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트 하나를 따내는 게 이토록 어려웠던 일인가. 여자배구 대표팀이 2023 국제배구연맹(FIVB) 발리볼네이션스리그(VNL)에서 마침내 한 세트를 따냈지만, 8연패의 수렁에 빠졌다. 16개 참가팀 중 유일한 전패팀이다.
이번 대회에서의 부진으로 세계랭킹이 33위까지 떨어진 여자배구 대표팀은 19일(한국시간) 브라질 브라질리아의 닐슨 넬슨 아레나에서 열린 독일(11위)과의 2023 VNL 2주 차 마지막 경기에서 세트 스코어 1-3(19-25 17-25 27-25 12-25)으로 패했다.
앞선 7경기에서 모두 0-3으로 완패한 한국은 독일전에서도 1,2세트를 연거푸 내주며 무려 23세트를 내리 내주는 동안 단 한 세트도 따내지 못했다. 3세트도 22-24로 밀리며 0득 24실 세트의 굴욕이 눈앞에 다가오는 듯 했다. 독일의 한나 오르트만의 서브 범실로 한숨을 돌린 뒤 이어진 랠리에서 끈질긴 수비로 버틴 뒤 김다은(흥국생명)이 후위 공격을 성공해 승부를 듀스로 끌고 갔다. 이후 강소휘(GS칼텍스)의 서브 득점과 범실이 교차해 25-25가 됐다. 한국은 정지윤(현대건설)의 퀵 오픈으로 다시 앞섰고, 이다현(현대건설)의 이동 공격으로 세트를 끝냈다. 8경기, 24번째 세트 만에 간신히 한 세트를 따낸 것이다.
그러나 4세트를 12-25로 완패하며 경기를 마쳤다. 양날개로 나선 정지윤(16점)과 강소휘(15점)가 분전했지만, 오르트만(23점)과 리나 알스마이어(19점)를 앞세운 독일의 화력이 더 강했다. 블로킹 득점에서도 독일이 11-5로 한국을 압도했다.
이번 여자배구 대표팀의 VNL에서의 부진은 예견된 결과였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세자르 에르난데스 곤잘레스 감독은 2022~2023 V리그를 마치고 소집한 대표팀 훈련에 합류하지 않고 소속 클럽팀인 튀르키예리그의 바키프방크의 코치직을 수행했다. 그러면서 화상으로만 훈련을 지시를 내렸다. 아무리 기술이 좋아졌다고 해도 직접 선수들을 보고 전술을 짜고 문제점을 짚어주는 것과 화상으로만 전술 지시를 하는 것은 하늘과 땅 차이다.
결국 ‘세자르호’는 튀르키예에서 열린 1주차에서 튀르키예, 캐나다, 미국, 태국에 모두 0-3으로 패했다. 브라질로 옮겨서 벌인 2주차에서도 한 수위인 브라질, 일본에게는 패한 것은 그렇다쳐도 유일한 1승 상대로 여겨졌던 크로아티아에게도 0-3 셧아웃 패배를 당했다. 그나마 독일전도 한 세트를 따냈지만, 패배는 패배다. 세자르호는 지난해 VNL에서도 12전 전패를 당해 VNL에서만 통산 20전 20패를 당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2023년을 23위로 시작한 한국의 세계랭킹은 33위까지 떨어졌다.
3주차 경기는 홈인 경기도 수원 서수원칠보체육관에서 열린다. 27일 불가리아(16위)를 시작으로 29일 도미니카공화국(10위), 7월 1일 중국(4위), 2일 폴란드(8위)와 차례대로 만나 대회 첫 승리에 도전하지만, 모두 한 수 위의 상대로 대회 첫 승은 쉽지 않을 전망이다. 그나마 기대볼 수 있는 것은 홈팬들의 열렬한 응원뿐인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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