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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하지 않는 자, 먹지도 말라?’ 美 ‘푸드 스탬프’ 쟁점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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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3-05-30 20:28:24 수정 : 2023-05-30 20:28: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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月 평균 22만원 식비 지원
코로나19 영향 수혜자 급증
주류 구매 금지에 꼼수 사용도
美 공화당 "노동 의무 조건 강화해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공화당 소속 케빈 매카시 미 하원의장이 지난 28일(현지시간) 연방정부 부채한도 상향에 최종 합의하면서 초유의 채무불이행(디폴트) 사태를 막은 가운데, 양측의 막판 협상 최대 쟁점이었던 ‘푸드 스탬프(Food Stamp·저소득층 식비 지원 제도)’에 관심이 쏠린다. 바이든 행정부는 공화당의 요구대로 푸드 스탬프 수혜 요건의 노동 의무를 강화하기로 합의했다. 

 

푸드 스탬프의 정확한 명칭은 ‘영양 보충 지원 프로그램(Supplemental Nutrition Assistance Program·SNAP)’이다. 1964년 도입됐으며, 전자카드 형태로 저소득층의 식료품 구매비를 지원한다. 지난 2월 기준 미 전역에서 약 4250만명이 푸드 스탬프 혜택을 받았고, 미 농무부에 따르면 수혜자들은 평균 월 169달러(약 22만원)의 식비를 지원받는다. 

 

미국 워싱턴의 한 푸드뱅크(소외계층에 식품을 무료로 제공하는 단체)에서 지난 10일(현지시간) 샐러드용 야채와 빵 등 구호를 위한 음식들이 봉투에 담겨 있다. 워싱턴=AP연합뉴스

식비가 나오는 날이면 저소득층이 주로 사는 지역 길거리가 활기를 띠고 마트마다 물건을 사려는 이들이 장사진을 이루는 등 푸드 스탬프는 미국의 대표적인 사회보장제도 중 하나다. 

 

그러나 악용 사례도 적지 않다. 푸드 스탬프 카드로는 술과 담배를 구매할 수 없는데, 알코올 중독에 걸린 수혜자들이 물이나 탄산음료 등 빈 병 보조금을 받을 수 있는 음료를 잔뜩 산 뒤 음료를 길거리에 쏟아붓고 병만 되팔아 그 돈으로 술을 사는 식이다. 

 

◆‘일하지 않는 자, 먹지도 말라’

 

‘작은 정부’와 정부 지출 축소를 지향하는 공화당에 푸드 스탬프는 눈엣가시일 수밖에 없다. 특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영향으로 실직자들이 늘어나며 푸드 스탬프 수혜자도 함께 급증하자 지난 3월 초 공화당은 푸드 스탬프 개혁 법안을 발의, 본격적인 제도 손질에 나섰다. 

 

공화당 입장의 핵심은 ‘일하지 않는 자, 먹지도 말라’는 것이다. 공화당은 현재 49세 이하 성인에게만 요구되는 노동 의무 적용 연령을 높여야 한다고 요구한다. 

 

이에 따라 바이든 행정부와 매카시 의장이 합의한 부채한도 상향 관련 법안에는 적용 연령을 54세까지 높이는 내용이 담겼다. 자녀 등 부양가족이 없고, 근로능력이 있는 54세 이하 성인은 푸드 스탬프를 받기 위해 한 달에 최소 80시간 이상을 일하거나 취업 교육 프로그램에 참여해야 한다. 이 조건을 충족하지 않을 경우 혜택은 최대 3개월까지만 주어진다.

 

반면 노동 의무 면제 대상 범위는 오히려 늘어났다. 현행법은 신체·정신적 장애와 임신으로 인해 일하기 어려운 사람만을 면제 대상으로 정했는데, 퇴역 군인과 노숙자·자립준비청년까지 그 대상이 확대된 것이다. 

 

결국 이번 합의를 통해 푸드 스탬프 수혜자 수가 확대될지, 축소될지에 대한 전망은 아직 불투명하다. 미 의회예산국(CBO)은 지난달 노동 의무 적용 연령을 54세로 높이고 면제 대상을 늘리지 않을 경우 약 27만5000명이 수혜 대상에서 탈락하며 1만9000여명이 줄어든 지원금을 받게 될 것이라고 추정했다. 

 

그러나 노동 의무 면제 범위가 늘어나면서 오히려 수혜자가 늘어날 거란 전망도 있다. 워싱턴에 있는 싱크탱크 ‘어반인스티튜트’는 2021년 연구에서 푸드 스탬프 수혜자 중 노동 의무 요건을 충족할 가능성이 가장 높은 집단은 노숙자이며, 퇴역 군인에게 노동 의무를 면제할 경우 푸드 스탬프를 사용하는 수가 훨씬 늘어날 거라고 내다봤다. 

 

◆공화·민주 강경파 불만 잠재울까

 

이번 합의안을 두고 공화와 민주 양당 모두에서 불만의 목소리가 나온다. 공화당 강경파 ‘프리덤코커스’ 소속인 칩 로이 하원의원이 “노동 의무 요건이 약하다”고 반발한 가운데 민주당 강경파인 프라밀라 자야팔 하원의원은 미 CNN방송에 출연해 요건 강화에 대해 “절대적으로 끔찍한 정책”이라고 비판했다. 

 

민주당 일부 강경파와 진보 성향 시민단체들은 노동 의무 요건 강화로 “더 많은 노년층이 기아와 빈곤에 시달릴 것”이라고 주장한다. 

 

미 하원의회는 30일 운영위원회를 열고 합의안 처리 절차에 들어간다. 백악관과 매카시 의장은 디폴트 시한(6월5일) 이전 법안의 의회 통과를 마치겠다는 목표다. 공화당 강경파가 포진한 운영위는 이를 위한 1차 관문이다. 


이지안 기자 easy@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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