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데믹 전환 이후 세계 명품 산업의 성장세가 주춤해졌다.
유럽 명품 기업들로 구성된 ‘스톡스 유럽 명품 지수’는 지난달 4.85% 떨어지며 올해 첫 감소세를 보였고, 유럽 기업 중 처음으로 시가 총액 5,000억 달러를 돌파한 루이비통모에헤네시(LVBH)의 주가가 최근 한 달간 4.90% 하락했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현상의 이유로 ‘업계 큰손’ 중국과 미국의 경기 침체를 꼽았다.
국내 시장 상황도 세계 흐름과 비슷한 모양새다.
지난해까지는 백화점 명품 매장 앞에는 점포 문이 열리자마자 달려가 구매한다는 ‘오픈런’ 행렬이 줄을 이었고, 리셀이 활성화하면서 톱스타를 이용해 홍보하던 관련 플랫폼이 우후죽순으로 생겨나 경쟁을 벌이는 모습을 보였으나 올해 들어서는 지난해 뜨거운 열기가 느껴지지 않고 있다.
대중의 관심도를 확인해 보면 지난해와의 차이가 확연히 나타난다. 뉴스포미가 빅데이터 마케팅 기업 팅코(TINCO)의 키워드 분석 플랫폼 팅서치를 활용해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명품 브랜드에 대한 대중의 관심이 최근 들어 크게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1년간 포털 검색량이 가장 많이 집계된 루이비통·디올·구찌·샤넬·셀린느·에르메스·프라다·버버리·발렌시아가·생로랑 등 총 10개 브랜드의 최근 검색량을 살펴보면 모두 하향 곡선을 그리고 있다.
루이비통의 경우 코로나 여파로 보복 소비 현상이 두드러지던 지난해 1월 226만 건의 최고 검색량을 기록한 바 있다. 이후 검색량은 2월 206만 건→3월 184만 건→4월 165만 건→5월 169만 건→6월 143만 건→7월 183만 건→8월 151만 건→9월 146만 건→10월 151만 건→11월 138만 건→12월 142만 건으로 지속적인 감소세를 보였으며, 23년 5월에는 22년 1월의 절반 수준인 128만 건까지 떨어졌다.
이외 △디올 91만 건→86만 건 △구찌 103만 건→74만 건 △샤넬 66만 건→64만 건 △에르메스 57만 건→53만 건 △프라다 52만 건→47만 건 △버버리 27만 건→23만 건 △발렌시아가 25만 건→22만 건 등 7개 브랜드 역시 동기간 모두 검색량이 줄었으며, 10개 가운데 셀린느만 54만 건에서 68만 건으로 증가했다.
아울러 10개 브랜드를 대표하는 여성 가방 가운데서도 검색량이 가장 많이 수집된 제품의 최근 1년간(5월 기준) 검색량 추이를 차례로 살펴보면 △구찌 재키백 1만 1,600건→7,200건 △에르메스 켈리백 1만 200건→1만 100건 △프라다 사피아노 1만 200건→7,800건으로 상위 3개 제품의 검색량이 모두 감소했다.
검색량이 감소한 제품은 △버버리 롤라백 5,200건→2,200건 △루이비통 뉴 웨이브 멀티 포쉐트 6,400건→2,900건 △생로랑 마틀라세 1,300건→700건 등 3개로 전체 10개 가운데 과반의 검색량이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발렌시아가 르카골 4,600건→1만 1,500건 △샤넬 클래식 플랩백 7,300건→7,000건 △디올 레이디디올 6,100건→7,300건 △셀린느 트리오페는 1,700건→2,700건으로 동기간 검색량이 늘었으나 지난해 1월부터 꾸준히 상향 곡선을 보인 것은 발렌시아가의 르카골 단 하나뿐이다.
소비자들의 줄어든 관심은 매출로 직결된다.
산업통상자원부가 발표한 ‘유통업체 매출동향’에 따르면 지난 1분기 백화점 업계의 해외 유명 브랜드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0.6% 줄었다. 2015년 1분기에 -0.8% 하락(전년 동기 대비)한 이후 8년 만에 역성장을 보인 것이다.
보복 소비 심리가 줄고 경기 침체까지 더해지며 전통적인 명품 소비가 둔화되자 백화점 업계는 2030세대가 주목하고 있는 ‘신명품’에 손을 뻗었다. 현대백화점은 더현대 서울·대구와 판교점에 브랜드 마뗑킴을 입점시켰고 롯데백화점 역시 본점·전주점엔 마뗑킴 매장을, 잠실 롯데월드몰에는 아더에러 플러그숍을 열었다.
2015년 네이버 블로그 마켓을 통해 시작된 마뗑킴은 지난 5월 월간 검색량이 약 19만 8,000건에 달한다. 수치로 확인해 봤을 때 생로랑의 관심을 이미 넘어섰으며, 발렌시아가의 위상을 위협하는 모양새다. 아더에러 역시 동월 10만 5,000건의 검색량이 수집돼 전통 명품 브랜드들에 대한 소비자들의 관심에 크게 뒤지지 않는 모습이 나타난다.
그럼에도 에르메스·샤넬·루이비통 등 해외 명품 브랜드는 구매력이 높은 이들은 가격이 올라도 여전히 명품을 구매한다는 점에 주목하며 매출을 끌어올리겠다는 전략을 가지고 있다. 올해만 수차례 가격 인상을 단행한 명품 브랜드가 줄고 있는 대중의 관심에 어떻게 대처할지 하반기 명품 산업 향방이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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