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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령 아동’ 비극 막을 출생통보제 국회서 낮잠

입력 : 2023-06-23 17:54:22 수정 : 2023-06-24 01:04: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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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생신고 안 하면 과태료 처분뿐
‘병원이 출생통보’ 입법 지지부진

與野 “미신고 출생 방지법 조속히 처리”

출생신고가 안 된 ‘유령아동’을 최소화하기 위한 방안으로 출생통보제가 거론되고 있지만 법제화를 위한 국회 논의는 지지부진한 상황이다. 출생신고도 되지 않은 채 법의 사각지대에 놓인 아이들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영국과 독일, 미국 등 외국처럼 출생신고를 부모에게 한정하기보다는 아이들이 태어난 의료기관 등에 출생통지의무를 부여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23일 감사원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2015∼2022년 8년간 출산기록은 있지만 출생신고가 안 된 2236명의 존재는 우리나라의 출생신고 체계의 한계 때문이다. 신생아 부모는 주민등록법상 출생 1개월 이내에 신고를 해야 하지만 이를 어길 경우 과태료 처분만 받는다. 산부인과 등 의료기관은 행정기관에 출생 사실을 통보하지 않는다.

복지부는 이들 유령아동을 최소화하기 위해 의료기관이 각 지방자치단체에 출생 사실을 통보하는 출생통보제를 추진하고 있다. 출생통보제는 의료기관이 아동 출생정보를 시·읍·면장에게 통보하도록 하는 제도다. 하지만 의료계는 행정부담과 혼외 산모의 ‘비밀출산’을 더 부추길 수 있다며 반대해 왔다. 또 관련 가족관계등록법 개정을 논의하는 국회 상임위가 복지위가 아닌 법사위인 탓에 논의는 별다른 탄력을 받지 못하고 있다.

복지부 관계자는 “최근 의료계 반발 이유 중 하나였던 행정부담의 경우 의료기관이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전산정보시스템에 출생기록을 입력하면 심평원이 각 지자체에 통보하는 식으로, 비밀출산 확대에 대한 우려는 여성이 익명으로 출산한 아동을 국가가 보호하는 보호출산제를 병행 추진하는 쪽으로 의료계와 원만히 협의중"이라고 전했다. 그간 입법화의 걸림둘 중 하나였던 의료계 반발 요인이 해소될 물꼬가 트인 것이다.

지난 22일 이기일 보건복지부 1차관이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임시 신생아 번호 관리 아동 실태조사방안 등 아동학대와 관련한 대응 방안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전문가들은 출생신고가 누락돼 아이들이 유기나 살해, 학대 등 범죄에 무방비로 노출되고 사회 교육·복지 혜택의 기회조차 주어지지 않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선 출생통보제 법제화가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박영의 세이브더칠드런 선임매니저는 “출생 등록을 부모에게만 맡겨둔 현행 제도는 근본적인 처방이 아니다”며 “출생통보제 등 제도 개선이 조속히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회도서관도 ‘출생통보제 도입 관련 영국, 미국, 캐나다, 독일 입법례’ 보고서에서 “해외의 경우처럼 병원 등 기관에서 출생하는 경우엔 해당 의료기관이, 병원 밖 출산의 경우엔 관여 의료인 또는 출산을 알게 된 사람에게 출생신고 의무를 부과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정치권은 뒤늦게 관련법의 조속한 처리를 약속하고 나섰다. 국민의힘 김기현 대표는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당장 대책 마련에 착수하겠다”며 출생통보제·보호출산제 등에 대한 적극적인 검토를 약속했다. 더불어민주당 박광온 원내대표는 “출생통보제와 보호출산제를 도입하려 한다”고 강조했다.


송민섭·안경준·김승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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