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선박·이차전지 등 선방
수출 6% ↓… 감소율 연중 최저치
유가 하락으로 수입 감소 큰 영향
대중 적자폭 2월 이후 가장 적어
반도체 수출액 ‘연중 최대’ 달성
하반기에 수출 반등 기대감 키워
우리나라의 월간 무역수지가 16개월 만에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자동차 수출이 선방한 가운데 국제 유가 하락으로 수입이 줄어든 결과다. 수출 감소율은 연중 최저 수준까지 내려가면서 하반기 ‘수출 플러스’ 기대감도 커졌다.
2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지난달 수출은 전년 대비 6% 감소한 542억달러(약 71조5000억원), 수입은 11.7% 감소한 531억달러를 기록해 11억달러 흑자를 기록했다. 지난해 3월부터 지난 5월까지 이어진 15개월 연속 무역적자를 끝내고 16개월 만에 흑자로 전환한 것이다. 15개월 연속 적자는 IMF 외환위기 직전(1995년 1월~1997년 5월) 기록한 29개월 연속 적자 이후 최장 기간이었다.
6월 수출액은 542억4000만달러로 지난해 같은 달보다 6.0% 줄어든 것으로 집계됐다. 다만 6월 수출 감소율은 연중 가장 낮은 수준까지 떨어졌다. 국내 수출 주력 상품인 반도체 업황의 회복지연, 지난해 6월 수출액이 역대 6월 기준 최고 실적(577억달러)을 기록한 데 따른 기저효과 등으로 풀이된다.
국가별로는 최대 교역국인 중국과 무역 적자가 지난해 10월 이후 9개월째 지속됐다. 6월 대(對)중국 적자는 13억달러로 집계됐다. 지난 2월 이후 가장 낮은 수준까지 축소된 수치다. 6월 최대 적자국도 중국에서 일본(-17억8000만)으로 바뀌었다. 미국(40억6000만달러), 아세안(19억2000만달러), 베트남(23억달러) 등 국가·지역에서는 무역흑자가 났다.
품목별로는 자동차(58.3%), 일반기계(8.1%), 선박(98.6%), 이차전지(16.3%) 등 품목 수출이 증가했다. 반도체(-28.0%), 석유제품(-40.9%)·석유화학(-22.0%) 등 품목 수출은 단가 하락 등의 영향으로 감소했다.
이달 무역수지가 흑자를 낸 배경은 석유를 비롯한 국제 에너지값 하락이 수입 감소에 결정적 영향을 미쳤다. 지난해 6월 배럴당 113.27달러이던 두바이유 가격은 지난달 74.99달러로 33.8% 하락했다. 6월 원유를 비롯한 3대 에너지 가격 수입액은 99억9000만달러로 지난해 동기 대비 27.3% 감소했다. 에너지 해외 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는 전체 수입액의 약 5분의 1이 석유·석탄·가스 등 3대 에너지 도입비다.
결국, 반도체 경기 회복이 향후 수출 반등에 관건이 될 전망이다. 반도체의 수출 증가율은 11개월째 뒷걸음질치고 있지만 6월 수출액이 89억달러로 연중 최대 규모를 달성하면서 수출 증가세 전환 기대감을 키우고 있다.
상반기 우리 수출의 든든한 버팀목 역할을 했던 자동차와 함께 지난달 급증한 선박 수출이 하반기 우리 수출을 지탱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선박은 수주 후 2~3년 뒤 인도 시점에 수출액으로 모두 잡히는데, 수주 호황의 효과가 나타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또한 중국의 자체 산업 경쟁력 제고, 한중 교역 구조 변화, 글로벌 공급망 재편 등의 요인이 복잡하게 얽히면서 급감한 대중 수출 부진도 일단 최악의 상황은 넘기는 듯한 분위기다. 우리나라의 수출이 가장 어려운 고비를 넘기면서 ‘수출 플러스’에 다가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이창양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7~8월 하계휴가 등 계절적 요인에 따라 일시적으로 무역수지 개선 흐름이 주춤할 수 있지만 이후 본격적 흑자 기조와 함께 수출도 증가세를 보일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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