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시나 했지만 역시나 반전은 없었다. 세자르 에르난데스 곤잘레스(스페인) 감독이 지휘봉을 잡은 이후 처절하게 망가진 여자배구 대표팀이 2023 국제배구연맹(FIVB) 발리볼네이션스리그(VNL)에서 12전 전패의 수모를 당했다. 지난해 VNL에서의 12전 전패를 포함하면 세자르 부임 이후 VNL 24경기 모두 패배다. 2021 VNL 막판 3경기에서의 패배를 포함하면 VNL 27연패다. 2020 도쿄 올림픽의 ‘4강 신화’는 불과 2년만에 신기루처럼 사라졌다.
여자배구 대표팀은 2일 서수원칠보체육관에서 열린 2023 VNL 3주차 마지막 경기 폴란드와의 맞대결에서 세트 스코어 0-3(23-25 18-25 16-25)으로 완패했다.
튀르키예와 브라질에서의 1,2주차 각각 4전 전패로 0승8패로 홈인 수원으로 돌아온 한국은 홈팬들의 일방적인 응원을 등에 업고 반등을 기대했다. 그러나 홈에서도 경기력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공수에 걸쳐 약점을 노출하며 네 경기 모두 패했다. 이번 VNL 12경기에서 36세트를 내주는 동안 따낸 세트는 단 세 세트에 불과할 정도로 이제 세계무대에서 한국 여자배구의 수준은 변방으로 밀려났다. 10년 이상 대표팀의 에이스 역할을 했던 김연경의 은퇴, 세대교체라는 핑계를 대기에도 민망한 수준의 성적표다.
세계랭킹 8위, 이날 경기 전까지 이번 VNL에서 9승2패로 미국에 이어 2위를 달리고 있던 강호 폴란드를 상대로 한국은 체육관을 가득 메운 홈팬들의 기대에 부응하려는 듯, 1세트엔 기대 이상의 선전을 펼쳤다. 1세트에만 서브 득점이 5개(강소휘 3개, 김다은 2개)나 터져 나오며 세트 중반까지 18-13의 큰 리드를 잡았다. 이번 대회 처음으로 1세트를 이길 수 있다는 기대감이 차올랐지만, 이후 범실 2개, 블로킹 2개를 허용하는 등 한 자리에서만 내리 6점을 내주며 18-19 역전 당하고 말았다. 확실한 에이스가 없는 한국은 이후 접전 상황을 이겨낼 힘이 없었고, 결국 1세트를 23-25로 패했다.
2세트부턴 두 팀의 전력 차가 고스란히 드러났다. 시종일관 끌려다닌 끝에 2세트를 완패한 한국은 3세트에도 초반엔 5점차 이상 밀렸지만, 세트 중반 블로킹과 상대 범실을 묶어 14-14 동점까지 만들어내는 저력을 발휘했다.
그러나 거기까지였다. 이주아의 서브 범실과 박정아의 공격 범실 등이 연달아 나오며 내리 다섯 점을 내줘 순식간에 14-19로 점수차가 벌어졌고, 결국 한 세트도 따내지 못하는 셧아웃 패배를 받아들여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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