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상감시·정보공유체제 매우 중요
韓, 해양협력체계 개발 적극 주도
中 참여 유도 ‘포용적 안보’ 모색도
지난달 31일은 바다의 날이었다. 바다는 지역과 지역을 연결하는 통로이자 어족 등 각종 수산자원과 광물자원의 보고이다. 삼면이 바다에 접해 있고, 육상은 북한과 접한 특수 상황에 부닥친 우리나라 같은 경우 바다는 나라의 안전을 지키는 중요 관문이 되기도 한다. 따라서 해양의 안전은 우리나라에 더욱 각별하다.
그런데 인도태평양 지역의 해양은 다양한 위협에 노출되어 있다. 중국과 한국·일본·동남아 등 지역 국가 간의 해양 영토분쟁은 언제든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 최근 대만해협에서 미·중 간의 군사대치 가능성은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기후변화, 자연재해, 연계성 부족과 같은 취약점도 드러나고 있다. 우리가 발표한 인도태평양 전략이 규칙에 기반을 둔 지역질서와 해양안보를 중요한 목표로 포함한 것은 이런 이유에서다.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해양안보를 실제 행동으로 옮긴 국가 간 협력으로는 ‘인도태평양 해양상황인식을 위한 파트너십(Indo-Pacific Partnership for Maritime Domain Awareness, IPMDA)’이 대표적이다. 2022년 5월 미·일·인·호 4자 안보협의체인 쿼드 정상회의에서 발족한 IPMDA는 태평양 제도, 동남아시아, 그리고 인도양의 협력국들이 역내 불법 조업을 저지하고 재난 상황에 대처할 수 있도록 기술과 역량강화 훈련을 제공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선박이 자동식별장치(AIS)를 꺼도 움직임을 식별하는 기술을 예로 들 수 있다. 지난 3월 미 허드슨 연구소가 주최한 안보회의에 참석한 린지 포드 미 국방부 남아시아 담당 부차관보에 따르면 이 기술은 북한 선박 혹은 북한과의 불법해상환적에 가담한 제3국 선박들의 활동을 감시하는 데도 사용될 수 있다.
쿼드는 4개 회원국뿐 아니라 인도태평양 지역의 평화, 안정과 번영을 희망하는 파트너 국가들과의 해양상황인식 협력을 강조하고 있다. 한국은 IPMDA의 파트너로 직접 거론되지는 않았다. 하지만 한국은 높은 해양영역인식(MDA) 역량을 보유하고 있으며, 이미 남중국해에서 MDA 관련 활동을 수행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한국은 방산 수출과 기술협력 등을 통해 역내 국가의 해양능력배양에 대한 기여를 꾸준히 높여가고 있다. 해양상황인식은 첨단 장비, 인공위성협력 등 한국의 하이테크 기술 역량을 발휘할 수 있으니 인태전략 실행의 차원에서 한국이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대표적인 분야이다.
MDA를 비롯하여 인도태평양 전략하에서 추진하는 국제협력이 오히려 해상에서 세력 간 충돌의 위험을 높일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하지만 이미 중국은 해양력을 급속하게 강화하면서 이를 인근 해역에 더 높은 빈도와 강도로 투사하기 시작했다. 그러므로 이는 오히려 선제적인 촉발(action)과 이에 대한 대응(reaction)의 연쇄적 현상으로 이해하는 편이 타당할 것이다.
하지만 지역의 개별 국가 수준에서 효과적인 대응을 하기는 힘들다. 인도태평양 전략을 발표하고 이 지역의 평화와 번영을 규칙 기반 질서에 의거하여 지키고자 하는 국가들이 힘을 모아야 하는 이유이다. 여기서 ‘부주의’하고 ‘의도하지 않은’ 충돌 방지를 위해서도 해상감시, 정보공유 체제가 매우 중요하다. 따라서 한국은 인도태평양 해역에서 MDA뿐 아니라 보다 넓은 의미에서 잘 조율된 해양협력체계(Coordinated Maritime Presence)를 개발하는 데 적극적으로 참여할 필요가 있다.
이처럼 역내에서 유사입장국가들과 해양협력체계를 구축하여 일차적으로 해양안보 태세를 강화하는 한편 중국의 참여를 유도하여 포용적인 해양안보를 구현하는 방안도 함께 모색해야 할 것이다. 동아시아정상회의(EAS),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 환인도양연합(IORA)과 같이 중국이 포함된 포럼에서 안보 문제를 논할 수 있는 유연성도 필요하다. 이와 같은 유연한 접근은 한국이 인태전략에서 밝힌 포용성의 협력 원칙을 실천하는 유용한 방안이 될 수 있을 것이다.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