건은 식사(식료품) 제공, 18건은 금전 제공 등의 도움을 주겠다는 내용이었다.
탁틴내일이 실제로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익명의 여학생을 가정해 계정을 만들고 도움을 요청하는 글을 올리자 1주일간 162명으로부터 개인 메시지(DM)가 왔다고 한다.
이들 중 몇몇은 초기에는 단순히 도움을 제공한다며 접근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대면 만남을 요구하고 성관계 등을 강요한다는 게 탁틴내일 측 전언이다.
탁틴내일에 상담을 신청한 청소년들은 경제적으로 절박한 현실 탓에 어쩔 수 없이 이런 요구를 받아들였다고 한다.
26일 뉴시스에 따르면 A양은 “헬퍼 집에 있는데 어젯밤에 성폭력을 당했다”며 “그래도 재워주고 먹여주고 하는 도움을 받아서 신고는 못하겠다”고 말했다.
B양도 “지방에서 올라와 지낼 곳이 없었는데 SNS에서 누가 오피스텔이 비어 이용해도 된다고 해서 지내고 있었는데 밤에 갑자기 찾아와 성폭행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청소년 유인 단계부터 처벌을 강화하고 국가의 청소년 보호 체계도 확충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가출 청소년은 1388이나 청소년 쉼터 등에서 숙식을 포함한 도움을 받을 수 있지만 접근에는 제한이 있는 실정이다. 쉼터는 전국 137개로 시·군·구 당 1개에도 못 미친다. 이마저도 41.6%인 57개가 수도권에 몰려있다.
탁틴내일 관계자는 뉴시스에 “공적 도움을 받을 수 있는 곳을 모르거나, 알아도 어떻게 가야하는지 모르거나 가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며 “헬퍼들이 가출 청소년들에게 도움을 준다고 자처하지만 현행법상 가출 청소년을 신고하지 않고 보호하는 행위는 불법”이라고 전했다.
실종 아동 등의 보호 및 지원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누구든지 정당한 사유 없이 실종 아동 등을 경찰서에 신고하지 않고 보호할 수 없다. 가출도 이에 해당한다.
다만 유인 행위 자체에 대해서는 현행법상 처벌이 어렵다는 게 탁틴내일 측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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