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두환 전 대통령 일가의 오산시 땅을 추징하라는 결정에 대해 신탁사가 이의를 제기했지만, 법원이 받아들이지 않았다. 55억원 상당의 이 땅은 전씨에 대해 추징할 수 있는 사실상 마지막 추징금이다.
11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고법 형사1-3부(재판장 서경환)는 부림저축은행 등이 제기한 집행에 관한 이의신청을 지난 8일 기각했다.
◆법원, 오산땅 신탁사의 이의제기 기각
전씨 일가가 신탁한 경기 오산시 소재 임야는 전씨 처남인 이창석씨가 전씨 차남 재용씨에게 불법 증여했다는 의혹이 있던 곳이다. 검찰 특별환수팀은 이곳 5필지를 압류 조치했다.
국세청 등은 전씨의 체납 세금을 받기 위해 2017년 이 임야를 공매에 넘겼는데, 교보자산신탁은 2019년 1월 해당 임야에 75억6000만원의 공매대금이 배분되자 5필지 중 3필지에 해당하는 공매대금(약 55억원) 배분 처분을 취소해달라며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에 소송을 제기했다. 서울행정법원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지만, 신탁사 측은 항소한 상태다.
다만 교보자산신탁은 재용씨가 대표이사였던 비엘에셋으로부터 해당 토지를 신탁받아 소유권을 관리하는 서류상 소송 당사자다. 실질적인 소송 주체는 해당 토지를 담보로 대출해준 부림저축은행 등 9개 금융기관이다.
신탁사 측은 행정소송의 경우 추징집행 이후 처분 시점에 대한 적법성을 판단한 것일 뿐이라며 이의신청을 제기했다. 아직 3필지 배분금이 채권자에게 지급되지 않아 집행이 완료되지 않아 집행 자체에 대한 이의제기가 가능하다는 주장이었다. 법원은 이런 요구 역시 받아들이지 않았다.
◆전두환이 안 낸 추징금 아직 922억
전두환씨에게 환수하지 못한 추징금은 922억여원에 달한다. 1997년 대법원이 내란·뇌물수수 등 혐의로 전씨에게 무기징역과 추징금 2205억원을 선고한 지 26년이 지났지만, 미납금이 여전히 절반 가까이 남은 것이다.
대법원 선고 당시 검찰은 예금 및 채권 등으로 312억원을 추징했다. 이후 추징시효 만기인 3년 마다 일부 재산을 압류하긴 했지만 전씨의 승용차와 장남 재국씨의 콘도회원권 압류 수준에 그쳤다. 이 과정에서 2003년 전씨가 자신의 재산이 ‘예금 29만1000원’이 전부라고 한 것이 알려져 공분을 사기도 했다.
이듬해 대검찰청 중앙수사부가 차남 재용씨를 증여세 포탈 혐의로 구속기소하자 전씨 일가는 숨겨둔 돈을 꺼냈다. 전씨 부인 이순자씨는 그해 5월 추징금 200억원을 대납했다. 2012년 대선을 계기로 전씨의 추징금 문제가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고 검찰은 2013년 서울중앙지검 특별환수팀을 꾸렸다. 국회에서도 이른바 ‘전두환 추징법’(개정 공무원범죄에 관한 몰수 특별법)이 통과돼 제3자 추징이 가능해졌다.
◆오산 땅 55억원은 마지막 추징금
하지만 전씨가 2021년 11월 사망하면서 더는 그에 대해 추징을 할 수 없게 됐다. 형사소송법상 추징은 범죄인에 내려진 형벌이라 대상자가 사망하면 집행도 중단된다.
대법원도 지난해 7월 전씨의 셋째 며느리 이윤혜씨가 검찰을 상대로 낸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 집 별채에 대한 압류처분 무효확인 소송 상고심에서 ‘압류가 적법하지만, 추징 당사자인 전씨가 사망했기 때문에 부동산을 추징할 수는 없다’고 판단했다.
이번 오산시 임야 공매대금이 사실상 마지막 추징금이라고 불리는 것도 이러한 이유 때문이다. 나머지 미납금은 소급 입법이 없다면 환수가 불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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