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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돌려차기 男’ 신상공개 안 됐던 이유 살펴보니 [사사건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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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3-06-12 07:00:00 수정 : 2023-06-12 14:4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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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서에 (신상공개) 청원을 넣었더니 이미 재판 중인 피고인이 돼서 권한이 없대요. 그래서 검찰 쪽에 청원을 넣었더니 지금은 2심 재판 중이라 안된대요.”

 

귀가하던 20대 여성을 무차별 폭행해 의식을 잃게 한 이른바 ‘부산 돌려차기 사건’의 피해자는 최근 한 유튜브 채널에 나와 “경찰과 검찰 모두 ‘신상공개는 불가능하다’고 한다”고 토로했다. 이에 유튜버에 이어 서울의 한 구의원까지 가해자의 신상정보를 직접 공개하고 나선 가운데 시민들 사이에서는 “애초 수사기관이 공개하지 않았던 이유를 모르겠다”는 반응이 나온다.

 

경찰과 검찰은 왜 돌려차기 가해 남성의 신상공개가 불가능하다고 말하는 것일까.

 

2022년 5월 초면인 여성의 머리를 발로 가격하고 수차례 구타한 혐의로 1심에서 징역 12년을 선고받은 30대 남성의 모습. JTBC 방송화면 캡처

◆경찰 수사가 중요한 ‘피의자’ 신상공개

 

검찰과 경찰 등 수사기관이 운영하는 ‘피의자 신상공개’ 제도는 중대 범죄가 발생했을 경우 ‘피의자’의 신상을 공개하는 제도다. 재판에 넘겨진 피의자는 ‘피고인’ 신분으로 전환되기 때문에 피의자 신상공개는 검찰 기소 이전으로 사실상 기한이 제한돼있다.

 

신상공개 현황을 보면 기한은 ‘검찰 송치 이전’으로 더 줄어든다. 12일 헌법재판소 헌법재판연구원이 2021년 발표한 ‘피의자 신상공개제도에 관한 헌법적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신상공개 제도가 시행된 2010년 4월부터 2020년 9월까지 신상정보가 공개된 32명은 모두 경찰 수사단계에서 신상공개가 이뤄졌다. 검찰은 사회적으로 공분을 일으킨 디지털 성착취 사건인 ‘N번방’ 관련 피의자 2명의 신상을 예외적으로 공개한 사례도 있지만, 이는 이미 경찰이 신상을 공개한 뒤였다. 이후로도 현재까지 검찰이 신상공개 한 피의자는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검찰이 추가 수사를 통해 범죄 혐의를 뒤늦게 파악했을 때다. 2심 재판을 앞둔 부산 돌려차기 사건 가해자에게 현재 적용된 혐의는 강간살인미수다. 하지만 경찰 수사 당시에는 중상해죄만 적용됐기 때문에 피의자 신상공개 대상이 아니었다. 경찰은 특정강력범죄의 처벌에 관한 특례법(특정강력범죄법) 제2조와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성폭력처벌법) 제2조에 해당하는 범죄에 한해 신상공개를 결정하는데, 중상해는 강력범죄에 속하지 않기 때문이다. 경찰 수사가 부실했던 탓에 피의자 신상공개 필요성 여부를 판단할 기회를 놓쳤던 셈이다.

 

◆신상공개 실효성 높이기 위해서는?

 

일각에서는 아예 피의자 신상공개의 범위를 넓혀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승재현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 박사는 “피의자보다 피고인이 무죄추정의 원칙에 더 벗어나있는데, 특정강력범죄 피의자의 신상공개는 가능한데 왜 피고인은 안 되는 건지 의문”이라며 “검찰 단계에서 범죄 혐의가 특정강력범죄로 바뀐 경우에는 검찰 기소 시점과 법원 유죄 선고 시 신상공개를 검토하는 시스템을 만드는 게 필요하다”고 말했다. 피의자→피고인→수형자 순으로 ‘무죄 추정의 원칙’이 희석되는 만큼, 특정강력범죄가 적용되는 혐의에 한해 피고인과 수형자에 대한 신상공개도 적극적으로 검토돼야 한다는 의견이다.

 

‘부산 서면 돌려차기 사건’ 당시 상황이 담긴 폐쇄회로(CC)TV 영상 갈무리. 피해자 측 남언호 변호사 제공

반면 장영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경찰청 인권위원장 겸임)는 “피의자 신상공개의 목적은 피의자의 추가 범행을 방지하거나 공인의 범죄에 대한 국민의 알 권리를 충족시키는 데 있는데, 재판 단계에서는 피고인의 추가 범행의 우려가 상당히 줄어든다”며 “피의자 신상공개는 경찰 단계에서 경찰이 충분한 수사를 통해 검토하게 하고, 재판 단계를 통해 공개돼야 하는 신상정보는 피의자 신상공개가 아닌 범죄자 신상공개라는 별도의 문제로 논의돼야 한다”고 말했다.

 

장 교수는 신상공개는 일관성이 더욱 큰 문제라는 입장이다. 부산 돌려차기 가해자의 신상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20대 또래 여성을 살해한 정유정의 신상이 공개되며 신상공개 기준이 문제 된 바 있는데, 그는 “신상공개 기준이 추상적인 데다가 심의위원회도 지방경찰청별로 따로 구성돼있어서 결정 기준이 일관적이지 않은 상황”이라며 “지방경찰청이 협의를 통해 단일 위원회를 구성하는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부산 돌려차기 男 오늘 2심 선고

 

부산 돌려차기 가해 남성의 2심 선고는 이날 오후 2시로 예정돼 있다. 앞서 지난달 31일 부산고법 형사 2-1부(최환 부장판사)가 진행한 피고인 A씨에 대한 결심공판에서 검찰은 징역 35년, 위치추적장치 부착, 보호관찰명령 20년을 구형한 바 있다.

 

당시 검찰은 살인미수는 예비적 공소사실로 하고 강간살인미수 혐의를 주위적 공소사실로 하는 공소장 변경을 요청했다. 앞서 1심에서 검찰은 A씨에게 살인미수 혐의를 적용했는데, △피해자의 청바지에 대한 검증 결과 △대검에서 회신된 유전자(DNA) 재감정 결과 △피고인이 성폭력을 목적으로 피해자의 뒷머리를 강타해 실신시킨 후 CCTV 사각지대로 끌고 가 피해자의 옷을 벗겨낸 사실 등을 추가로 반영한 것이다. 재판부는 공소장 변경을 받아들였다.

 

검찰의 구형 이후 재판부가 피해자와 피해자 변호인에게 의견을 묻자 피해자는 “피고인은 초등학생도 알 수 있는 거짓말을 하고 있다. 더는 이 사람에게 피해를 보는 사람이 없었으면 한다. 검사님과 판사님에게는 하나의 사건이지만 저한테는 목숨이 달린 일”이라며 강력한 처벌을 호소했다.

 

A씨는 최후 진술에서 “피해자분께 죄송하다. 그런데 진짜 살인을 할 이유도 목적도 없었다. 더군다나 강간할 목적도 없었다”며 “제가 잘못한 부분에는 죗값을 받겠으나 아닌 부분이나 거짓된 부분도 많다”고 말했다. A씨는 지난해 10월 1심에서 징역 12년을 선고받아 수감 중이다.


조희연 기자 choh@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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