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가 유지 땐 역전세 이슈 계속
다양한 형태 여러 부작용 나올 것
보증보험 의무화 등 해법도 제시
전세자금대출 DSR에 포함 주장
추경호 “집주인 차액 대출 완화”
최근 주택 경기 하락으로 발생한 역전세 현상이 내년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민간연구소의 전망이 나왔다. 집주인이 전세보증금만으로 주택을 구입할 수 있는 ‘무자본 갭투자’와 역전세 현상 등은 전세제도의 구조적 문제로 이를 해결하기 위해 전세 관련 금융시스템 등을 개선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정부는 눈앞에 닥친 역전세 문제를 풀기 위해 전세보증금 반환 용도에 한해 대출규제를 완화하는 방안 마련에 나섰다.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는 18일 발표한 ‘전세제도의 구조적 리스크 점검과 정책 제언’ 보고서에서 “전세가격은 지난해 7월을 정점으로 하락했다”며 “전세가격이 상승하지 않는다면 역전세로 인한 전세보증금 이슈는 내년까지 지속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최근 시장에선 악의적 투자자에 의한 전세사기 문제가 부각됐으나, 앞으로는 전셋값 급락에 따른 부작용이 다양한 형태로 나타날 수 있다는 것이 보고서의 분석이다. 전세보증금 회수가 지연될 경우 임차인은 주택 구입, 근무지 이전, 자녀 교육 등과 관련한 문제를 겪을 가능성이 커질 수밖에 없다.
주택시장 하락세에 깡통전세·역전세 위험가구는 급격히 늘어났다. 한국은행이 최근 발표한 ‘깡통전세·역전세 현황 및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1월 잔존 전세계약 중 각각 2.8%, 25.9%에 불과했던 깡통전세 및 역전세 위험가구 비중은 올해 4월 8.3%, 52.4%로 급증한 것으로 추산됐다. 깡통전세는 기존 전세보증금이 최근 매매시세를 초과하는 경우, 역전세는 기존 전세보증금이 최근 전세시세를 넘는 경우를 말한다.
KB경영연구소는 역전세 외에도 임대인의 무자본 갭투자 문제, 임차인의 전세보증금 미반환 위험 노출 등을 전세제도의 구조적 리스크로 짚었다. 보고서는 “2021년 말부터 주택경기 침체 조짐 등을 보이면서 보증금 리스크가 현실화되기 시작했다”며 “최근 주택경기가 빠르게 위축되면서 매매전세비(매매가격 대비 전세가격)가 높은 주택의 경우 보증금 반환 리스크가 현실화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구조적 리스크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으로는 전세제도 관련 금융시스템 개선 및 보증보험 강화 등을 제시했다. 연구소는 “전세자금대출로 인한 유동성 증가가 주택가격 왜곡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전세자금대출을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에 포함하고, 매매전세비가 70% 이상인 주택에 대해선 전세자금대출을 제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다만 임대인이 전세보증금 반환 용도로 대출을 신청하는 경우에 한해 한시적으로 주택담보대출비율(LTV)을 70%까지 허용하고, 대출신청 금액이 1억5000만원 이하인 경우에는 DSR 적용을 배제해 임차인의 안정적인 퇴거 지원에 나서야 한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부동산 중개업소의 임대인 관련 정보 확인을 의무화하고 계약 시 매매전세비에 대해 설명하도록 하는 방안, 장기적으로 임대인의 전세보증보험 가입을 의무화하는 방안 등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내놓았다.

강민석 KB경영연구소 박사는 “우리나라만의 독특한 임차 형태인 전세제도가 지금까지는 서민들의 내 집 마련을 위한 ‘주거 사다리’ 역할을 해왔지만, 최근 전세사기, 깡통전세 문제 등이 발생함에 따라 제도적인 보완이 절실히 필요해졌다”고 강조했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KBS 일요진단에 출연해 역전세 문제와 관련해 “약 50%, 100조원 상당이 역전세 위험에 노출된 것으로 본다”면서 “집주인이 전세 차액을 반환하는 부분에 한해 대출규제를 완화해 집주인이 자금을 융통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다음 세입자가 선순위 대출에 걸리지 않도록 집주인이 전세 반환보증을 받도록 하는 방안도 고려하고 있다”면서 “관계부처가 세부 대책을 막바지로 검토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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