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8%가 남편… 2년 전부터 증가세
뒤이어 아들·기관·딸 順 가해 많아
노인부부가구 12년간 11%P 상승
신고 1만9552건… 전년比 0.8% ↑
실제 학대 판정도 덩달아 늘어나
재학대 사례는 5년간 67% 증가
경기 수원시에 사는 A(75)씨는 지난해 6월 담뱃값을 주지 않는다는 이유로 아들 B씨에게 폭행을 당했다. 아들은 앉아 있던 어머니의 등을 발로 차서 넘어뜨린 후 수차례 밟는 등 폭행했다. 그래도 분이 풀리지 않은 듯한 아들은 집안의 접시를 집어던지는 등 난동을 부렸고, 결국 존속폭행과 노인복지법 위반 등의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한국 노인 인구 비중이 2025년 20%를 넘어 초고령사회로 진입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언어·신체폭력을 당하는 노인이 해마다 늘고 있다. 노인학대 사례 10건 중 4건은 배우자에 의한 학대 같은 ‘노노(老老)’ 학대인 것으로 나타났다. 자식과 따로 사는 노인부부가 늘어나면서 배우자에게 집중된 돌봄 부담을 덜어주고 노인 학대에 대한 대응을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보건복지부는 15일 ‘제7회 노인학대 예방의 날’을 맞아 지난해 전국의 노인보호전문기관 37곳에 접수된 노인학대 신고현황과 사례를 분석한 보고서를 공개했다. 지난해 노인학대 신고 건수는 1만9552건이었고 이 중 6807건(34.8%)이 학대 사례로 판정됐다. 신고 건수와 학대 사례는 전년보다 각각 0.8%, 0.5% 증가했다. 코로나19 대유행으로 경로당 등이 문을 닫으면서 가정 내 노인학대 신고 건수가 급증한 것과 비교해 지난해 증가율이 높진 않다. 하지만 노인학대 신고 건수와 실제 학대 사례는 매년 늘어나고 있다.
지난해 노인학대 사례를 분석한 결과를 보면 배우자에 의한 학대가 2615건(34.9%)으로 가장 많았다. 배우자를 학대한 가해자는 대부분 남성(87.8%)이었다. 이어 아들 2092건(27.9%)과 기관 1362건(18.2%), 딸 620건(8.3%) 등의 순이다. 이전엔 아들에 의한 학대가 가장 많았는데, 2021년부터 배우자와 아들의 순위가 바뀐 뒤 지난해 배우자 학대 비율이 더 커졌다. 자녀와 함께 사는 가족이 줄어들고 배우자가 서로를 돌보는 가구 형태가 늘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복지부 관계자는 “노인 부부 가구가 증가하며 부부간 돌봄 부담이 커지고 있고, 코로나19 장기화와 맞물려 배우자 학대 사례가 많아지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복지부의 ‘2020년 노인실태조사’에 따르면 노인부부 가구 비율은 2008년 47.1%에서 2020년 58.4%로 증가한 반면 자녀와 함께 사는 노인 가구는 같은 기간 28.4%에서 20.1%로 줄었다.
학대 사례를 가구 형태별로 봐도 노인부부 가구가 36.2%로 가장 많았고, 자녀동거 가구는 29.9%를 차지해 뒤를 이었다. 노인부부 가구와 배우자 학대 비율이 함께 높아지면서 ‘노노 학대’ 비중도 42.2%로 4년 전보다 6%포인트 올랐다.
학대의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사례도 증가하고 있다. 재학대 사례는 817건으로 전년보다 10.6% 늘었고, 2018년(488건)과 비교해 최근 5년간 67.4% 증가했다. 재학대 사례의 98.3%는 가정 내에서 발생하는 것으로 조사돼 계속되는 학대를 막기 위한 조치가 시급한 것으로 보인다.
복지부는 앞으로 노인학대 신고와 재발방지 대응체계를 강화할 방침이다. 복지부 관계자는 “코로나19 상황이 완화돼 바깥 활동을 할 수 있고 부양 스트레스나 가족과 오래 같이 있는 부분이 줄어 배우자의 학대가 감소할 수 있다”면서도 “제한됐던 이동이 자유로워지면 은폐됐던 학대가 발견될 여지도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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