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소비자들이 동물을 도축하지 않고 실험실에서 만들어진 닭고기를 곧 식당 등에서 직접 맛볼 수 있게 될 예정이다.
21일(현지시간) 미 CNBC방송에 따르면 이날 미 농무부(USDA)는 영국 식품 기업 잇저스트의 자회사 ‘굿미트’와 스타트업 기업 ‘업사이드푸드’ 등 2곳의 세포 배양 닭고기 제품에 대한 일반 소비자 판매를 최종적으로 승인했다.
배양육은 동물의 지방이나 근육에서 추출한 줄기세포를 연구실에서 성장시켜 기존 육류와 모양과 맛이 비슷하도록 만든 제품을 말한다. 현재 미국을 제외하고는 싱가포르만이 배양육의 판매를 허용하고 있다.
배양육 업체들은 실험실에서 고기를 만드는 것이 막대한 양의 물과 토지가 필요한 전통적인 축산 방법보다 더 건강하고 환경친화적이라고 주장한다. 조시 테트릭 잇저스트 최고경영자(CEO)는 최근 BBC에 출연해 배양육 기술을 통해 “위생적이고 안전한 방법으로 육류를 생산할 수 있다”며 “탄소배출량과 물·토지 사용량을 기존 축산업 대비 95%까지 줄일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번 결정에 따라 미국 농무부는 기존의 육류 가공 공장 및 도축장과 마찬가지로 배양육 시설을 검사·관리할 예정이다. 또한 굿미트와 업사이드푸드가 생산한 제품은 소비자에게 판매될 때 ‘세포 배양 닭고기’라는 라벨을 부착해야 한다.
테트릭 CEO는 “이제 미국에서 배양육을 생산하고 판매할 수 있게 됐다는 발표는 우리 회사는 물론 업계와 식품 시스템에 있어 중요한 순간”이라고 이날 성명을 통해 전했다.
굿미트의 첫 손님은 유명 셰프이자 기아 퇴치 운동가인 호세 안드레스로, 미국 워싱턴에 위치한 안드레스의 레스토랑에서 굿미트의 배양육 제품을 손님들에게 제공할 예정이다.
우마 발레티 업사이드푸드 CEO도 “미국 소비자들에게 배양육을 제공할 수 있게 돼 매우 기쁘다”며 “이번 승인은 고기가 우리 식탁에 오르는 방식을 근본적으로 바꾸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CNBC는 콩고기 등 식물성 육류에 대한 소비자의 관심이 줄어들면서 투자자들은 대신 배양육 산업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고 전했다. 미국 시장데이터 업체 피치북에 따르면 현재까지 잇저스트는 9억7850만달러(약 1조2600억원), 업사이드푸드는 6억8040만달러(약 8800억원)의 투자를 유치했다.
기업들의 배양육 제품 출시는 성공했지만, 이들이 육류 제품 시장에서 주류가 되려면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CNBC는 전했다. 줄기세포 배양에 필요한 배지 등의 가격이 높아 완제품의 가격경쟁력을 떨어트리고 있는 데다, 현재 기술로는 배양육의 대량생산이 쉽지 않다. 일반 소비자가 실험실에서 만든 고기에 대해 거부감을 느낄 수 있다는 점도 부담 요인이다.
하지만 이러한 장애물에도 여전히 배양육 산업에 대한 기대는 높다. 미국 컨설팅업체 맥킨지는 2030년까지 배양육이 전 세계 육류 공급량의 0.5%를 담당하고 약 250억달러의 매출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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