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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제폭력 방지법 제정 겉도는 사이… 연인폭력·살인 악순환

입력 : 2023-05-29 19:06:02 수정 : 2023-05-29 22:1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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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안산서 잇단 비극

연인 간 범죄 행위 법적 사각지대
금천피해자 경찰 신고까지 하고도
보호조치 못 받아 결국 ‘보복살인’

“접근금지·분리 등 가능하게 해야”

지난 26∼28일 3일간의 연휴 동안 서울 금천구에서 교제한 여성을 ‘보복살인’한 사건에 이어 경기 안산시와 서울 마포구에서도 연인을 살해하거나 전 연인을 폭행·감금한 사건이 잇달아 발생했다. 이 같은 ‘교제폭력’이 끊이지 않으며 논란이 이어지는 가운데 전문가들은 차제에 교제폭력의 피해자를 보호할 법적 근거를 마련해야 한다고 한목소리로 강조했다.

29일 경찰청에 따르면 교제폭력으로 검거된 사람은 2016년 8367명에서 지난해 1만2841명으로 늘었다. 연인 등 친밀한 관계에서 발생한다는 이유로 개인사로 치부됐던 교제폭력이 가정폭력·스토킹범죄 등과 마찬가지로 사회적 범죄로 부상한 것이다. 특히 지난 26일 서울 금천구 시흥동에서 발생한 연인 보복살인 사건은 교제폭력 사건의 ‘피해자 보호 사각지대’를 드러냈다. 경찰은 피해자의 폭행 신고로 살인범 김모(33)씨를 23분간 조사하고도 피해자에 대해 적절한 보호조치를 하지 않았고, 이는 김씨의 보복살인으로 이어졌다. 경찰은 ‘폭행이 경미했고, 김씨의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피해자의 진술을 근거로 단순 연인 간 다툼으로 판단했다고 해명했다. 김씨는 전날인 28일 구속됐다. 서울남부지법 이소진 판사는 김씨의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심사)을 한 뒤 “도주가 우려된다”며 영장을 발부했다.

 

경기 안산시 단원구에서도 지난 28일 30대 남성 A씨가 교제하던 여성을 살해한 뒤 극단적 선택을 시도했다. A씨는 28일 이른 새벽 교제하던 30대 여성 B씨를 목 졸라 숨지게 한 혐의를 받고 있다. 그는 B씨 살해 직후 자신의 누나에게 “사람을 죽였다”는 내용의 문자를 보낸 뒤 흉기로 자해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이 A씨의 누나로부터 신고를 접수하고 현장에 도착했을 당시 B씨는 거실에 숨져 있었으며, A씨는 의식을 잃고 쓰러져 병원으로 이송됐다. 같은 날 서울 마포구에서도 30대 남성 C씨가 전 연인 D씨를 폭행한 뒤 차에 태워 감금한 혐의로 붙잡혔다.

이번 연휴 연이은 교제폭력 사건은 현행법상 연인 간 반복되는 범죄행위에 대해 적절한 피해자 보호장치가 없다는 점을 여실히 보여줬다. 이는 친밀한 관계에서 벌어지는 범죄를 다룬 ‘스토킹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법률’(스토킹처벌법)과 ‘가정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가정폭력처벌법)과 대조된다. 스토킹처벌법은 피해자 보호를 위해 경찰이 스토킹 가해자를 법원의 영장을 받아 구속하거나, 법원의 잠정 조치를 통해 유치장에 가둘 수 있도록 한다. 가해자를 피해자로부터 격리할 수 있는 장치가 마련돼 있는 셈이다. 가정폭력처벌법에도 가해자를 가정 구성원의 주거에서 퇴거시키거나 피해자에게 접근하지 못하도록 하는 조치가 마련돼 있고, 피해 발생 이후 추가 피해 예방을 위한 사후 모니터링 체계도 촘촘하다.

 

전문가들은 이번 사건들을 계기로 연인 사이에 발생하는 폭력 등의 범죄에 대해 적극적인 법적 장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조주은 경찰청 여성청소년안전기획관은 “교제폭력 피해자를 보호하기 위한 법적 근거가 부족하다”며 “가정폭력처럼 접근금지 명령이나 가해자 분리 조치가 가능하도록 교제폭력 규제 근거가 있어야 한다”고 꼬집었다.

 

승재현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도 “교제폭력을 일반 폭행죄로 처벌하면 되는 것 아니냐는 물음이 있다”면서 “가해자에게 피해자 정보가 너무 많이 노출돼 있다는 점에서 본질적으로 다르다”고 설명했다. 이어 “학교, 직장, 동료, 가족에 대한 광범위한 피해가 예상되기 때문에 가정폭력특례법의 가족 구성원의 범위 안에 동거 등의 개념을 추가하는 원포인트 개정이 필요하다”고 촉구했다.

 

교제폭력 법안들은 20대 국회에 이어 21대 국회에도 상당수 발의돼 있지만 논의가 진척되지 않고 있다.


김나현 기자 lapiz@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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