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시작해 10년 임기 채울 듯… `최장수`
‘새로운 일 시작하기가 참 힘드네.’
올해 9월까지만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사무총장을 지내고 물러나 고국 노르웨이로 돌아갈 작정이었던 옌스 스톨텐베르그 사무총장의 계획이 결국 불발에 그칠 전망이다. 마땅한 후임 사무총장 후보를 찾지 못한 나토 회원국들이 ‘대안 부재’를 들어 그에게 “1년만 더 나토를 이끌어달라”고 요구할 것이 거의 확실시되기 때문이다.
3일(현지시간) 로이터 통신은 나토 사정에 정통한 외교관 4명을 인용해 벨기에 브뤼셀에서 4일 열리는 나토 회원국 대사 회의 때 이 문제에 관한 합의가 이뤄질 것이라고 보도했다. 오는 9월 끝나게 되어 있는 스톨텐베르그 사무총장의 임기를 내년 9월까지 1년 연장하는 방안이 모든 회원국들의 동의 속에 확정된다는 의미다.
나토 사무총장 임기는 4년이고 연임이 가능하다. 비상사태 등이 발생하는 경우 1년 단위로 임기를 연장할 수도 있다.
노르웨이 총리를 지낸 스톨텐베르그 사무총장은 2014년 9월 나토 수장에 올랐다. 연임에 성공해 8년간 재임하고 원래는 2022년 9월 물러날 예정이었다. 그런데 돌발변수가 생겨났다. 그해 2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것이다. 나토는 러시아에 맞서 싸우는 우크라이나를 위한 군사원조를 주도하고 있다. ‘전쟁 중에는 장수를 바꾸지 않는다’는 원칙에 따라 스톨텐베르그 사무총장의 임기도 2023년 9월까지로 1년 연장됐다.
이후 그는 기회가 있을 때마다 “2023년 9월에는 무슨 일이 있어도 물러나겠다”고 말했다. 현재 64세인 스톨텐베르그 사무총장은 고국으로 돌아가 노르웨이 중앙은행 총재를 맡는 것으로 퇴임 후 계획까지 다 세워놓았다.
올해 들어 나토 회원국들은 그의 뒤를 이을 후임 사무총장 후보를 물색해왔다. 40대 여성인 메테 프레데릭센 덴마크 총리와 우크라이나에 미국 다음으로 많은 군사원조를 제공한 영국의 벤 월리스 국방장관이 적임자로 거론됐다. 하지만 프레데릭센 총리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의 정상회담 직후 “나토 사무총장직에 뜻이 없다”고 공개적으로 밝혔다. ‘바이든 대통령은 차기 나토 사무총장으로 각료급보다는 대통령이나 총리를 지낸 거물급 인사를 원한다’는 소문이 퍼지며 월리스 장관도 후보군에서 탈락했다.
사정이 이렇게 되자 나토 회원국들은 현 사무총장의 임기를 다시 연장하는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반발하던 스톨텐베르그 사무총장은 최근 들어 “내 의지와 상관없이 나토 회원국들이 결정할 사안”이라며 정식 제안을 받으면 수용할 방침임을 내비쳤다. 앞서 바이든 대통령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 대처하는 스톨텐베르그 사무총장의 리더십을 극찬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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