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농도 낮고 희석하면 자연상태에 가까워 ‘안전’
오염물 먹으면 피폭…먹이사슬 따라 농도 높아져
“기시다 곧 IAEA 총장 만나”…방류 시점 결정하나?
일본 도쿄전력의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가 시간 문제로 다가오고 있다. 일본 정부는 올여름 오염수 방류를 개시하겠다고 예고한 상태다. 국제원자력기구(IAEA)가 발표할 최종보고서에 큰 문제가 없다면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방류 시점을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후쿠시마 어민과 일본 시민단체, 그리고 주변국에서 반대하고 있는데다, 과학자 사이에서도 안전성에 대한 의견이 여전히 분분해 오염수를 둘러싼 논란은 지속될 전망이다.
◆과학계도 확신 못하는 오염수 방류 안전성
세계 최고 권위의 학술지 ‘네이처’는 지난 22일 ‘후쿠시마 폐수 방류는 안전한가? 과학자들의 생각은?’이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일부 과학자들은 희석된 오염수가 충분히 안전한지에 대해 여전히 확신하지 않고 있다”고 보도했다.
후쿠시마 제1원전 원자로 냉각수로 사용된 바닷물은 인체 건강을 위협하는 64종의 방사성원소로 오염돼 있다. 이 오염수는 다섯 단계로 이뤄지는 고급액체처리시스템(ALPS)을 거쳐 스테인리스스틸로 제작된 탱크에 저장된다. ALPS는 64개 방사성 핵종 중 62개를 제거해 국제방사선방호위원회 권고치 이하로 방사능 물질 농도를 희석할 수 있다는게 일측 주장이다.
문제는 제거되지 않은 탄소14와 삼중수소다. 이들은 해수의 100분의 1 이하로 더 희석해야 한다. 도쿄전력은 삼중수소가 희석되면 농도가 리터당 약 1500베크렐로 세계보건기구의 식수 내 삼중수소 가이드라인의 약 7분의 1 수준으로 떨어지며, 방류 지점으로부터 수㎞ 이내에서 일반 바닷물 수준의 농도로 떨어질 것이라고 설명한다.
탄소14의 경우 규정 상한치의 약 2% 수준으로 방류 전 바닷물에 희석되면 농도가 더 낮아질 것이라고 도쿄전력은 밝혔다.
영국 포츠머스대학교 환경과학자 짐 스미스는 이렇게 처리된 오염수는 안전하다고 말한다. 그는 ”나는 제로라고 말하는 것을 경계하지만 이것은 거의 제로에 가깝다”면서 “처리된 물을 현장에 보관하는 것이 더 큰 위험을 초래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또 다른 지진이나 태풍으로 인해 탱크가 누출될 위험이 더 높고 이미 저장 공간은 부족한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일본 어민들과 한국, 중국, 필리핀 등 주변국들은 오염수 방류 후 어류에 방사능이 농축되는 등 해양 환경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를 표하고 있다.
미 국립해양연구소 역시 지난해 “안전성 주장을 뒷받침하는 적절하고 정확한 과학적 데이터가 부족하다”며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 계획에 반대 의사를 표명했다.
하와이 대학교의 해양 생물학자 로버트 리치먼드도 처리된 오염수 방류의 안전성이 충분히 입증되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태평양 18개 섬나라의 정부간 기구인 태평양제도포럼 자문위원인 리치먼드는 도쿄전력과 일본 정부가 제공한 모든 데이터를 검토하고 후쿠시마 현장을 방문했으나 삼중수소와 탄소14에 대한 몇 가지 의문이 여전히 풀리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에 따르면 삼중수소는 약한 방사능이기는 하지만 β-방사선을 방출하는 물질로, DNA를 손상시킬 수 있는 이온화방사선을 방출한다.
도쿄전력은 처리수의 삼중수소 농도가 뉴욕에서 도쿄까지 왕복 비행기를 타는 사람이 경험하는 것보다 낮은 양의 이온화방사선을 방출한다고 설명한 바 있다. 하지만 리치먼드는 “사람이 β-방사선 방출에 오염된 음식을 먹으면 피폭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리치먼드는 도쿄전력이 ”오염수 방류지역 3㎞ 이내에서는 조업이 이뤄지지 않아 안전하다”고 밝힌 것에 대해서도 허점이 있다고 짚었다.
그는 “큰 유기체가 작은 오염된 유기체를 먹으면서 큰 물고기에 삼중수소가 축적될 수 있다”면서 “희석의 화학적 원리는 바다 생물학에 의해 약화된다. 오염에 대한 해결책으로 희석을 강조하는 것은 잘못됐다”고 꼬집었다.
도쿄대 대기해양연구소 해양화학자 오토사카 시게요시도 유기적으로 결합된 형태의 삼중수소가 어류와 해양 생물에 축적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는 해양생물에 방사성 핵종이 축적될 가능성과 쓰나미로 인한 오염수 유출 삭 후 후쿠시마 주변 해역에서 어떤 일이 일어났는지 조사가 진행 중이라며 “장기적인 환경 영향을 평가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그러나 일부 과학자들의 우려에도 도쿄전력은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도쿄전력은 ALPS 처리수가 포함된 바닷물에서 해양 생물을 키우는 실험을 진행 중이라며 ”해양 생물의 체내 삼중수소 농도가 일정 시간이 지나면 평형에 도달하고 생활 환경 농도를 초과하지 않는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또 “체내 삼중수소 농도가 높아졌던 해양생물이 보통 바닷물로 돌아가면 시간이 지남에 따라 농도가 감소했다”고 설명했다.
◆방류 시점 결정 임박? 내달 초 IAEA 보고서 발표 전망
이런 가운데 일본 정부는 오염수 방류 시점을 저울질 하고 있다.
27일 일본 산케이신문에 따르면 경제산업성 간부는 방류 준비가 완료되는 대로 기시다 총리가 방류 시점을 최종 판단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방류를 위한 준비는 △방류 설비 공사 완료 △IAEA의 방류 전 검사 종료 △IAEA의 최종보고서 공개 등이다.
방류 설비 공사는 전날 사실상 마무리 됐다. 도쿄전력이 설비 가동 상태를 점검 중인 시운전을 이날 끝내면 설비 공사는 완료될 것으로 보인다고 요미우리 신문은 전했다.
원자력규제위원회의 방류 전 검사는 오는 28일 시작되지만, 검사 종료 시점은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야마나카 신스케 위원장은 지난 24일 후쿠시마 제1원전에서 일부 공사가 완료되지 않은 점을 고려해 이 검사가 끝나는 시점을 못 박지 않았다.
IAEA 최종보고서는 당초 이달 중 발표될 것으로 예측됐으나 다음달이 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교도통신은 기시다 총리가 다음달 4일 도쿄 총리관저에서 라파엘 그로시 IAEA 사무총장과 면담하는 방향으로 조율 중이라고 이날 보도했다. 기시다 총리는 이날 IAEA의 최종보고서를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일본 언론들은 IAEA 보고서에서 별다른 문제점이 나오지 않으면 일본 정부가 예고한 대로 올여름 오염수 방류를 강행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다만 원전 인근 어민들과 주변국, 태평양 섬나라들이 오염수 방류에 반대하고 있다는 점이 변수로 분석된다.
앞서 일본 정부와 도쿄전력은 2015년 “관계자의 이해 없이는 (오염수의) 어떠한 처분도 하지 않는다”고 후쿠시마 지역 어민들과 약속한 바 있다. 산케이는 “이 약속이 있는 이상, (어민들의) 동의 없이 방류를 시작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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