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토 정상회의 통해 국제 외교무대 데뷔
유럽연합(EU) 회원국 가운데 처음 라트비아에서 성소수자가 국가원수에 취임했다.
8일(현지시간) 영국 BBC 방송에 따르면 2011년부터 라트비아 외교장관을 지낸 에드가르스 린케비치스 대통령 당선인이 이날 공식 취임식을 갖고 4년 임기를 시작했다. 라트비아는 외견상 대통령과 총리가 권력을 분점하는 이원집정제 형태다. 의회에서 선출되는 대통령은 법률안 거부권, 국민투표 부의권 등 권한이 있으나 현실에서는 대외적으로 국가를 대표하는 의례적 역할을 할 뿐이다. 현재 아르투르스 크리스야니스 카린스 총리가 외교·국방을 포함해 거의 모든 영역에서 실권을 행사하고 있다.
그동안 EU 회원국에서 총리 등 정부 수반을 성소수자가 맡은 일은 있었다. 하지만 성소수자가 대통령 같은 국가원수 자리에 오른 사례는 이번이 최초라서 국제사회의 시선이 쏠린다.
1973년 9월 태어나 현재 49세인 린케비치스 대통령은 외교장관으로 재직하던 2014년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자신이 성소수자임을 처음 공개했다. 다른 북유럽 국가들과 마찬가지로 라트비아는 성소수자 인권에 관대한 편이다. 다만 동성 간 결혼은 여전히 법적으로 금지된다.
취임사에서 린케비치스 대통령은 ‘평등’을 가장 중요한 화두로 제시했다. 그는 “우리 사회는 격차가 너무 크다”며 “불평등은 중대한 문제”라고 말했다. 이어 젊은 남녀들을 향해 “유리천장을 깨라”고 독려했다.
미국 대학에 유학해 석사학위를 취득한 경험이 있는 린케비치스 대통령은 오는 11, 12일 이웃나라 리투아니아 빌뉴스에서 열리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에 라트비아 대표로 참석하는 것으로 세계 외교무대에 공식 데뷔한다. 라트비아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후 국제사회와 더불어 우크라니아를 적극 지원하고 있다. 린케비치스 대통령은 취임사에서 러시아와 전쟁 중인 우크라이나에 대한 라트비아의 지지는 계속될 것임을 강조하며 “우리는 이 문제에서 신속하게, 또 결단력 있고 현명하게 행동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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